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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밖에서 미래를 꿈꿔 보세요!

    미국의 헬스케어 벤처는 의사를 찾고 있다

    [칼럼] 하버드의대 영상의학과 도신호 교수

    기사입력시간 2017-05-08 05:59
    최종업데이트 2017-05-10 22:23

    My life in Boston:

    보스턴에도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다른 곳처럼 이곳에서도 교수, 포스트닥 연구원, 박사과정, 인턴, 방문학자(visiting scholar)와 같은 새로운 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저희 연구실에도 수시로 여러 명의 지원자가 몰리고, 매일매일 이메일을 통해 바쁘게 소식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미 합격한 지원자는 비자 수속으로 바쁘고, 각 채용 단계마다 많은 질문이 오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새로운 정부의 이민정책으로 인해 쉽게 진행되던 업무들도 여러 번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어 상당히 지연되고 있습니다.
     
    매달 일정한 날에는 접수된 여러 원서들 중에서 우리 연구실에 잘 맞는 사람 혹은 추천해 줄만한 사람들을 골라서 다른 연구실로 보내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속한 곳은 학생보다는 이미 박사를 취득한 박사후 연구원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소속된 MGH(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and HMS(Harvard Medical School)에서의 연구는 기초적인 지식 습득을 넘어선, 새로운 예방법, 진단법, 치료법 등을 발견, 개발,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 여러 분야에서 이미 MD, PhD 등을 취득한 고학력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나는 이들의 백그라운드를 보면 놀랄만큼 다양한데 의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바이오 생체, 매니지먼트, 응용 수학 등을 한 곳에서 원스톱쇼핑할 수 있는 백화점 같은 느낌입니다.
     
    한번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주말 동안 한 곳에 모여 마라톤을 하듯이 함께 지속적으로 문제를 고민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MIT Hacking Medicine(http://hackingmedicine.mit.edu/)과 함께 해커톤(Hackathon)을 주관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의 삼성 모바일, MIT, 그리고 MGH의 인재들을 한 곳에 모았습니다. 당시 삼성 모바일의 기술 실장이던 이철환 사장과의 미팅 후  두 달만에 자발적으로 모인 200여명과 성공적으로 실행한 행사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모인 이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당시 행사를 주관하면서 느낀 것은 최고의 전문가들은 그냥 모아만 놓아도 폭발적으로 서로 반응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https://youtu.be/A_aVDVA96Ko).

    후유증(?)으로는 몇 개의 회사가 설립됐고, 몇 명의 의사들은 병원을 떠났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혁신(innovation)의 길을 가기 위해서 였습니다. 너무 재미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이제까지 고민해 보지 못한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한 가지 전문 분야로는 감히 이해할 수 없었던 문제에 대해 여러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의 미팅을 통해서, 아니면 공식적인 협력을 통해서 전혀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보스턴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이러한 협력에는 암묵적인 동의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공헌한 만큼의 보상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더 많은 공헌 하기 위해 경쟁합니다. 이것은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과는 조금 다릅니다. 많은 경우에 특허와 논문 발표 등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특허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공헌한 사람의 이름만 들어갑니다. 그냥 그 프로젝트에 속해 있었다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특허를 신청하는 양식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공헌을 하였는지를 기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논문은 주 저자(first author)와 교신 저자(corresponding author)가 중요한데, 그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 같은 연구실 안에서도 아주 긴 이메일로 왜 본인이 이 논문의 주 저자가 되어야 하는지 공동 주저자가 되어야 하는지 등의 이유를 나열하고 토론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를 버릇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성과를 낸 결과물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기준으로 누가 그 다음 프로젝트를 리드할 지를 결정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공헌한 사람 혹은 중요한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앞장서게 됩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경험이 많고 큰 연구실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연구원을 확보한 연구실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연구실을 가지고 있는 젊은 연구자라도 아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면 큰 조직을 가지고 있는 유명한 연구자와 함께 일하면서도 연구의 주도권을 확보하여 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젊은 연구자는 더욱 자신의 특별한 연구력을 성장 시킬 수 있고, 성숙한 연구자는 새로운 기술을 자신의 기존 연구인력과 시설에 접목해 본인의 연구 범위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젊은 연구자는 새로운 기술 하나만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지만, 종합적인 연구 계획서를 작성한다거나 큰 센터를 만드는 것에는 경험이 부족하므로 성숙한 연구자들의 조언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멘토링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최근에 저희 연구실도 새로운 메디칼 이미지 머신러닝(Medical Image Machine Learning)이라는 기술를 가지고 이미 성숙한(선진화된) 센터와 협력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들을 초대해 연구 계획서를 함께 작성 해 연구보조금(Grant)을 제출하는 등 연구 분야를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연구 역량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들이 이제까지 한 연구를 충분히 공부하고 습득해야 그들과 함께 연구를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재학습를 자발적으로 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부는 학교에서 시험을 치기 위한 공부랑은 차원이 다르고 양도 엄청납니다. 그래서 성숙한 연구실과 협력한다는 것은 젊은 연구실에서는 큰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도 새로운 연구원들을 많이 뽑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지금까지 전혀 메디칼 이미지 머신 러닝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 입니다. 하지만 자기의 분야에서 특별한 성과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채용하는 이유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고민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어떠한 학위나 아이큐보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기초과학이든 응용과학이든 경험보다 더 좋은 공부 방법은 없습니다.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은 경험을 쌓기 위해 무급여직(non-paid position)에 많이 지원합니다. 여름 방학은 경험쌓기를 하는, 어떤 의미에서는 더 중요한 실전 경험 수업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10배 이상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365일 인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오픈 되어 있는 자리가 있다고 봐도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겠습니다.

    저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여러 곳으로 제 전공과 잘 맞는 오프닝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한동안은 제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 지원을 하였고, 그 다음은 제가 갈 수 있다고 생각되는 가고 싶은 곳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더 이상 제가 지원할 곳이 없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너무 많은 곳에 지원해서 새로운 자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새롭게 지원할만한 포지션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지원 해도 뽑힐 가능성이 낮을거라 생각되는 엄청난 곳들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제 능력이나 지금 준비된 것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곳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지원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런 곳들에서 생각보다 빨리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능력 밖의 아주 좋은 곳들, 제 지원서를 보고 비웃을거라고 생각했던 곳으로부터 말입니다.

    그래서 10년 전에 이곳 보스턴으로 옮겨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전화 인터뷰를 기억합니다. 둘째 아이는 뒤에 업고, 첫째는유모차에 태우고 코스코에서 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전화가 와서 5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하는 질문에 엄청나게 큰소리로 열심히 답변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봤을 땐 이상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전화로 인터뷰 했던 저희 학과의 부학장(Vice-chair)과 여전히 매주 만나서 상담하고 있으며, 그분이 지금까지도 제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지원 요강을 충분히 다 읽어 보지 못하고 너무 압도된 자격 조건에 무조건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제 지원서를 확인한 분은 옆 연구실의 PI(Principal Investigator)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전달했고, 이를 전달 받은 이는 저를 고용하였습니다.

    제 지원서를 받아서 확인한 사람은 하버드 의대 교수로 재직 후 시멘스 헬스케어의 CEO로 옮긴 그렉 소렌슨(Greg Sorensen, MD, PhD)이고, 그 지원서를 넘겨 받아 저를 고용한 사람은 지금 필립스의 CTO로 있는 호머 피엔(Homer Pien, PhD, MBA)입니다.

    얼마전 그렉 소렌슨과 만나서 제가 하는 연구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십 년 전 제가 모르는 이분에게 무작정 보낸 지원서가 지금의 저를 있게 하였고, 이제는 우리 랩으로 직접 방문하셔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가지며 커피도 함께 마시는 좋은 멘토가 되었습니다. 중국계 미국인인 호머 피엔은 늘 자주 전화하는 평생의 멘토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했지만,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분을 정지훈 박사님으로부터 소개 받았습니다.

    저는 "형, 이사람 잘 아는 분이예요?"라고 물었더니, "아니 잘 몰라, 근데, 잘 할꺼야" 하셨습니다. 이분이 몇 주 후면 저희 연구실로 조인하게 됩니다. 이 분은 많은 보수와 안정된 자리를 마다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설 수 있는 분입니다.

    자신의 미래에 투자하는 분입니다.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용수철처럼 자신의 안정된 상태에서 힘들고 어려운 상태로 낮아지는 투자를 한 것입니다. 분명 놀랄만한 일을 이룩할 수 있는 분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My two cents:
     
    조금 있으면 한국엔 대선도 있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게 될 것입니다. 더 좋은 시스템과 훨씬 좋은 나라가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기대만하고 기다리지 마세요. 한국에 앉아서 세계를 꿈꾸기만 하여선, 당신의 미래에 놀라운 점프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미국의 많은 헬스케어 벤처들은 메디칼 백그라운드를 가진 의사 선생님을 CMO(Chief Medical Officer)로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분명 한국 어딘가에도 이러한 회사들이 있고 여러분들을 기대하며 지금도 찾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내가 원하는 자리, 혹은 나를 원하는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눈을 들어 한국 밖에서 미래를 꿈 꿔 보면 어떻겠습니까.

    개인적인 상담과 조언이 필요한 분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합니다.

    '디아스포라'는 그리스어로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전세계에 펼쳐져 있는 유태인의 네트워크를 두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사실은 주변에서 너무 많은 경우들을 보고 있어서 약 오르고 속상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기술을 개발하고 제일 먼저 유태인 네트워크을 통해서 전세계에 본인들의 기술을 소개하고, 투자를 받고, 성장시킵니다. 한국의 인재들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세계 헬스케어 관련 인공지능 회사들을 소개하고 특징을 분석한 자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20개 되지 않는 회사 중에 한국의 L사와 V사가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기술과 능력은 세계적입니다. 국제 학회에서도 이 회사들을 만났습니다. 이들 회사는 벌써 보여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었고, 다른 기업들에 비해서 앞서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회사는 병원과의 공동연구 결과도 발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대를 가지고 발표장으로 향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표하시는 의사 선생님은 영어의 한계로 좋은 기술이 잘 설명하지 못했고, 청중으로부터 받은 질문도 이해하지 못해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랜 개발과 연구가 안타깝게 빛을 발하지 못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협력(Collaboration)은 비슷한 사람들 혹은 가까이 있어 쉽게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팀이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처음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나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동역자를 만나는 것은 일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쉽게 응해 준다고, 아는 사람이라고, 가까이 있고 지금 당장은 큰 지불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협력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 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컨설팅을 빈번하게 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문가가 지식을 공유하거나, 문제를 진단해 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가볍게 생각합니다. 진짜 전문가를 찾으세요.
     
    동일한 학회에서 M이라는 회사는 한국의 L사와 V사에 비해서 거의 아무 것도 없는 상태와 비슷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의 CEO는 적극적인 청년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필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어드바이져로 회사에 영입하고,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어드바이져는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어떤 곳에서도 말해주지 않는 자문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