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과대학을 휴학한 학생들이 의료계와 충분히 소통했다고 주장하는 정부를 향해 "소통과 신뢰 부재, 독선과 오만으로 파국을 스스로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의대생들은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전면 백지화하고 의료계와 정부가 동수로 참여하는 의정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정부 요구조건도 공개했다.
서울의대 김민호 학생회장은 30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긴급 심포지엄에서 "현 사태는 정부의 소통과 신뢰의 부재, 독선과 오만으로 인한 파국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의료계와 수차례 소통했다고 하지만 충분한 소통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보건복지부는 학생대표 40인과 1월 13일 간담회를 예정했지만 일방정 통보로 1월 27일로 연기됐고 이후 이마저도 취소됐다"며 "일방적으로 간담회를 취소하고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이미 정책을 결정하고 보여주기식 소통을 하려고 한 위선적 행보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부는 심지어 학생대표들의 성명, 개인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다. 무엇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려고 했을까 의문"이라며 "또한 정부는 학생들의 휴학 제출이 56%에 그친다고 왜곡했지만 서울의대만 해도 휴학계 제출 비중이 92.6%다. 투명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통도 이뤄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는 각 대학 총장들에게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라며 증원 규모를 자율에 맡긴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2000명이라는 증원 수치가 모순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그저 숫자를 줄이고 숫자로 협상하면 그만이라는 오만한 태도가 여기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말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도로 의대정원을 증원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필수의료라고 말하면 비필수의료와 자의적으로 구분하며 많은 의료행위를 비필수의료로 폄훼하고 허황된 필수의료 개념을 만들어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무너지는 것이 이번 필수의료 사태로 드러나는 것이지만, 정부는 자의적으로 범위를 설정해 비필수의료를 내팽겨치고 의료를 민간자본에 헌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직 필수의료만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하고 비필수의료는 의료를 왜곡시키는 주범이라는 오해가 생기고 있다. 정부가 정말 의료개혁을 하고 싶었다면 총장 등 목소리만 취사선택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의 대정부 요구안도 소개했다.
그는 "정부는 과학적 연구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타산만을 위해 추진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증원 정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며 "의-정 양측은 중대한 의료정책을 조속히 논하기 위해 의정 동수의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법제화된 보건의료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현 의료의 문제에 대한 과학적인 원인 분석과 해결을 위해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줄곧 외면하다가 의료 정책을 졸속 추진해 발생한 현 사안의 책임을 시인하고 투명하게 조사한 후에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필수의료의 명확한 정의를 논의하고 양적, 질적 차원의 과학적인 국제 비교를 통해 합리적인 수가 체계와 최소 인상률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