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가협상에서 공급자가 매번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 이번 수가협상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이번에야말로 적정수가를 이뤄 개원가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김동석 의원급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단장,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오늘(6일) 각 단체장 상견례를 시작으로 앞으로 본격적인 수가협상이 진행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어느 때보다 의료계 수가 인상폭에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되면서 건강보험료 인상폭에 제한이 예상되다 보니 예년 보다 많은 폭의 인상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그동안 의원급 수가협상을 담당해 왔던 대한의사협회는 전임 최대집 회장 임기 당시 3년 연속 수가협상 결렬 사태를 맞으며 사실상 수가협상에 있어 낙제점을 받은 상태다. 2019년 의협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까지 선언하며 버텼지만 2.7% 인상에 그쳤고 2020년 2.9%, 2021년 2.4% 수가 인상에 만족해야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이같은 난국에 의원급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단장을 맡게 됐다. 그는 누구도 이 같은 상황에서 쉽게 협상 단장을 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김 단장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을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다"며 "그러나 대개협이 의원급 수가협상을 맡게 된 것은 의료계에 있어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고 나 또한 그런 주장을 해왔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협상을 이끌게 됐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변화된 협상 전략도 언급했다. 김 단장은 적정수가를 통한 올바른 일차의료시스템 구축과 필수진료과들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수가 인상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이와 더불어 횟수로 2년째 코로나19가 강타한 의원급 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해선 이제야말로 적정수가 체계를 만들어 제대로 된 선진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김 단장의 견해다.
그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개원가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 개원가는 환자도 줄고 방역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20년 3분기(코로나19 이후) 진료비 주요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분기(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의료기관 내원일수가 12.11% 줄었다.
이 중 의원급 의료기관은 내원일수가 13.05%가 감소했고 더불어 원외처방 횟수(-14.77%)와 명세서건수(-12.79%) 역시 대폭 줄었다. 특히 의원급 중에서도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의 하락세가 가장 크다. 소청과는 내원일수가 44.9% 감소했고 이비인후과도 내원일수가 29.7%나 줄었다.
김 단장은 "지금까지 한국 의료는 원가 이하 수가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올해도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필수진료과목들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번에야 말로 적정수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적정수가의 기틀을 만드는 방향으로 설득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협상 틀도 좀 바꿔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매번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협상이 진행됐다"며 "매번 협상이 결렬되고 있는데 총 협상 결렬 횟수와 결렬에 따른 인상분 등을 철저히 따져 협상다운 협상을 진행하겠다. 어려운 개원가에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개협이 올해 처음 중심이 돼 수가협상에 참여하게 됐지만 의협도 물밑에서 협상에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다. 수가협상 권한은 대개협에 있지만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약단체장-공단이사장 간담회 등에 계약당사자 신분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지난달 28일 수가협상과 관련해 의협 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미 그 전부터 단장으로 내정돼 있었기 때문에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었다"며 "합리적인 적정수가 제시를 위한 다각도의 통계분석과 근거자료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5월 10일 협상단을 포함해 자문단까지 모두 꾸려진 상태에서 첫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원유형 수가협상단 위원은 대개협 좌훈정 기획부회장, 조정호 보험이사, 대한내과의사회 강창원 보험부회장이 맡게됐다. 향후 자문단은 전국광역시도의사회에서 2~3인, 대개협에서 2~3인, 의료정책연구소 2인, 의협 보험 담당 임원 2인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 단장은 "올해 꾸려진 나를 포함한 협상단 위원들은 모두 수가 협상 유경험자로 의료계 내에서 인정 받은 인물들"이라며 "이미 오래 전부터 수가협상을 위해 준비해 온 만큼 협상위원 및 자문단과 함께 적정수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