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응급의료취약지와 휴일·야간 등의 예외적 허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6개월 이내 대면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는 질환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되며 그간 섬·벽지로 한정됐던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대상도 98개 시‧군‧구가 추가돼 확대된다.
1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서울정부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박 차관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됐다. 그간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국민의 편의 증진과 함께 안전성도 강화해달라는 각계의 의견과 민원이 있었다"며 "자문단과 공청회 등을 통해 보완방안을 논의한 결과,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서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범위에서 국민의 의료접근성 강화와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이번 보완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 경험자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아온 의료기관에서 받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통해 환자의 진료 이력이 관리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의료접근성이 낮을 경우는 국민 수요를 반영해 일정 기간의 대면진료 경험이 없어도 예외적으로 비대면진료가 허용된다. 이 경우에도 환자의 상태가 대면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에는 대면진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원칙과 방향성 하에 정한 비대며진료 시범사업 확대 방침을 공개했다.
먼저 복지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상환자 범위를 조정하기로 했다.
그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는 경우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했다. 또한 '만성질환'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료 산정이 가능한 11개 질환에만 국한돼 있다.
박 차관은 "이로 인해 환자가 어떤 질환에 해당하는지를 비대면진료 예약접수 시에는 알기 어렵고 진료를 해야만 확정할 수 있어 의료현장에서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인지 판단에 어려움과 분쟁의 소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는 다니던 의료기관의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경우, 질환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통일하기로 했다.
또 복지부는 의료취약지역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보험료 경감 고시'에 규정된 섬‧벽지 지역만 의료취약지역으로 규정해 비대면진료를 허용해왔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의료취약지역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해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 대면진료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현행 기준에 따르면 의료접근성이 전반적으로 낮은 전남 신안군에서도 재원도는 포함되고 임자도는 포함되지 않는 등 동일 지자체 내에서도 비대면진료 대상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 기반시설(인프라)이 부족해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비대면진료의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의 범위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을 추가해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로써 인천 강화군 등 응급의료취약지 98개 시군구가 의료취약지에 추가된다.
마지막으로 복지부는 연휴 기간, 공휴일, 야간 등 의료취약 시간대의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박 차관은 "휴일이나 야간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문을 닫아 아이를 기르는 부모와 병원 진료를 위해 연가를 내야만 하는 직장인 등은 제때 진료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휴일·야간 의료취약 시간대에 한해 진료 이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비대면진료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의료취약 시간대의 수요를 고려해 휴일‧야간 시간대에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기준을 현행 18세 미만 소아에서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보완으로 18세 미만 소아도 의사가 비대면진료 후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처방이 가능해진다.
이로써, 환자의 증상과 상태 변화에 대해 최소한 의사와 상담을 하고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거나, 다니던 의원의 진료 개시 전까지 진료, 처방, 투약 등 적절한 조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처방된 의약품은 약국 방문수령 원칙이 유지되며, 재택수령 대상자도 현행 지침대로 제한된다.
의사 비대면진료 부적합환자 진료거부 가능…오‧남용 의약품 방지책 만들어 내달 시행
이날 박민수 차관은 안전하게 비대면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전성 강화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첫 째는 의사의 대면진료 요구권 명확화다.
먼저 복지부는 의사가 의학적 판단으로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지침에 명시했다. 대면진료를 위한 의료기관 방문 권유, 비대면진료 후 처방 여부 등은 전적으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며, 환자의 요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둘 째는 오‧남용 의약품 관리 강화다.
박 차관은 "현재 비대면진료 시 마약류나 오·남용 의약품의 처방은 불가하다. 현장 건의사항 중 사후피임,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약은 오·남용 우려가 커서 처방 제한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요구가 있었다"며 "이에 고용량 호르몬 제제로 부작용 우려가 큰 사후피임약은 처방을 제한하여 대면으로 의사의 상담과 약사의 복약 지도하에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향후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도 안전성 관리를 위해 과학적 근거, 해외 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셋 째는 처방전 위‧변조 방지다.
비대면진료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진료방식의 특성상 진료 후 처방전을 팩스, 이메일 등으로 약국으로 전송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팩스를 통한 복사본 처방전과 이메일 등을 통한 이미지 처방전은 종이 처방전에 비해 위‧변조 및 재사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처방전 위‧변조를 통한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 처방전은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직접 전송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앱을 이용하여 처방전을 전달하는 경우에는 환자가 원본 처방전(PDF 등 이미지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없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처방전 위‧변조 문제는 근본적인 처방정보 전달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므로 의약계, 앱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중장기 개선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보완방안은 12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의료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기존 시범사업 내용 대비 변경된 사항에 대해 집중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실시현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시범사업 지침을 위반한 경우 급여 청구액 삭감, 사후관리를 통한 환수 등 제재 조치 중이다.
또한, 9월 1일부터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환자, 의료인, 약사 등이 시범사업 참여 과정에서 지침이 준수되지 않는 사례를 인지한 경우에는 보건복지부 상담센터(129)에 신고할 수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보완방안은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비해 시범사업을 통한 적절한 진료 모형과 실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의 편의성 증진과 안전성 강화를 목표로 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의료진의 판단에 근거한 비대면진료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