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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는 어떻게 뇌 손상을 주는가?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21-02-19 06:28
    최종업데이트 2021-02-19 14:39

    사진: 'Inflammatory Leptomeningeal Cytokines Mediate COVID-19 Neurologic Symptoms in Cancer Patients' 논문의 Graphical Abstract(자료=Cancer Cell).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브레인 포그(brain fog)'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브레인 포그라는 말에서 주는 느낌처럼 마치 구름이 낀 듯 멍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인지 장애, 정신 착난과 섬망증 같은 신경학적 증상을 '코비드(COVID) 브레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코비드 브레인이나 브레인 포그의 의학 용어는 뇌병증(腦病症, encephalopathy)이다. 뇌의 질병을 의미한다. 뇌의 병변, 질병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기능 이상을 의미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두뇌까지 침범할 수 있을까? 뇌는 보통 '혈액 뇌장벽, BBB'이라는 벽을 통해 미생물과 독성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한다. 이 BBB는 두뇌와 척수를 관통하는 모세혈관의 안쪽에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 장벽을 뚫을 수 있다면 바이러스가 중추 신경계로 침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코로나19 완치 후 제거되지 않고 중추 신경계에 남아 숨어있는 'reservoir virus'가 수년 뒤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과를 포함한 대부분 의사들은 신경학적 이상이 생겨도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즉 발작이 일어나든지 떨림 증상을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저 멍한 상태로 있는 것으로만 보일 수 있다. 게다가 각종 장비와 진정제, 침대 고립 등과 같은 집중치료실의 환경은 섬망(delirium)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원인을 바이러스와 연관 짓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비록 바이러스가 폐에 끼치는 영향이 가장 즉각적이고 무섭지만 신경계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은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파괴적일 수 있다.

    2월 8일 자 Cancer Cell에 뉴욕 맨하탄의 유명한 암 병원인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Memorial Sloan Kettering, MSK) 연구진이 'Inflammatory Leptomeningeal Cytokines Mediate COVID-19 Neurologic Symptoms in Cancer Patient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수막(meninges)이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결합조직성의 피막을 말하며 뇌척수막이라고도 한다. 3겹의 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바깥 부분인 경막과 중간부분인 지주막, 3겹 중 가장 얇은 막인 연수막(leptomeningeal)으로 이뤄져 있다. 논문 제목은 이 염증성 연수막 사이토카인이 암 환자의 코로나19 뇌병변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인체의 염증 반응의 산물(유명한 '사이토카인 폭풍')의 간접적인 결과로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난다고 결론지었다.
     
    왜 암 환자들이 코로나19 연구의 대상인가? 암 환자들은 장기간의 항암, 방사선 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진 면역 손상 상태(immunocompromised state)이기 때문이다. 베이스라인이 낮은 암 환자들이기에 코로나 감염이 생기면 면역 변화를 더 잘 관찰할 수 있어 연구에 유리하다. 이번 연구는 MSK 중환자실 담당자들이 코로나19로 감염된 사람들이 섬망 증상을 보이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물어오자 여러 다른 분야 관련자들의 공동과제가 되면서 환자들의 상태를 치료하기 위한 협업으로 시작됐다.

    브레인 포그 증상은 두통, 후각 상실, 감각 이상 같은 가벼운 증상은 물론 실어증, 뇌졸중, 발작과 같은 심각한 형태로도 나타난다. 코로나19 중증을 앓았던 환자 가운데 일부는 섬망과 같은 합병증을 경험하고 혼란과 기억 상실을 포함한 인지장애가 급성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얼마 동안 지속된다는 보고들이 지난해부터 속속 나오고 있다. MSK가 첫 코비드 브레인 환자를 접했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가 뇌에 영향을 미쳐 망상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바이러스가 뇌를 BBB를 통과해 직접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염증에 따른 이차적인 결과인지 여전히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MSK 의료진은 작년 5월부터 7월까지 먼저 18명의 코로나19 호흡기 감염 암 환자들의 신경학적 검사(예를 들어 brain scan MRI, CTs, EEG monitoring)를 모두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신경학적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한 점을 관찰하지 못하자 연구자들은 13명의 환자들의 요추천자를 통해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을 수집해 분석했다. 대상 암 환자들의 중간 값은 호흡기 감염을 확인한지 57일이고 뇌 병변이 시작한지 37일이었다. 특히 CSF에 존재하는 세포 숫자, 단백질, 글루코스 양은 알려진 수치처럼 정상이었다. 먼저 코로나19의 존재를 PCR 근본으로 한 검사와 연이어 항체 검사를 통해 CSF에서 확인했으나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뇌 세포인 뉴런이나 아스트로사이트를 감염시킨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환자들이 보여주는 혼란과 기억 상실 같은 임상적인 의문을 CSF 분석을 통한 사이언스로 풀었다. MSK에서 이 연구 수행을 잘할 수 있던 또다른 이유는 바로 암 환자를 위한 CAR-T 세포 치료제의 많은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CAR-T 치료제의 임상적인 가장 큰 문제점은 면역 과다활성인 '사이토카인 방출 신드롬(Cytokine release syndrome, CRS)'이다. 암 세포 사멸을 위해 사이토카인이 CAR-T에서 분비하지만 이 부작용은 T세포가 면역 활성물질을 과다하게 방출함에 따라 일부 환자에게서 고열, 근육통, 낮은 혈압과 호흡이 나타나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이토카인 억제제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면역활성 물질인 인터루킨-6(Interleukin-6)가 높은 상태로 지속돼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그래서 코로나19 환자들이 CRS 증상을 보일 때 MSK 의료진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연구진은 CSF 분석을 제대로 하기 위해 환자를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암 환자 코로나 양성 그룹과 비교하기 위해 첫 그룹은 나이와 암의 종류가 매치되는 코로나19 음성 환자들이다. 둘째 그룹은 암 환자들 중에서 CAR-T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고 세번째 그룹은 자가면역뇌염(autoimmune encephalitis, AIE) 환자들이다. 각각 8명 안팎 4 코호트에서 12 가지 다른 염증 마커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환자들의 CSF는 지속적인 염증을 나타냈고 IFN-β와 IL-8 사이토카인 양이 혈액에 비해 매우 높았다. 노화의 마커와 신경 퇴행질환(neurodegeneration)의 전형적인 마커들도 높았다. 특히 NEFL이라는 이름의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경미세섬유로, 치매의 바이오마커로 알려진 신경미세사(Neurofilament light, NfL)도 높았다. 지금까지 이런 염증 증상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주 적은 수의 환자에서 CSF에 존재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처럼 환자군이 18명대로 큰 적은 없다. 물론 이 연구의 결론을 일반화하려면 더 많은 환자군의 결과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중추신경계(CNS)는 뇌 장벽 때문에 면역 세포에 의한 면역감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면역특권(immune privilege) 지역이라 생각됐다. 그러나 새로운 발견들이 나올 때마다 면역 시스템과 뇌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주 연구자인 Dr. Boire 연구실은 암 세포가 몸의 다른 장기에서 뇌로 전이되는 것처럼 어떻게 면역 세포가 뇌 안에서도 작용하는지 연구하고 있었기에 여러 '분자 스크린'을 사용했다. 코로나19 환자의 염증 마커와 CAR-T 치료를 받은 환자의 염증 마커가 겹치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일치하지는 않았다. 특히 CAR-T 세포 치료를 받은 후에 염증 마커들이 나타나는 시간이 코로나19에 비해 좀 느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암 환자들의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뇌병증의 발병기전은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제2형 인터페론 mediator'에 의한 지속적인 뇌염증과 그로 인한 신경 손상으로 결론지었다. 그러기에 덱사메타손 같은 스테로이드가 유용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CAR-T 치료 경험적인 처방이다.

    특히 이 환자들의 CSF에 존재하는 matrix metalloproteinase-10(MMP-10)의 양과 신경 퇴행질환의 진행 정도의 상관성이 돋보였다. 우리가 잘 몰랐던 연구 결과인 뇌 세포 볼륨의 20%를 차지하는 'extracellular matrix (ECM)'의 새로운 역할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MMP-10을 신경학적 기능 장애의 예후 바이오마커(Prognostic Biomarker)로 사용하여 연구하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감염 이후 장기적 증상을 겪는 이들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브레인 포그나 코비드 브레인이 신경 증상학적인 것을 표현한 것이지만 시간적인 표현도 존재한다. '롱 코비드(Long COVID)'라 불리는 이 같은 상태는 지속적인 사고뭉치(long-haulers)가 돼 감염 경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통계적으로 남자 중증 환자가 여자보다 많고 사망률이 높다. 반대로 왜 여자에서 ‘long-haulers’가 더 많은가? 코로나19를 경험한 후 잠깐의 산책만으로도 완전히 지친다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여러 신경 장애와 면역체계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더 추적해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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