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명예 교수이신 철학자 김형석(金亨錫) 교수는 '이 시대의 현자'라 불리는 인물이다. 1920년생으로 100세의 나이에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한겨울 수영과 산책으로 건강관리를 하신단다.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그 건강비결이 무엇일까? 김 교수는 규칙적이고 절제하는 생활과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통해 몸소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하신다. 그러나 필자가 일반인들과 달리 궁금해하는 것은 '김 교수는 어떤 유전자를 가졌을까?'다.
지난 5월 27일자 신경병리학회지(Acta Neuropathologica)에 'A nonsynonymous mutation in PLCG2 reduces the risk of Alzheimer's disease, dementia with Lewy bodies and frontotemporal dementia, and increases the likelihood of longevity'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김 교수 같이 100세(혹은 90세 이상) 노인 가운데 뇌건강도 온전한 사람의 공통적인 유전자변이를 발견한 것을 발표한 논문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병원(Amsterdam University Medical Centre, UMC)의 Henne Holstege 교수 주도하에 팀은 16개의 다른 코호트(cohort) 중 90세 이상의 장수 노인들을 대상으로 유럽과 남북 아메리카에 있는 60개 기관에서 'rs72824905-G' 돌연변이가 7개의 퇴행성뇌질환과 장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연구했다.
신경퇴행성 질환에 의한 치매 중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AD)으로 대략 70% 정도를 차지한다. 두 번째로 흔한 유형은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y, DLB)이며,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 외에 전두측두엽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가 있다.
연구자들은 4985명의 AD, 2437명의 FTD, 1446명의 DLB 같은 치매 환자 외에도, 882명의 진행성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 2만 8448명의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PD), 1만 953명의 근위축성측색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그리고 4476명의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 환자처럼 운동성 뇌질환과 각기 질병에 상응하는 컨트롤 그룹을 조사했다.
연구결과 rs72824905-G 돌연변이가 신경퇴행성 질환에 의한 치매 AD, DLB 그리고 FTD의 위험요소를 0.57, 0.54, 0.61로 낮췄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MS, ALS, PD 환자의 위험도는 많은 환자 풀(pool)에도 불구하고 줄이지 못했다. 이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90세 이상 장수자의 오즈비(OR)는 1.49이고 100세 이상 장수자는 2.36이었다. 90세인보다 100세인에게서 더 자주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Holstege 박사는 AD, FTD와 DLB같은 치매는 ALS와 MS보다 더 늦은 나이에 발병하기에 rs72824905-G 돌연변이가 노화 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추측한다. 예를 들어 돌연변이는 신경아교세포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신경섬유농축체(neurofibrillary tangle)와 시누클레인 같은 병적요인에 방어하는 기능을 더 갖춰 중추신경계의 항상성 유지 및 방어 기능을 더 잘하게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했다.
DNA는 두 쌍의 나선형 구조로 돼 있다. 즉, 한 가닥은 아버지로부터 한 가닥은 어머니로부터 동일한 염색체를 물려받는데 이를 '상동 염색체(allele)'라 부른다. 돌연변이 rs72824905-G는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은 돌연변이로 100명 중에 1명 꼴로 나타났다. 'PLCγ2'라는 단백질의 비유사돌연변이(non-synonymous mutation)로 사이토신(cytosine)에서 구아닌(guanine)으로 염기가 변해 아미노산 522번 프롤린(proline)이 아르지닌(arginine)으로 치환된(P522R) 돌연변이다. 이 돌연변이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유전적 소인을 물려 받은 '생식세포 돌연변이(germline cell mutation)'다.
이 돌연변이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요소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2년 전에 먼저 보고됐다(OR 0.68, p = 5.38 × 10e-10). PLCγ2 단백질은 신경세포에서 다양한 신호전달 경로를 매개하는 단백질로 알려졌고 특히 뇌의 신경아교세포(microglia)에서 발현이 많이 되어 있다. 그러기에 이 단백질은 AD와 연관된 면역작용과 연결돼 있다.
흥미롭게도 PLCγ2 단백질과 형제지간인 PLCγ1의 경우 전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PLCγ1이 결핍된 실험쥐의 행동분석을 통해 이 실험쥐가 조울증과 유사한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뇌연구원 현 원장인 서판길 교수 연구팀 보고에 의하면 이 실험쥐는 활동성, 식욕, 쾌락적 활동이 과도하게 높아져 있고, 기억과 학습능력도 저하돼 있었다. PLCγ1가 결핍된 흥분성 신경세포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신호를 제대로 전달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함은 하위 신호전달 체계인 세포내 칼슘조절 이상을 야기시켜 억제성 시냅스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rs72824905-G가 뇌에서 어떤 분자적인 어떤 작용을 할까? 아무 과학자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신경세포내 아교세포에서 PLCγ2는 기질인PIP2를 분해해 DAG과 IP3를 형성한다. IP3는 수용체인 IP3R에 작용해 신호전달 체계에서 세포내 칼슘을 조절한다. 필자가 추측하기로는 IP3R-dependent 칼슘방출에 필수적인 Lyn–Syk–SLP76–PLCγ2 경로 의존적이고 또한 MAPK/ERK 활성화에 의존적인 현상일 것 같다.
면역반응 중 세포 내 IP3R-dependent 칼슘의 변화와 작용은 transcription-independent한 early signaling(예: T 세포)과 transcription-dependent한 late signaling(예: 수지상세포)으로 나눠진다. 면역세포의 종류에 따라 면역반응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처럼 앞으로 신경염증을 제거하는 신면역세포 'DAM, disease microglia'의 역할과 PLCγ2의 뇌 안에서 작용에 대한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김형석 교수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이번 논문에서 발견된 100세의 노인들과 같이 rs72824905-G를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이번 연구를 통해서 100세의 장수 노인들은 이 돌연변이가 더 풍성하며 뇌신경질환에 걸린 환자들은 이 돌연변이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돌연변이를 가졌을까 알고 싶지만 미리 아는 것이 약일지 독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규칙적이고 절제하는 생활과 열정적으로 일하는 100세 장수인 김 교수의 모습을 따라가는 것이 정신건강과 장수에 우선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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