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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선진국 대한민국에 더 이상 한의사 제도가 필요한가

    [칼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기사입력시간 2026-07-18 19:28
    최종업데이트 2026-07-18 19:2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반복적으로 고발되고도 불입건, 불송치, 혐의없음으로 끝나는 이유를 단순히 개별 사건의 수사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문제의 본질은 더 깊은 곳에 있다. 그 뿌리는 19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한의사·약사 간 한약 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의대생 집단 유급 사태까지 이어질 정도로 갈등이 격화되자, 보건복지부는 한의계를 달래기 위해 부처 내에 한의약정책국이라는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바로 이 구조가 지금의 문제를 낳고 있다. 국장급 조직은 단순한 실무 부서가 아니다. 고위공무원단이 관장하는 정식 정책 라인이다. 그런데 그 조직의 존재 이유가 특정 직역의 보호와 지원에 맞춰져 있다면, 해당 부서가 국민 건강과 과학적 근거, 현대의학적 기준을 중심에 두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바로 그 결과다.

    한의사가 레이저, 초음파, 고주파, 혈액검사 장비 등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해도 복지부는 명확하게 '된다' 또는 '안 된다'고 답하지 않는다. 대신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을 반복한다.

    겉으로는 신중한 행정해석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수사기관은 복지부가 명확한 판단을 하지 않으니 기소를 주저한다. 사건은 불입건, 불송치, 혐의없음으로 끝난다. 그러면 한의계는 '처벌받지 않았으니 사실상 허용된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사용 사례는 더 늘어나고, 시술 범위는 더 넓어진다. 결국 법원이 제대로 판단할 기회조차 사라진다.

    이는 행정의 중립이 아니다. 사실상 특정 직역에 유리한 방향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다. 따라서 이 문제는 개별 한의원 몇 곳을 고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도 틀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건별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대응이다.

    핵심 요구는 분명하다. 보건복지부 내 한의약정책국은 폐지되어야 한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중앙부처 안에 특정 직역의 이해를 구조적으로 대변하는 별도 정책국이 존재하는 한, 면허 범위 문제에서 공정하고 과학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한의사 제도 자체도 OECD 선진국 기준에 맞게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진단과 치료는 과학적 근거, 검증된 의학교육, 일관된 면허체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현대의학과 별개의 이원화된 면허체계를 유지하며 국민 건강을 혼란 속에 방치할 수는 없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단순히 레이저 하나, 초음파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가 과학과 국민 건강을 기준으로 움직일 것인지, 아니면 특정 직역 보호 논리에 계속 끌려갈 것인지의 문제다.

    의료계가 요구해야 할 것도 명확하다. 모호한 유권해석 중단, 한의약정책국 폐지, 한의사 면허제도 전면 재검토, 그리고 OECD 기준에 맞는 단일하고 과학적인 의료체계 확립이다.

    이제 더 이상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한다'는 말 뒤에 숨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행정인지, 특정 직역을 보호하는 행정인지 보건복지부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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