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첫 여성, 첫 내부승진 심평원장인 김선민 전 원장(현 태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이 자서전 '아픈 의사, 다시 가운을 입다'를 출간했다.
김 전 원장이 의사이기 전에 수차례의 수술과 투병을 반복한 환자로서, 사회의 소수자인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고 살아가며 분투했던 삶의 애환과 더불어 공공의료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느꼈던 소수자의 인권과 건강에 대한 문제제기와 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바람이 담겨있다.
실제로 김 전 원장은 서울대 의대 내과 실습 도중 담관낭종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는 투병하면서도 예방의학과 가정의학, 산업의학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노동자 건강에는 진료보다 정책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 의료관리학 공부를 더 했다. 수련을 마치고 의료정책 연구자로 일하다가, 2001년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설립준비기획단원과 인권연구담당관으로 일했다.
김 전 원장은 마흔 살이 되기 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2년의 공백 후 심평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새 일을 시작했다.
그는 심평원에서 10년을 일한 후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관으로 일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의 질과 성과 워킹파티'에서 여성 최초, 아시아계 최초로 의장을 맡았다. 심평원 기획이사를 거쳐, 첫 여성, 첫 내부승진 원장이 되었다. 원장 임기를 마친 후에는 2023년 9월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새 삶을 시작했다.
김 전 원장은 책 속에서 "가만 보니 나만 아픈 게 아니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인 이상 평생 아프지 않고 사는 게 아니었다. 아파도 병과 화해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각자 자기의 방식이 있었다"며 "나도 내가 가진 병에 당당하기로 마음먹었다. 아프면 쉬면 될 일이다. 인권위에서 별정직으로 일하며 대장암을 앓을 때는 그러지 않았지만, 살아난 이후 심평원도, 세계보건기구도, 내 의료 이용을 보장했다. 그건 '나'라는 사람을 고용한 직장이 보장해야 할 의무다. 내가 아프다고 직장에 미안할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현재는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 전 원장은 "내가 해야 할 일은 임상적인 소견이 확실한지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의사들과 상의하는 것, 그리고 내가 찾은 환자의 정보와 소견이 지침과 의학적 근거에 맞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회색 지대가 많은 의료 분야에서 애매한 것들이 나오면 전국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이 모여 새로운 지침을 만든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의 '기본 태도'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의 판정에 정치적 판단을 가하지 않는다. 내 일은 ‘정치적 결단’이 아닌, 그저 전문가로서의 노동'이면 족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