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고칼륨혈증이 심부전·만성콩팥병 환자의 사망률과 입원율을 높이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약 40년 만에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8년 5월 성인 고칼륨혈증 치료제로 승인받은 ‘로켈마(LOKELMA)’가 긴 공백 끝에 지난해 말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4월부터 일부 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2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더 플라자 호텔에서 고칼륨혈증 치료제 ‘로켈마(LOKELMA)’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질환 관리의 중요성과 치료 전략 변화를 공유했다.
고칼륨혈증, RAAS 억제제 중단 부르는 핵심 요인
이날 발표에 나선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 최범순 교수는 “혈청 칼륨 농도가 5.0mmol/L를 초과한 상태를 의미하는 고칼륨혈증은 단순한 수치 이상이 아니라 부정맥과 급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며 “칼륨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률이 유의하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성콩팥병이나 심부전 환자에서는 고칼륨혈증 발생 위험이 높다. 신장 기능 저하로 칼륨 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심장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RAAS 억제제나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등이 칼륨 수치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칼륨혈증이 단순한 위험 요인을 넘어 치료 전략 자체를 제한한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RAAS 억제제를 사용하는 환자 중 약 27%는 약을 중단하고, 약 20%는 용량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절반가량의 환자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 같은 약제 중단은 환자 예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RAAS 억제제를 유지한 환자의 사망률은 약 9.8%인 반면, 중단한 환자는 22%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최 교수는 “고칼륨혈증을 관리해 심장·신장 보호 약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의 고칼륨혈증 치료법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 식이요법의 경우 환자 순응도가 낮고 효과에 대한 근거도 제한적이며, 이뇨제는 신기능 악화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는 칼륨 결합제 역시 변비 등 부작용으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고, 효과 발현까지 수시간에서 수일이 소요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RAAS 억제제 다시 쓰게 한다”…치료 전략 전환 가능성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로켈마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 칼륨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뒤이어 발표에 나선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는 “고칼륨혈증 때문에 RAAS 억제제를 충분히 쓰지 못했던 환자들이 많았다”며 “로켈마 도입으로 RAAS를 유지하거나 증량할 수 있게 된 것은 마치 신약 하나가 추가된 것과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로켈마를 사용하자 RAAS 억제제를 유지하거나 증량할 수 있는 환자 비율이 약 87%까지 증가했다”며 “고칼륨혈증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기존 치료를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켈마는 기존 칼륨 결합제와 달리 위장관 전반에서 작용하며 칼륨 이온 직경과 유사한 3옹스트롬(Å) 미세 기공을 통해 칼륨을 선택적으로 ‘포획’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복용 후 1시간 내 칼륨 수치 감소가 시작되고, 빠른 효과와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로켈마는 복용 후 한 시간 만에 혈청 칼륨 수치 감소 효과를 나타냈으며, 투여 48시간 이내에 환자 86.4%가 정상 수치에 도달했다. 이는 응급 상황이 잦은 고칼륨혈증 치료에서 중요한 임상적 지표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고칼륨혈증 치료제는 칼륨을 빠르게 낮추면서도 효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라며 “로켈마는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약제”라고 평가했다.
또한 HARMONIZE 연장 연구와 ZS-005 연구에서는 최대 12개월 장기 투여 시에도 환자의 88% 이상이 정상 칼륨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투석 환자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김 교수는 “투석을 하지 않는 기간 동안 고칼륨혈증 발생 위험이 높다”며 “로켈마를 통해 추가 치료 없이도 안정적으로 칼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 대비 복약 순응도 개선도 기대된다. 기존 칼륨 결합제는 변비나 불쾌한 맛 등으로 환자 순응도가 낮았던 반면, 로켈마는 상대적으로 복용 부담이 적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고칼륨혈증은 단순한 전해질 이상이 아니라 심장 부정맥과 급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며 “칼륨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서 기존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환자 예후 개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로켈마는 칼륨을 낮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받아야 할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약제라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