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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대선·규제 변화, 국내 제약업계 득일까 실일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국내 의약품 미국 유통 시장 진출 전략 보고서' 통해 IRA·생물보안법·대선 정책 분석

    기사입력시간 2024-09-30 08:56
    최종업데이트 2024-09-30 08:5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인플레이션 감축법, 생물보안법 등 미국의 규제 변화가 국내 제약업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 제약 시장이 글로벌 기술의 표준을 선도하는 만큼 국내 제약업계는 미국의 대선 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의약품 미국 유통 시장 진출 전략 보고서'를 통해 최근 시행된 IRA부터 추진되고 있는 생물보안법이 미국부터 국내 제약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했다. 또한 다가오는 미국 대선 후보의 제약 산업 관련 정책을 비교·분석했다.

    IRA 시행, R&D 감소로 이어진다…저분자 의약품 비중 줄고 희귀의약품 늘어날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은 미국 공보험 메디케어 보장 대상이 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에 대한 R&D 투자 감소와 저분자 의약품의 R&D 축소 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바이오 의약품, 단일 적응증 희귀 의약품 등의 선호는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022년 발효된 IRA는 미국 보험청(CMS)에 메디케어 하에서 특정 고가 처방약의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과거에는 메디케어현대화법(MMA)에 따라 정부는 메디케어 Part D(외래 처방약 보장 프로그램)와 관련해 제약회사와 직접 가격을 협상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IRA 시행에 따라 직접 가격 협상이 가능해졌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메디케어 수혜자의 의약품 비용 절감을 도출할 계획이다.

    메디케어 의약품 가격 협상(MDPN)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협상 대상은 ▲저분자 의약품에 대한 최초 NDA FDA 승인 이후 최소 7년(적용 면제 기준 9년) ▲생물의약품에 대한 최초 BLA FDA 승인 이후 최소 9년(적용 면제 기준 13년) 등의 기준에 따라 선정된다.

    단 희귀의약품과 저비용 메디케어 의약품, 혈장분획 제제는 제외된다. 소규모 생명공학 기업도 협상에서 제외된다. 제외 조항이 모든 희귀의약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특정한 사용이나 질환에만 적용된다. 저비용 메디케어 의약품은 연간 지출이 2억 달러 미만인 의약품을 의미하며, 이 기준은 향후 인플레이션에 따라 조정된다.

    이뿐 아니라 제네릭 또는 바이오시밀러가 판매 중이면 협상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또 바이오시밀러가 2년 이내 출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CMS에 협상 대상 선정 지연을 요청할 수 있다. 단 2년 내 해당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을 경우, 지연 요청을 한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는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외에도 IRA에는 의약품 제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메디케어 Part D 혜택 재편성 ▲Out-of-Pocket 비용 한도 ▲인슐린 ▲백신 ▲바이오시밀러 ▲새로운 메디케어 인플레이션 리베이트 프로그램 등에 대한 주요 조항이 있다.

    이에 제약업계에서는 R&D 포트폴리오 개발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면제 기간의 차이로 저분자 의약품의 개발 둔화가 예상된다.

    협회는 "NDA로 허가받은 저분자 의약품은 FDA 승인 이후 9년이 지나면 가격 협상에 나서야 한다. 반면 BLA로 허가받은 생물의약품은 13년간 면제 받는다. 이 기간 차이로 저분자 의약품에 비해 생물의약품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분자 의약품의 줄어든 특허 보호 기간은 업계 전반의 수익을 최대 8%까지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회는 "IRA는 FDA 승인을 받은 후 새로운 적응증이나 다른 질환 치료를 위한 추가적인 R&D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며 "IRA가 단일 적응증 희귀의약품을 가격 협상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많은 제조사가 여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제조사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면제 기간을 활용한 출시 지연 등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전했다. 협회는 "단순히 출시를 지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적응증에 대한 임상 시험을 동시 진행해 단일 제품에 더 큰 투자에 집중할 것이다. 특히 첫 번째 적응증의 시장 규모가 작은 제품의 경우, 면제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미국 출시를 지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협회는 "IRA는 제약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메디케어 보장 대상이 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에 대한 R&D 투자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IRA는 제약 업계에 이미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제약협회(PhRMA)는 IRA가 이미 R&D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PhRMA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원사 78%는 초기 단계의 파이프라인 개발을 취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회원사 63%는 저분자 의약품에 대한 R&D 집중도를 낮추고 다른 분야로 옮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원사 95%는 정부의 가격 책정에 따라야 하는 만큼 약물의 새로운 용도 개발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심혈관, 정신 건강, 신경학, 감염성 질환, 암·희귀질환 분야에서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행 중인 기업의 82%는 R&D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생물보안법 도입으로 국내 제약사 기회 얻었지만, 일부 '부담'도

    미국의 생물보안법 발의가 국내 제약기업에 호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바이오 벤처는 재정적 부담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으로 2024년 1월 미국 하원과 상원에 제출됐다.

    해당 법안은 BGI 그룹, 컴플리트 지노믹스(Complete Genomics), 우시 앱택(Wuxi AppTec), 우시 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와 해당 기업의 자회사, 계열사와의 협력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기반 회사와 협력하는 미국 제약사의 중국 기업에 대 신뢰도는 급감했다. 실제로 글로벌 전략컨설팅기업 LEK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안 도입 이후 미국 제약사의 신뢰도는 30%에서 50%까지 감소했다. 응답자의 68%는 규제 준수와 법적 요구 사항을 강화하고, 공급업체 다양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 제약사에는 기회가 열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어려운 만큼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회사가 중국 CDMO 대안으로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모색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에스티팜은 최근 글로벌 10대 제조사와 원료 생산 계약을 수주하는 등 기존 중국이 수주한 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바이오 벤처는 재정적 부담을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협회는 "2022년 이후 약 80%의 CDMO가 최대 20%까지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보고됐다"며 "바이오 벤처는 파이프라인 당 100~2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비임상과 초기임상 개발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CDMO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번 생물보안법으로 이들과 협력이 어려워지면서 바이오 벤처에게는 큰 재정적 부담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법안이 공식적으로 통과된 상태는 아니다"라며 "향후 적용 범위가 확대 혹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법안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의약품 미국 유통 시장 진출 전략 보고서 중 일부.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美 대선, 약가인하 추진 불가피…정부의 적극 개입 vs 시장 경쟁 우선

    미국 대선이 1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국내 제약 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계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11월 5일 치러질 예정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는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을 이어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집권 당시 추진했던 정책을 복원하거나 민주단 정권에서 확대된 정책을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세부 정책은 다르지만, 약가인하를 의료 비용 축소의 일환으로 추진한다는 방향성은 동일하다. 민주당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협상을 지지하고 있으며, 공화당은 시장 경쟁과 국제적 가격 참조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협회는 "해리스 행정부의 예상 정책을 살펴보면 메디케어 협상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연간 20개의 의약품으로 제한된 메디케어가 협상할 수 있는 연간 의약품 수를 최대 50개로 늘리려고 한다. 이뿐 아니라 IRA 하에 제공된 확장된 보조금을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해리스 정부가 현재 알려진 바이든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분석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 시장 경쟁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경쟁을 촉진하고 약가인하 경쟁을 높일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원은 일부 IRA 폐기 부분에 관심을 표한 만큼 특정 IRA 조항을 폐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재정 지원을 삭감하고 최혜국 정책을 부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최혜국(MFN) 의약품 가격 책정 정책은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서 의약품 최저가에 맞춰 약가를 책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MFN 정책의 핵심은 경제 규모가 유사한 OECD 국가에서 최저가를 기반으로 GDP 차이를 보정해 메디케어 환급 지급액의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정책 초기에는 메디케어 Part B 의약품에 집중됐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메디케어 Part D 의약품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제약업계의 강한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시행하지 못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MFN 모델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