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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는 공공재인가?

    지원은 없고 규제만 난무한다

    [칼럼]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17-08-16 05:37
    최종업데이트 2017-08-16 05:37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방침에 의료계가 뒤숭숭하다. 국민들의 의료보험 혜택을 늘려 건강권을 확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에 일견 보아서는 의료계가 화들짝 놀랄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지속되어 온 저수가 체계 아래에서 비급여를 통해 명맥을 유지해오던 일선 병의원 입장에서는 적정한 수가 개선 없는 비급여의 통제 추가는 달가울 리가 없다.
     
    의료는 국가가 통제해야 하는 공공재인가?

    그렇다면 왜 의대 과정이나 전공의 과정, 병의원 설립 유지에 있어서 국가의 지원은 없고, 지켜야할 규제와 의무만 존재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의료영역에 있어서 국가가 통제하고 관여할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과도하여 자율성을 침해하고 전문가로서의 역할마저 억누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럴 바에야 전국의 병의원을 국가에서 사들여 모든 의사를 공무원화 시키라는 말도 나올 법하다.
     
    알기 쉽게 이러한 의료계의 상황을 대한민국 대표 공공재(?)인 치킨에 가상으로 비유해 보았다.
     
    1. 대한민국에서 치킨집 창업 과정, 치킨이나 다른 재료 구매과정, 직원 고용 등 모두 치킨집은 사장의 개인 비용으로 하지만 치킨 판매 과정은 공공재로 간주되어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
     
    2. 대한민국은 전 국민 치킨 보험제를 실시하고 있다. 치킨은 국민들의 영양 간식으로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소득에 따라서 치킨 먹을 경우를 대비하여 보험금을 내고 있는데 이 보험료는 선진국보다 현저히 적다.
     
    3.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OECD 치킨 보장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고 하는데도 전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치킨 선진국이라는 평을 받고 견학을 오기도 한다고 한다.

    어느 선진국은 치킨 값이 너무 높아서 비행기 타고 우리나라 와서 먹고 가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선진국은 치킨 값은 저렴한데 먹으려면 주문하고 몇 달 기다려야 해서 우리나라 와서 먹고 가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당일에 바로 주문하고 먹을 수 있고 치킨의 질도 높기로 유명하다.
     
    4. 대한민국의 어느 치킨 집이던지 후라이드를 시키나 양념을 시키나 간장치킨을 시키나 가격은 같아야 한다. 할인해주거나 하면 치킨집 유인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쿠폰도 금지다.
     
    5. 위의 치킨 가격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치킨 집에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원가보다 낮지만 그 가격대로만 받을 수 있다.
     
    6. 치킨 판매 가격이 낮으니 인건비를 아끼고 주인이 더 일하고 고객이 오면 짧은 시간에 닭을 튀겨서 빨리 포장해서 팔고 박리다매로 많이 팔 수 밖에 없다. 고객들은 자신에게 어떤 닭이 맞는지 체질 상담도 하고 싶고 조언도 듣고 싶지만 30분 기다려서 3분 만에 준다고 원망하곤 한다.

    사실 사장님도 질 좋은 닭을 시간 들여서 정성껏 튀겨 팔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없다.
     
    7. 치킨을 사면 치킨 값을 고객에게 다 받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치킨 공단에 청구를 하면 나머지 금액을 나중에 준다.

    좀 이상하다. 보험은 고객이 공단과 계약한 것인데 계약 당사자가 아닌 치킨집 사장님이 중간에 낀 것일까. 계약 당사자인 고객이 본인 보험에서 치킨 값을 공단에 청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8. 후라이드를 팔거나 양념을 팔거나 각각의 기준이 있는데 치킨평가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을 어긋나면 치킨을 사간 사람이 아니라 치킨집 주인이 청구한 돈이 삭감된다. 그리고 부당행위라고 판단하면 치킨집 주인한테 5배의 치킨을 환수해가기도 한다. 헐...왜 5배지? 판 것만 회수하면 안되나?

    또 중요한 것은 이 기준을 명확하게 알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닭을 빼앗겨도 주인들이 그냥 손해를 감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9. 밑지는 장사가 없다는데 그렇게 안하면 장사 못하게 하니 가게 운영을 위해 치킨 말고 피자나 스파게티 등을 추가 메뉴로 가격을 치킨집 사장님이 정하여 원하는 고객에게 판매해 왔다.
     
    10. 그런데 피자나 스파게티 등의 추가 메뉴가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가격을 치킨과 마찬가지로 가격을 통제하고 청구 기준을 만들겠다고 한다.
     
    11. 치킨처럼 원가보다 낮아지거나 기존 판매 가격보다 낮아질 것이 뻔한 가격 통일도 문제지만 앞으로 치킨평가위원회가 피자나 스파게티 청구 기준까지 신설하여 통제하기 때문에 기준에 안 맞으면 고객이 원해도, 돈을 낸다 해도 판매할 수가 없다. 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화가 난다. 내가 먹겠다는데 돈을 낸다는데 왜 안판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치킨집 사장님을 비난하게 될 것이다.

    기준을 정하고 심사하는 곳에서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광고하고 알리지 않기 때문에 비난은 고객과 직접 마주치는 치킨집 사장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12. 피자나 스파게티 판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치킨집 주인이 치킨만 팔아도 정상적으로 가게 운영하도록 만들어주고 피자나 스파게티 먹을 고객의 선택권도 자율적으로 보장해줘야한는 것이 옳지 않을까?
     
    13. 요새 젊은 치킨집 예비 사장님들은 치킨값 제대로 보장해주고 고객들과 충분히 상담할 수 있고 피자나 스파게티 판다고 제재하지 않는 외국으로 나가기 위해 외국 치킨 판매 시험 공부를 한다고들 한다.
     
    의료를 공공재로서 정책을 수립하려면 그에 상응한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지원을 해주고, 지금까지처럼 방침을 먼저 정하고 따라와라 식의 정책 설명보다는 의료계와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