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현우 인턴기자 가천의대 본3] 지난달 24일 새벽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국내 최대의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가 뇌출혈 증상을 보였고, 당시 응급실로 보내졌으나 응급 수술을 할 인력이 없었다.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특히 병원 내에서 일하던 직원의 사연이라 그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환자를 위해 하루하루를 희생하지만 막상 자신은 지키지 못한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결책을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병원의 미숙한 대응으로 보고 끝낼 수도 있다. 이렇게만 한정한다면 오히려 병원 인력을 배분하고 수술방을 운영하는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이다. 하지만 사건을 다시 천천히 들여다볼수록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 드러난다.
사건의 진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단 한번의 '왜 그런 일이 일어났지?'라는 질문으로는 부족하다. 왜 인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을까? 왜 수술방이 꽉 찰 수밖에 있었을까? 이는 여유 인력과 수술방을 마련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수술인력과 수술방을 여유롭게 남겨두는 것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료행위를 실제로 하지 않았는데도 보상을 지불한다는 점이 납득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떠한 의료행위를 하며 일어난 일에 대처하는 일만큼 가치 있는 일은 바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사전에 예방하고 준비하는 일이다.
특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막지 못했을 때의 결과가 치명적이지 않는다면 모를까, 여기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은 한 사람의 죽음이다.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치명적인 일에 대한 예방은 가치 있는 일이고, 이에 대한 보상도 반드시 지불돼야 한다.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어느 의료기관이 수술방과 수술인력을 놀리겠는가?
둘째는,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병원은 많은 의료인을 고용할 여유가 없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하려면 당장 주어진 의료행위없이 대기하는 인력을 배치하기 어렵다. 또한 하나의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가 낮기 때문에 병원은 박리다매 전략을 펼칠 수 밖에 없다. 단가가 낮으면 여러 번의 의료행위를 반복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어 항상 모든 수술방에서 촘촘한 일정대로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셋째는, 3차 병원 쏠림 현상으로 대형병원이 많은 환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뛰어난 의료 접근성과 낮은 의료비가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양질의 의료 서비스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대형병원의 인프라와 인력은 그러한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형병원의 서비스가 그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제공되며, 필연적으로 서비스가 간절한 환자들이 외면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이러한 비극은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으로부터 유래한다. 따라서 결론은 의료시스템을 바꾸고, 꼭 필요한 의료행위를 위한 재정 지원을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가 책정할 수 있는 예산에는 한계가 있고, 과연 이 일이 다른 일보다 우선적으로 예산을 책정할 정도로 중요한지는 다시 고민해볼 문제다. 그럼에도 한 간호사의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안겨주었다.
한 의료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 그의 죽음을 존중하고 추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