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대응을 위해 건강보험 체계의 의료수가(診療報酬)를 2배로 올리고 의사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우리나라 의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관계 없이 '일본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기사=일본 의료수가 2배 인상 왜 나왔나...코로나19 의심환자 기피, 구급차가 80개 병원 전전]
일본의 수가인상책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의료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의 코로나19 중환자실의 경우 이전의 하루 입원료 8만(약91만원)~14만엔(약158만원)에서 16만(약182만원)~28만엔(약316만원)으로 2배 인상됐고, 건강보험 재정에서 하루 입원료만 최대 300만원 이상이 지원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코로나19 중환자실 수가는 어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가표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음압병상 1인실 입원료는 59만9610원, 종합병원 음압병상 입원료 40만120원, 병원 음압병상 입원료 35만8010원 등이다. 이 마저도 지난 3월 23일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20%의 음압병상 수가가 인상된 수치다.
일반 중환자실 입원료도 상급종합병원 간호 1등급(간호사 1명당 0.5병상)이어야 42만2010원이며, 일반 병원급 간호 최저등급이면 7만3840원에 그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가가 높은 상급종합병원 음압병실 입원료를 기준으로 비교해도 일본의 원래 수가에 절반도 되지 않았고, 일본의 이번 수가 인상 이후에는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수가 자체의 비교는 둘째치더라도,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은커녕 사기를 꺾는 행동을 계속 보였다.
의사들이 가장 공분했던 것은 요양병원 행정명령과 손해배상 청구 발표였다. 정부는 지난 3월 20일 감염에 취약한 노인 등이 많은 요양병원에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요양병원이 중증환자, 사망자 발생 우려가 크고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일부 감염예방관리료라는 당근을 요양병원에 제시했지만, 요양병원 감염자가 발생하면 손해보상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혀 크게 반발을 샀다.
의사들은 이를 두고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정부에 데자뷔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이 제 때 환자와 접촉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메르스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병원 측에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에 준하는 과징금 806만 원을 부과했고, 메르스 손실보상금 607억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행정소송을 통해 2심에서까지 승소했지만 복지부가 상고해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대구에 파견된 의료진 수당 지연 지급 논란도 있었다. 이달 초 의료진의 수당 지급 주기가 2주에서 한 달 단위로 변경되면서 수당 지급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장에서 운영 지침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과정에서 공보의 강제 차출, 보호장비 부족 등에 이어 의료진이 홀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공공병원 의료진, 공보의 등 공공 영역에서 파견된 의료진은 민간에서 파견된 의료진에 비해 수당이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정부는 총선 이후인 16일 의료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응원 인사를 보내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공공의대법 추진과 의사수 증원 주장이 나오자 의사들의 반응은 그리 달갑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미국의 일부 주가 주의사면허 제한을 해제하고 뉴저지주가 일시적으로 외국 의사면허를 인정한다고 발표하자, 의사들은 아직 시기상조라면서도 미국 진출 기회가 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의사들은 “가자 미국으로, 가자 일본으로. USMLE(미국 의사면허시험)나 JMLE(일본 의사면허시험)를 필수로 준비하자”고 외치고 있다. [관련기사=뉴저지, 美50개주 첫 외국 의사면허 인정...8만명 코로나19 대응]
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이라는 평가는 질병관리본부와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만의 노력 때문이 아니다. 3만여곳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위험 지역이나 해외에 방문했던 환자들을 선별하는 것부터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그보다 큰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별도의 시설과 인력을 투자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의심환자들을 격리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이 함께 뛰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코로나19 장기전에 대응하려면 크고 작은 의료기관에서 의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의사들이 일본과 미국을 부러워하지 않고 그 곳으로 떠나고 싶지 않도록, 대한민국 의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기 진작을 위한 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