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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질 사이비 의료 양산' 비판받는 김윤 의원 발의 '보건의료인력지원법'…뭐길래?

    보건의료인 업무조정위, 시민단체·공무원 절반 이상 총 50명 위원 구성 명시…의협, 법안 준비 시 배제

    비의사 보건의료인에 의료행위 무분별하게 허용하고 의사에 감독 의무·법적 책임 부여할 가능성 높아

    기사입력시간 2024-07-08 12:45
    최종업데이트 2024-07-08 13:57

    사진=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해 보건의료인의 업무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건의료인력 지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전문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위원회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해 의사의 업무범위를 비의료인에게 무분별하게 허용함으로써 국민 생명에 재앙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 바른의료연구소는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건의료인력 지원법' 개정안이 "의사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저질 사이비 의료를 양산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비전문가 절반 이상 구성된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업무범위 마음대로 조정 가능

    해당 법안의 핵심 내용은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으로 사실상 이 위원회에 보건의료인 업무범위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부여한다.

    이 법에서 말하는 보건의료인이란, '의료법'에 따른 의료인·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료기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구조사 및 '약사법'에 따른 약사·한약사로서 보건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연구소는 "결국 김 의원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직역에 대한 업무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위원회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법을 통해서 만들어질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보았을 때, 이 위원회가 전문성이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점이다. 

    연구소는 "보건의료 분야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고, 비전문가가 보건의료 관련 업무에 함부로 개입을 하게 되면, 이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 분야 업무와 관련된 사안은 철저히 전문가 집단의 판단에 맡겨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고, 파생될 수 있는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면밀하게 검토가 이루어진 후에 결정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실제로 해당 법안에서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50명 이상 10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차관'이 된다.

    또 업무조정위원회 위원은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데 구체적으로 노동자단체 및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추천하는 사람 10명 이상,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0명 이상, 보건의료인력의 면허·자격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10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한다.

    연구소는 "국민 건강을 지키는데 있어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의 업무범위를 결정하는 조직에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노동자 단체, 시민 단체, 소비자 단체 등을 포함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 관료 및 관변 학자들까지 대거 투입시켜 꾸린 100명에 육박하는 거대한 위원회가 내놓는 결정이 전문적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조를 가지는 위원회는 사실상 정부 정책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거나 포퓰리즘 정책의 도구로 악용될 것임을 알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도 타 직역들이 의사의 의료 영역을 침범하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결로 결정되는 위원회에 의사는 1~2개 의결권만 가지는 여러 직역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연구소는 "(의사들의) 학문적으로 타당한 전문적인 조언이나 항변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사들이 아무리 안 된다고 반대를 해도 위원회에서 업무범위를 마음대로 조정하면 거부할 수 없기에, 이러한 불합리한 위원회를 의사들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법안 발의에서 '의사' 배제…비의사 보건의료인에 의료행위 무분별 허용 목적?

    무엇보다 연구소는 해당 법안이 불법 PA 합법화와 한방의 의과영역 침탈 등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우려하는 의료계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해당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며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와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해당 법안을 준비하면서 총 14개 보건의료 직능단체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모았는데, 해당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단체는 간호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 방사선사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안경사협회, 약사회, 응급구조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작업치료사협회, 치과기공사협회, 치과위생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였다. 

    즉, 김 의원은 보건의료인의 업무범위를 결정하는 법을 만들면서 의사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했던 것이다.

    김 의원이 법안을 준비하면서 의료계의 의견을 일부러 수렴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연구소는 "그 이유는 김 의원이 생각하는 보건의료인 업무범위 조정의 방향이 의사들이 반대하는 방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김윤 의원이 생각하는 보건의료인 업무범위 조정의 방향은 불법 PA 의료행위 합법화와 한방에 의과의료기기 및 의약품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비의사 보건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식으로 흘러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법안이 통과되면 일반 국민들조차도 상식적으로 의사의 업무라고 알고 있던 수많은 업무들이 비의사 보건의료인이 해도 무방한 업무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금까지는 불법이었던 PA에 의한 수술 및 시술 행위, 방사선사 및 임상병리사 등의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 행위, 간호사의 처방 및 처치 행위 나아가 미용의료기기 사용을 비롯한 비급여 의료행위의 상당 부분을 비의사 보건의료인에게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연구소는 "지금까지 의사들이 해오던 의료행위를 타 보건의료 직역이 쉽사리 하지 못했던 주요한 이유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의료 분쟁 발생 시 법적 책임의 문제 때문이었다"라며 "법적 책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는, 아마도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의 결정을 통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안을 만들 때 자문을 구했던 자문위원회에 의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을 보았을 때, 김윤 의원이 생각하는 법률 리스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의사들에게는 달가운 방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해당 원회는 보건의료인들이 행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지도와 감독 의무를 의사에게 부여하고, 의료 분쟁 발생 시 법적인 책임을 의사가 지도록 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의료질 저하·비양심적 사이비 의료 조장…의사, 필수의료 영역으로만 내몰릴 수도

    연구소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료행위를 의사에게만 허용하도록 '면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의료행위를 무자격자에게 허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이며 의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의사만이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가 해당 위원회를 통해 보건의료인 업무범위를 마음껏 조정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연구소는 의사들의 미용 및 비급여 시장 진출을 사실상 막을 수 있고, 의사들은 꼼짝없이 저수가에 법률 리스크만 높은 필수의료 영역으로만 내몰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이런 상황이 되면 의사들은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의료행위에 대한 막대한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견딜 수 없어진다"며 "결국 직업적 전문성과 독립성 그리고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의사들의 해외 이주 및 의사 직업 포기와 같은 이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의 이번 입법은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해왔던 마지노선을 무너트리는 일이 될 것이기에 그 결과는 참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무분별한 업무범위 조정을 통한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의료행위 허용으로 인해 의료의 질 하락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며 비양심적 사이비 의료까지 조장될 가능성도 높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소는 "이러한 의료의 질 하락과 사이비 의료 문제는 의사들의 대한민국 의료 이탈과 맞물려 국민 건강과 생명에 재앙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