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인보사 사태, 사이언스는 의심의 문화가 바탕이다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2019-04-26 06:10
    최종업데이트 2019-04-26 09:5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이번에 필자가 출간한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 Back to BASIC' 서문을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고, 여러 대중적 저작물들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힘쓴 파인만 박사(Dr. Richard Feynman)의 촌철 명언으로 시작했다.

    "Religion is a culture of faith; science is a culture of doubt."

    종교는 믿음이란 문화가 바탕이고 과학은 의심이란 문화가 바탕이다. 나의 일상은 대학을 생화학과로 들어가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종교와 과학 모두가 나의 바탕이 됐다. 물론 설명이나 데이터가 의심이 들 때는 철저히 따져보는 것이 주가 되지만, 종교의 문화처럼 나는 과학도 의심에 앞서 먼저 믿음을 바탕으로 생각한다. 나의 가설에 대한 자기 믿음과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을 때 그 위에 덧입혀진 올바른 비판은 큰 힘이 된다.

    그러나 규제는 또다른 영역이다. 규제기관의 역할은 철저히 의심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은 바이오제약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보건에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증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이기 때문에 약품의 안전성이 가장 우선순위이다. 안전하고 효능이 뛰어나면서 품질이 확보된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선진국의 허가 및 규제에 대한 심사기준은 나날이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2008년 한국에 돌아온 이래 처음으로 몰두했던 일은 항암제 개발을 위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담당하는 일이었다. 첫 프로젝트의 후보물질을 선정하고 1년간의 비임상연구를 마친 후 임상1상 환자에게 줄 원료의약품(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s, API)을 생산하는 과정이었다.

    각 분야의 연구원들과 함께 2010년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을 목표를 두고 매진하던 때였다. 먼저 한국에서 소규모로 생산을 하면서 모든 합성 절차의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ood Manufacturing Practice, GMP) 설정이 됐다. GMP란, 품질이 보증된 우수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제조소의 구조·설비를 비롯해 원료의 구입으로부터 제조, 포장, 출하에 이르기까지의 생산공정 전반에 걸쳐 지켜야 할 요건을 규정한 것이다.

    인도에 있는 위탁생산회사에게 API를 의뢰해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 결과에 대해 품질평가를 맡은 제3자인 스웨덴 회사가 부적격 하다고 의견을 보내왔다. 트리에틸아민(Triethylamine)이 GMP기준보다 많다는 보고서였다. 내부에서 다시 품질평가를 진행했다. 스웨덴 회사의 결과와 같았다. 

    여기서 우리가 내부 프로세스를 잘 시스템화한 점은, 회사 내부의 자체 검증 뿐만 아니라 제3자의 대조검토도 이용한 것이다. 시간과 돈이 들어도 규제기관에 모든 서류를 제출하기 전에 여러 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럴 때 종교의 문화처럼 믿음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나중에 어려움을 꼭 겪게 된다.

    우리의 손으로 만들었을 때처럼 다른 사람에게 맡겼을 때도 그대로 나올 것이라는 믿음은 사실 확률적으로 보면 맞는 생각이기는 하다. 그러나 과학의 검증 단계 역시 결국 실험을 하는 것은 사람의 손을 거치므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가끔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이중, 다중의 검증 프로세스의 시스템화로 극복이 가능하다. 그 해 결국 미국 FDA의 IND 신청은 다음해로 넘어가 4개월이나 지연됐다. 그러나 품질평가에는 이상이 없었다. 

    세포유전차치료제로 국산 신약 29호에 이름을 올린 '인보사케이'는 1액과 2액으로 구성돼 있다. 1액은 사람 연골세포(HC)이고 2액은 '세포조직을 빨리 증식하게 하는 인자(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형질전환세포(TC)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이러하다. 2액의 식약처 허가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지만, 유통 제품은 유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신장세포주가 혼입된 후 연골세포를 대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액의 제조과정에서 연골세포에 삽입할 TGF-β1 유전자는 신장세포(GP2-293)를 사용해 생산된 것이다. 이후 신장세포(TGF-β1 유전자 인위적으로 삽입)로부터 TGF-β1 유전자를 분리·정제해 연골세포에 삽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분리 정제가 미비해 신장세포의 일부가 혼입됐다는 추정이다. 형질전환세포(TC)는 TGF-β1 단백질이 관절강 내로 잘 분비되도록 하는 전달체 역할을 수행한 후, 자연스럽게 사멸해 없어지는 세포다.
     
    2004년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케이주의 TC를 분석했을 때 연골세포 특성이 발현돼 TC 역시 연골세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 임상 3상시험을 진행하던 중 최신 STR 기술로 검사한 결과 TC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혼입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보사케이주에 식약처가 허가하지 않은 무허가 세포인 HEK세포가 들어간 것을 밝혀낸 유전자 정밀성분(STR, Short Tandem Repeat) 검사가 앞으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세포 내 유전자마다 일렬로 짧게 반복되는 DNA 염기서열을 갖고 있는데 이런 특징을 이용해 두 유전자가 서로 같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 때 STR검사를 수행한다.

    허가당국인 식약처는 지금까지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해선 STR 검사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전적 동일성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유전자 치료제에 STR 검사를 적용해야 한다.

    STR 검사는 유전자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DNA 염기서열 형태를 비교하는 것으로 한 유전자 DNA 내 염기서열과 다른 유전자 염기서열 형태를 정밀하게 비교·분석함으로써 그 유전자로 구성된 세포가 서로 동일한지 파악할 수 있다. 이 STR 검사는 앞서 언급한 신약의 품질평가에 있어서 훌륭한 교차 검토, 대조 검토의 툴을 제공한다.

    환자들의 안전성 이슈에 직결되는 신약의 품질 평가에는 의심의 문화가 필수다. 사람의 손을 거치는 에러를 최소화하려면 역시나 다중의 검사 프로세스로 서로 중복이 일부 있되 크로스체크가 가능한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번 인보사주 사태에 있어 업계와 허가당국 모두 이 '의심의 문화'에 대한 각성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더 다양한 기술 및 기법의 시험 분석법을 통해 구멍 없는 신약 품질 검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