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연구팀은 인공호흡기 중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기 이동 치료의 임상 연구 결과를 유럽중환자의학회 공식 학술지에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패혈증이나 급성 호흡부전으로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환자에게 조기 이동을 적용했을 때 전체적인 기능 회복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으나, 높은 이동 수준을 달성한 환자군에서는 예후 향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장기간 누워 있으면 근육 소실과 일상 동작 수행 어려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조기 이동은 입원 후 48시간 이내에 재활을 시작해 이러한 쇠약을 줄이려는 치료법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수동 관절 운동부터 보행까지 총 6단계로 구성된다.
연구는 2020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국내 상급종합병원 5곳의 중환자실에서 진행됐다. 인공호흡기가 48시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 환자 16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향적 다기관 임상 연구가 수행됐다.
환자는 조기 이동군 93명과 기존 치료군 76명으로 나뉘었다. 조기 이동군은 입원 48시간 이내에 하루 60분 동안 6단계 재활을 시행했고, 기존 치료군은 평일 30분간의 관절 운동을 기본으로 했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약 65세였으며, 중환자실 체류 기간 중앙값은 두 군 모두 8일이었다.
실제 재활 시행 결과 조기 이동군의 시작 시점은 중앙값 30.0시간으로 기존 치료군(45.9시간)보다 빨랐다. 재활 횟수는 11회 대 4회, 누적 시간은 330분 대 120분으로 조기 이동군이 더 많았다.
그러나 주요 평가 지표인 중환자실 퇴실 기능 점수(FSS-ICU)는 조기 이동군 23.6점, 기존 치료군 22.2점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FSS-ICU는 돌아눕기, 앉기, 서기 등 신체 기능을 0점에서 35점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근력, 악력, 기침·호흡 기능, 보행 검사 결과와 원내 사망률, 퇴실 후 12개월 시점의 삶의 질 및 인지 기능 등도 두 군 간에 차이가 없었다.
정치량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기존 치료군 역시 재활을 통해 절반 정도가 앉거나 일어서는 단계까지 도달할 만큼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며 “이미 물리치료가 시행되는 환경에서 프로그램을 추가해도 기능 점수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후 분석 결과, 일어서기 이상(4단계 이상)에 도달한 환자의 퇴실 점수는 30.6점으로, 기존 치료군의 23.3점보다 높았다. 제자리걸음이나 보행(5·6단계)까지 도달한 환자는 조기 이동군의 18.3%뿐이었으며, 기존 치료군에서는 해당 단계에 도달한 환자가 없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인공호흡기 환자가 안전하게 서고 걸을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 투입을 뒷받침하는 체계가 확립된다면 더 나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