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5일 대장암 3기 환자를 첫 진료했다.
왓슨은 대장암 3기 환자인 61세 조모 씨에게 의료진이 예상한 방법과 동일한 치료법을 제안했다.
미국 IBM사 인공지능 왓슨은 길병원에서 다음과 같이 진료한다.
왓슨은 뉴욕의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의 데이터베이스와 290여종의 의학저널 및 문헌,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 등을 습득하고 있는데,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치료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나이, 몸무게, 전신상태, 기존 치료방법, 조직검사 결과, 혈액검사 결과, 유전자검사 결과 등을 왓슨에 입력하면 왓슨은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분류한다.
가장 권고하는 치료법과 해볼 만한 치료법, 하지 말아야할 치료법 이렇게 3가지를 구분해 보여주고, 왜 이러한 옵션을 추천했는지 데이터를 알려준다.
해당 치료법을 사용했을 때의 각각의 생존율, 부작용과 합병증 등 종합적인 검토 의견을 왓슨이 제시하는 것.
길병원 의료진은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통해 각 전문의의 의견을 취합한 후 왓슨의 소견까지 확인해 환자에게 설명한다.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4~5개 과의 전문의들이 모여 다학제 진료를 먼저 한 후 왓슨의 소견까지 참고해 최종 치료방법을 확정하는 것이다.
더불어 다학제 시스템을 위해 각 전문의들은 요일별로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의 환자를 정해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의견을 교환하고 왓슨의 의견을 참고하는 형식으로 진료해 나갈 계획이다.
왓슨의 첫 진료를 받은 조 씨는 지난 11월 9일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조직검사 및 CT 촬영 후 대장암 소견이 있어 5일 뒤 길병원에 내원했고,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입원 후 3차원 복강경 우결장절제수술을 받고 6일 만에 퇴원했지만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암세포와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 항암치료차 왓슨을 이용했다.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백정흠 기획실장(외과)은 "왓슨에 조 씨가 이미 수술을 받았다는 정보와 기타 정보를 입력한 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 의료진의 소견과 100%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왓슨, 세컨 오피니언 역할
이처럼 왓슨은 그동안 의료계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세컨 오피니언(second opinion, 다른 의사의 의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처럼 길병원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왓슨의 첫 진료는 의료진과 100% 일치하는 소견을 보였지만 의료진과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다.
백정흠 실장은 "왓슨이 가지고 있는 MSKCC 데이터는 미국의 것으로, 환자의 연령이나 치료방법, 보험체계 등 다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렇다고 왓슨이 제시한다고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으며, 하나의 레퍼런스(참조)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왓슨으로부터 첫 진료를 받은 조 씨도 "(왓슨은) 금시초문이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고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교수"라면서 "교수들을 믿고 했다"고 말해 환자 또한 인공지능보다 의료진의 선택에 더욱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백정흠 실장은 "그럼에도 왓슨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며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앞으로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의료진이 분석하기 어려운 단계에서 왓슨이 조금 더 높은 퀄리티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암을 100% 분석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가천대 길병원은 다학제 진료시스템과 왓슨이 환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환자들이 진료에서 가장 불만이 큰 것이 3분 진료인데, 다학제 진료시스템은 5.6명의 교수가 한자리에서 15분 정도를 할애하다보니 환자의 만족도가 크다는 것이 길병원의 설명이다.
백정흠 실장은 "환자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바로 피드백이 가능하고, 의료진들끼리도 의견이 다를 수 있음에도 다학제 진료에서 조율이 가능하다"면서 "여기에 왓슨의 서포트를 받으면 환자들의 믿음이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은 왓슨을 이용한 진료시스템을 별도의 수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도 밝혔다.
현재는 다학제 진료 수가만을 받고 있지만 왓슨 수가 또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학제 수가를 받는다고 해도 15분씩 진료를 하는 것은 손해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수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이에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 안성민 교수는 "네덜란드에서는 인공지능을 세컨 오피니언으로 인정해 수가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어떤 식으로 할지는 모르겠으나 정부가 수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암환자의 퀄리티 높은 진료를 위해 노력하는데 수가의 지원이 있어야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