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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심부전학회 "치료도 제도도 재정비 필요"…GRADE 적용·국가관리 사각지대 개선 촉구

    진료지침에 환자 체감효과·선호·비용까지 반영…"심뇌법 하위법령·상급종병 적합질환군에 심부전 포함해야"

    기사입력시간 2026-09-12 06:21
    최종업데이트 2026-09-12 06:21

    대한심부전학회가 11일 'Heart Failure Seoul 2026'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대한심부전학회가 심부전 진료지침 개정 작업에서 8개 핵심질문에 국제 표준 근거평가 체계인 GRADE를 적용한다. 임상시험 결과뿐 아니라 환자가 체감하는 치료효과와 선호, 비용·형평성까지 권고 판단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학회는 심부전을 심뇌법 후속 하위법령의 국가관리 대상질환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적합질환군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부전 환자가 실제 진료현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현재 제도에서는 그 중증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심부전학회는 11일 'Heart Failure Seoul 2026'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진료지침 개정과 제도 개선 방향을 소개했다.
     
    이상언 진료지침이사 발표자료 중 일부.

    임상시험 결과 넘어 환자 체감효과까지…진료지침에 'GRADE' 적용

    학회는 현재 심부전 진료지침 개정 과정에서 8개 핵심질문에 GRADE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 심부전 분야에서는 2025년 캐나다심혈관학회에 이어 아시아에서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검토 대상에는 박출률이 회복된 심부전(HFimpEF)의 치료 유지·감량을 비롯해 박출률 보존·경도감소 심부전(HFpEF/HFmrEF)에서 SGLT2 억제제와 ARNI, 피네레논, 비만 동반 환자의 GLP-1 작용제 사용 등이 포함됐다. ATTR 심장아밀로이드증 치료와 급성심부전에서 SGLT2 억제제·ARNI 조기 시작도 다룬다.

    기존 방식과의 가장 큰 차이는 '임상시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왔는지'만으로 권고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 대상과 실제 치료받는 환자의 차이, 개별 임상결과의 효과,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 목표와 비용·형평성 등을 함께 고려한다.

    이상언 진료지침이사는 심부전 임상시험에서 흔히 사용하는 복합평가지표를 예로 들었다. 심혈관 사망과 심부전 악화·입원 등을 하나의 지표로 묶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하더라도 각각의 결과가 모두 개선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결국 환자가 그 차이를 크게 느낄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통계적 유의성과 임상적 중요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회는 이번 지침 개발 과정에서 심부전 환자의 선호도를 직접 조사했다. 치료 목표를 가중점수로 평가한 결과 환자들은 '증상 개선'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꼽았다. 이 이사는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아웃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생존 연장이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물어봤을 때는 증상 개선이 가장 중요한 건강 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심부전 증상과 삶의 질을 평가하는 KCCQ는 문헌상 MCID가 5점이지만, 응답자의 60.2%가 10점 이상 개선돼야 의미 있다고 답했다. 6분 보행거리 역시 문헌상 MCID 30m보다 큰 50m 이상의 개선을 요구한 환자가 61.3%였다. 입원 감소는 64.8%가 최소 20% 이상 줄어야 한다고 답했다.

    학회는 이러한 환자 선호와 함께 치료에 필요한 자원, 수용성, 형평성 등을 종합해 권고 방향과 강도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개별 치료에 대한 최종 권고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 이사는 질의응답에서 "오늘 말씀드린 것은 방법론에 대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결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검토와 유관 학회 등의 절차를 거쳐 연내 결과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해영 정책이사 발표자료 중 일부.

    "심뇌법·상급종병 적합질환군에 '심부전' 포함해야"

    학회는 심부전이 국가 관리체계에서 빠져 있는 제도적 공백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하위법령을 통해 국가관리 대상질환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심부전은 법률에 직접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학회는 후속 하위법령에 심부전을 국가관리 대상질환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해영 정책이사는 "국가 심뇌혈관질환 정책이 5년 단위 종합계획에 따라 추진되지만, 현재 제2차 종합계획의 115개 추진과제 가운데 심부전은 심혈관질환 이후 후유증·합병증 관리와 관련한 한 개 과제에 간접적으로만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진료체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순환기내과 입원환자의 34%가 심부전 환자였지만 심부전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서 활용되는 적합질환군에 별도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이 이사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비율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심부전이 적합질환군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실제 입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심부전을 시행령에 포함하는 것은 학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증 심부전 환자가 적절한 시점에 입원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향후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 참여해 심부전을 국가관리 대상질환으로 명시하고,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군에서도 심부전의 위치를 재검토하도록 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학회는 제도 개편 추진과 함께 심부전의 조기 발견과 악화 예방을 위한 인식 개선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심부전주간에는 호흡곤란 등 주요 증상을 알리는 '호호호 캠페인'을 진행하고 전국 14개 종합병원·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시민강좌를 열었다. 심부전 환자의 감염이 급성 악화와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백신 접종에 대한 의료진 교육도 강화했다.

    이뿐 아니라 말기 심부전 환자를 위해서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뇌사 장기기증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경희 사회봉사·공헌위원회 간사는 "심장은 신장이나 간과 달리 생체기증이 불가능한 만큼 의료현장에서 뇌사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제때 인지해 전문기관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