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을 패싱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미용·성형 분야로 일찌감치 뛰어드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가 되려면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까지 4~5년동안 수련병원에서 교육을 받고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국가고시만 합격하면 바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수련이 필수는 아니다.
이 같은 수련 패싱 추세는 장기적으로 필수과 인력 부족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 안전 측면에서도 우려가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젊은 의사들 가운데 전공의 수련 과정을 밟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수련 기피 현상은 최고 인기과인 성형외과에서도 체감할 정도다. 굳이 힘든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일선 성형외과 개원가에서 경험을 쌓고 개업을 하면 간단한 시술을 하면서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련 과정 패싱 추세가 필수과들의 인력 부족과도 직결된다는 점이다. 젊은 의사들이 미래가 불투명한 필수과 전문의 자격을 고생해가며 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소재 A대학병원 병원장은 “성형외과도 최근에는 성적이 최상위권인 사람들은 많이 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굳이 성형외과에서 어려운 수련을 받지 않더라도 개원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수술을 못해서 돈을 좀 덜 벌더라도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쁘띠 성형을 하면서 지내길 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필수의료 위기도 같은 맥락이다. 필수과 전문의 자격을 따고 나와도 어차피 그 전공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다보니 그럴 바에 필수과를 굳이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젊은 의사들에게 물어보니 결국 수련받느라 3~4년가량 개원만 늦어지는 거라고 하더라. 요즘은 의사 자격증이 나오면 바로 개원하거나 개원가에 취직해서 1~2년 근무하고 자기 병원을 개원하는 트랙이 생겨버렸다”고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수련을 받는 것 자체가 공공성을 가지게 된 만큼 수련 과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 지원 여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필수·중증 영역에서 일정 수준의 전문의 인력은 국가 차원에서도 확보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며 “수련을 받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젊은 나이에 4~5년의 시간을 더 들여가며 열악한 근무 환경을 견디는 것 자체가 공공성 있는 트랙을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협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연속근무 제도 개선과 수련 비용 지원도 결국은 젊은 의사들이 열악한 수련환경 때문에 수련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가 공공성 차원에서 같이 고민을 해야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수련을 받지 않은 의사들은 임상 술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개원을 하다보니 환자 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의사면허 획득 후에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수련을 받게 하고 수련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의학한림원 한희철 부원장은 “일본은 면허를 받아도 바로 개원을 할 수 없고 2년 동안 병원에서 일반적인 임상 기술을 배우게 하는데, 교육비는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며 “의대를 졸업한 후에 바로 개원을 해 의료행위를 하면 사고 우려가 있으니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의가 되기위한 과정을 밟는 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전문의들이 환자를 본다는 점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도 전공의 교육 과정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