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스스로 의학의 기본원칙을 무너뜨린 참담한 현실 속에 있지만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우리 스스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
주사기 재사용, 자가혈주사(PRP)를 통한 집단 C형간염 감염 사태가 발발한 가운데, 정숙향 대한간학회 가이드라인개정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은 12일 '2016 간학회 춘계 싱글토픽 심포지엄(전남의대)'에서 이 같이 주문했다.
새로운 C형간염 가이드라인을 소개하기 위해 이날 강단에 선 정 교수는 소개에 앞서, 자신이 진료한 환자 사례를 예로 들며, 이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57세의 한 남자 환자는 동네 정형외과에서 무릎관절에 자가혈주사(platelet-rich plasma, PRP) 요법을 3~4회 받은 후 간수치(ALT)가 476으로 올라 급성 C형간염으로 진단됐다.
정 교수는 "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PRP가 뭔지 찾아봤더니 대중적인 요법이더라. 하지만 위험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의료인들이 주사기를 재사용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멀티 도오즈 바이알'을 통한 감염은 전세계적으로 많이 보고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주지했다.
그는 "헤파린과 펜타닐의 경우 한 바이알에 50인 사용량이 들어있는 멀티 도오즈 바이알이 많다"면서 "복잡하고 바쁜 의료현실 속에서 이 바이알을 여러번 빼 쓰다가 어쩌다 시린지를 갈지 않으면, 오염된 시린지를 다시 쓸 때 남아있는 바이알 전체가 오염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그 다음에는 시린지를 새 것으로 교체해도 다시 감염되는 악순환"이라며 "현직 의사뿐 아니라 의대 학생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은 기존 약보다 치료효과를 크게 높인 새로운 C형간염 경구용 약물(Direct Acting Antivirals, DAA)과 그 치료법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다.
그 치료법이 반영된 새로운 '진료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면서 정 교수는 의료인이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을 주지했다.
주의해야 할 첫 번째는 약제 내성검사다. DAA에 내성을 보이는 아미노산 변이가 발견, 일부 약제는 치료 전 내성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유전자형 1b형에 많이 쓰는 다클라타스비르(제품명 다클린자)와 아수나프레비르(제품명 순베프라) 병합요법은 NS5A 부위 L31I 또는 Y93H 변이가 있으면 인터페론보다 못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변이검사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약물 상호작용.
정 교수는 "DAA는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특히 소포스부비르(단독제품 소발디, 복합제 하보니)를 항부정맥제인 아미오다론과 병용하는 것은 금기다. 병용할 때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주의깊은 복용법 설명도 필요하다"면서 "병용요법 중 다클라타스비르는 하루 한 번, 아수나프레비르는 두 번 복용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환자들이 헷갈려하며 반대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지침에 기술되지 않은 부분 중에서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MSD의 그라조프레비르+엘바스비르 12주 요법을, 이 환자 중 유전자형 1b형에게는 애브비의 OPD+D 요법(ombitasvir‧paritaprevir‧ritonavir정, dasabuvir정)을 권고했다.
정 교수는 "DAA로 치료반응률(SVR)이 높아졌지만 모든 환자에게 SVR이 완치와 동일어는 아니다"면서 "특히 고령환자에게는 추가 모니터링과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