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선별집중심사에 포함된 ‘검사 다종(15종 이상)’ 항목에 대한 개원가의 극렬한 반발에도 일률적으로 다수의 검사를 시행하는 청구 경향을 중재하기 위함이라며 계속 추진의 뜻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심평원은 일명 ‘의료쇼핑’으로 불리는 의료 과다 이용관리에 대해서도 강조하면서 신경차단술, 향정신성의약품, CT 등 과도한 의료이용 항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적정 의료이용을 추진할 방침이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과 심사운영실 안유미 실장이 전문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선별집중심사 ‘검사 다종’ 항목, 검사 다빈도로 시행하는 기관 선정해 중재하는 것이 목적”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심평원의 2025년 선별집중심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안 실장은 “2025년 선별집중심사 신규 항목은 진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거나, 방사선 피폭 등 환자 안전과 직결되고, 오남용 가능성 등 적정진료 유도가 필요한 항목으로 선정됐다. 해당 항목으로는 뇌성나트륨이뇨 펩타이드 검사, 증상 및 행동평가척도검사, 일반전산화단층영상진단(2부위 이상) 등 7개 항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선별집중심사에서 제외된 관절 조영 등 10개 항목은 다양한 중재활동을 통해 청구 건수가 대폭 감소했고, 급여기준에 적합하게 청구하는 등 진료 경향이 개선돼 선별집중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선별집중심사 항목에서는 제외되더라도 각 항목별 심사 기준에 맞게 청구됐는지 여부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심평원이 선별집중심사에 다종 검사 등을 선정하면서 의료계로의 반발을 사고 있는 데 대한 심평원의 답변이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월 25일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에서 대개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선별집중심사 항목에 '검사 다종(15종 이상)'을 포함한 데 대해 검사 항목 수 기준으로 진료를 제한하는 행태에 대해 진료권 침해라고 철회를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안과의사회는 O검사(안구광학단층촬영) 관련 고용의사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실시 건수 증가에 대해 주의 공문을 보낸 심평원을 비판하는 등 선별 집중심사가 의료 임상현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의료계를 과잉진료로 몰아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실장은 “안과의사회가 제기한 안구광학단층촬영은 망막분야, 시신경분야, 녹내장 질환의 진단 또는 치료 효과 판정을 위해 시행하는 검사로, 이 외에 시행하는 경우는 비급여 대상이다”라며 “해당 검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6% 증가하고 있고, 일부 요양기관에서 급여기준에서 정한 적응증 이외 상병에 시행하거나 매주 양안에 검사를 시행하는 등의 청구 경향이 나타나 2023년부터 선별집중심사 항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사 다종 항목은 그간 외래 검사 청구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일부 요양기관에서 20개 이상의 상병을 기재하고 일률적으로 다수 검사를 실시하는 등 청구 경향이 나타나 2025년도 선별집중심사 항목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즉 선별집중심사의 취지는 요양기관이 자율적으로 진료를 개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사전 예방하는 것으로 검사 다종 항목을 무조건 심사 조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15종 이상 검사를 다빈도로 시행하는 기관을 선정해 중재함으로써 요양기관 스스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안 실장은 “심평원은 요양기관별 청구 경향 등을 분석해 불필요한 검사를 일률적으로 실시하는 기관에 대해 안내문 발송 등 중재 및 심사를 할 예정이며 중재 대상 요양기관 선정 시 요양기관의 현황 변동 등을 고려해 정교하게 선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개원가는 단순 감염 환자에게 시행하는 기본 검사조차도 15종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별집중심사로 인해 필수의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강 원장은 “선별집중심사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큰 것을 알고 있다. 15종 이상 검사를 했다고 무조건 심사 조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불필요하게 2~30종 이상의 검사를 하는 경우는 진료를 본 것인지 검진을 한 것인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선별집중심사로 모두 삭감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근거를 마련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의료계도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내과학회와도 간담회도 진행해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의료 과다 이용, 건보재정 낭비 등 초래…급여기준 마련, 실시간 의료이용 확인시스템 개발
심사운영실은 의료 과다 이용관리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안 실장은 “의료과다이용은 건보재정 낭비 뿐 아니라 빈번한 진통제 투여로 인한 약물 중독, 과다한 CT 촬영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 등 환자 안전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며 “심평원은 환자안전 및 과도한 의료이용을 방지하기 위해 2025년 2월부터 적정의료이용추진본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진 본부에서는 환자안전 제고를 위해 관리가 필요한 항목을 발굴하고, 항목별로 체계적인 이용관리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약물중독, 방사선 피폭 등 환자안전 관련 항목과 만성통증에 과다하게 실시되는 신경차단술 등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항목에 대한 관리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심평원은 관리가 필요한 항목에 대한 급여기준을 마련하고 실시간 의료이용 내역 확인시스템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강 원장 역시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의료쇼핑이 심각한 문제다. 365회 이상 외래진료를 이용하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이러한 의료 과다이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세한 지침이 필요하다”며 “현재 신경차단술, 향정신성의약품, CT 등 항목마다 지침을 마련하는 팀을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향정신성은 DUR 시스템을 의무화해야 이 사람이 얼마나 적정한 용량을 먹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신경차단술은 신경 부위마다 차단술을 할 수 있어서 통합적 기준이나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 CT 역시 적응증은 있지만 몇 회라는 기준은 없어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료 제출 행정 부담 해소 위해 심사 참고 요청 자료 목록 430개 항목→221개 항목 줄여
한편 심평원은 먼저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자료 제출에 대한 행정 부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말 요양기관이 진료비 청구 시 제출해야 하는 심사 참고 요청 자료 목록을 축소한 것을 홍보했다.
안 실장은 “심사운영실은 요양기관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4년 하반기부터 요청 자료 목록을 축소, 통합, 삭제 하는 등 심사 시 필요한 핵심 자료만 요청하도록 심사 참고자료 목록을 정비해 기존 430개 항목에서 221개 항목으로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동안 심평원은 의료기관에 요양급여비용의 적정성 심사 증빈 자료로써 진료기록지, 경과기록지, 마취기록지, 영상자료 등 많은 자료를 요청했다.
안 실장은 “병원들의 자료 제출 시 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요양기관에 보내는 자료요청 문서에 요청 사유를 명확하게 기재토록 서식을 개선해 요양기관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