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의료계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심야시간대 및 공휴일에 '공공심야약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의 범위에서 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연간 250억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공공심야약국의 실효성이 의심되며, 국민의 의약품 구매 편의성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의약품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 1일 해당 내용이 담긴 약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심야시간 및 휴일에 의약품 구입이 가능하도록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안전상비의약품 13종을 판매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과 구매 편의를 위해 공공심야약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정춘숙 의원은 의약품을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증질환, 비응급질환에도 불구하고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사례가 빈번해 응급실 과밀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공심야약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11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편의점에서 파는 안전상비의약품과 관련한 부작용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며, 공공심야약국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또 한 번 피력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해당 약사법 개정안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췄다.
대한의사협회는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시군구에 공공심야약국을 1개씩 지정해 지원하면, 2018년 재정소요액은 257억 1600만원, 2022년에는 302억 2900만원이다"라면서 "향후 5년간 총 1394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자칫하면 투입대비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불투명한 정책에 국가 예산낭비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일부 일반의약품 구매의 편의성이라 사료되기 때문에 심야시간 및 공휴일에 의약품 구입의 편의 증진을 위해서라면, 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의협은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면 국민들은 전문의약품 또한 판매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어 지금도 일부 이뤄지고 있는 처방전 없는 불법조제 또는 불법 전문의약품 판매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지역의사회 및 일부 학회에서도 공공심야약국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의사회는 "경증질환 및 비응급질환자가 의사의 처방 없이 심야약국에서 의약품 구입의 필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설명했으며, 경기도의사회는 "경증질환 및 비응급질환은 약국이 판단할 문제가 아닌 의학적 문제로, 오히려 중증 혹은 응급질환에 대한 조속한 대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면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약국의 야간영업에만 공공이라는 단어를 붙여 지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심야에 환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동일하게 '공공진료'라는 명칭을 부여해 정부지원의 형평성을 고려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법안의 취지에 언급한 바와 같이 과연 몇 %의 환자가 의약품 구입을 위해 응급실을 방문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며, 약국이 심야 시간에도 영업한다고 하더라도 병의원이 업무를 종료하면 전문의약품은 구입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공공심야약국이 불필요한 국고의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