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면허 정지 기간 중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한 의사의 검진 비용을 환수해야 한다는 선고를 내려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해당 검진이 면허 정지 기간 전에 이뤄졌더라도 자격정지 기간에 검진 결과를 작성하고 통보한 것은 별도의 의료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의료계는 행정적 절차에 가까운 결과 통보를 문제 삼아 환자의 알 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비판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가 최근 의사 A씨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건강검진비용 환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여성병원 의사인 A씨는 2022년 9월부터 3개월간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A씨는 해당 정지 처분이 나오기 직전 환자 10명에 자궁경부암 검진을 실시했는데, 면허 정지 처분 기간인 2022년 9월 1~3일간 암 진단 결과를 담은 기록지를 환자들에게 통보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은 A씨가 면허 정지 기간에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청구해 받은 것이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한 ‘부당이득 징수’에 해당한다며 이를 전액 환수했다.
법원 재판부는 “건강검진 결과서 작성과 통보 등의 행위도 건강검진을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건강검진 비용이 환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검체 위탁 검사 결과를 그대로 옮겨적어 통보만 한 것은 후속 절차에 불과해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진 결과 기록지에도 ‘검사 결과’와 ‘판정 및 권고’가 명확히 구분돼 있고, ‘판정 및 권고’는 ‘판정 의사’가 검사 결과 및 의료 지식 등을 바탕으로 행하는 별도의 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법원 판결에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의료 현실을 외면한 부당한 결정이라고 공분하며, 사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료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정책과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의사회는 “병원이 폐업하거나 의사가 갑작스럽게 진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검진 결과를 환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면허 정지 기간과 겹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시행된 검사의 결과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라며 “면허 정지가 풀릴 때까지 환자는 검진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인가? 이는 환자의 알 권리와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강검진 결과 통보는 의료 행위라기보다 행정적 절차에 가깝다. 이미 분석된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므로, 이를 면허 정지 기간 중 의료 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진 결과가 암과 같은 중대한 질환으로 판명될 경우,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이러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그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필요하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직결된 사안에서, 단순한 행정 절차를 이유로 검진 결과 통보를 막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공익을 고려한다는 법원의 판단 역시 모순적이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환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적시에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공익이다. 검진 결과를 환자에게 통보하는 것이 법적 문제로 규제된다면, 환자들은 불필요한 불편을 겪고 건강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