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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환자 무조건 받고 잘못되면 의사 책임?…정부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표준지침안 '절대 반대'

    응급의학의사회 "응급환자 수용과 전원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판단할 문제...응급실 혼란과 피해 예고"

    기사입력시간 2024-01-26 07:52
    최종업데이트 2024-01-26 08:2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지난해 '응급실 뺑뺑이' 대책으로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응급실이 중증응급환자 이송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 응급실은 응급의료 이후 수술 및 입원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중증응급환자를 거부할 수 없어 환자의 최종치료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응급실 책임전문의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 의사 의견수렴 없이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 최종 배포 앞둬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이 최종 배포를 앞두고 있다. 

    해당 표준지침은 2021년 12월 응급실 이송지연 해결을 위해 응급실의 이송거부를 금지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의 후속조치로, 지난해 1월 입법예고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과 함께 논의돼 왔다.

    하지만 대한응급의학의사회를 비롯한 현장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반대로 해당 시행규칙은 끝내 무산됐다. 

    대신 복지부는 법안에 반대해 온 대한응급의학의사회를 배제한 채 중앙응급의료센터, 대한응급의학회, 응급의료지도의사협회로 구성된 '중앙응급의료정책추진단'에서 수용곤란 사유를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정책추진단은 8차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으나 이 가운데 지침안과 관련해 공청회, 토론회, 회의보도자료 등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거나 동의 절차를 거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복지부가 지난주 대한응급의학회에 일방적으로 마련한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안'의 검토를 요청한 것이다.

    권역센터, 119 요청하는 중증응급환자 거부 불가…환자 악결과에 대한 책임감면 없어

    해당 표준지침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응급의료기관들은 천재지변이 없는 이상 응급환자 이송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소아 등 전문응급의료센터와 권역센터들은 최종치료(수술, 입원실 등)의 유무와 상관없이 환자 이송을 거부할 수 없고 이에 대한 모든 결정 책임은 책임전문의가 지도록 했다.

    특히 K-TAS 1, 2 등급인 중증환자는 119가 사전통보하고 이송할 수 있으며, 모든 병원이 환자를 못 받는 경우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병원을 선정하며 이송하도록 하고 병원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수술과 부재 및 중환자실 부재 등 사유에도 중증응급환자를 거부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권역소아응급센터는 소아환자를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를 같은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

    단, 중증응급환자를 억지로 배정받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은 재실시간, 최종치료제공율 등 평가지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이며 세부적인 사항은 병원의 자체 지침, 시도응급의료위원회의 지침에 따른다.

    119 구급대의 병원 전 환자 분류의 오류로 인한 잘못된 이송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최종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재이송에 대한 책임은 모두 병원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응급실이 이처럼 위험한 중증응급환자를 정당한 사유에도 거부할 수 없도록 했지만, 치료 불가임에도 환자를 받아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해당 병원 의료진에 대한 법적인 책임감면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점이다.

    강제로 환자 수용, 응급실 혼란과 피해 예고…"무너져가는 응급의료 더욱 망가뜨릴 것"

    정부의 일방통행에 대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번 지침은 단순한 지침이 아닌 실질적인 법률의 의미로 이전까지 의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반대의 의견을 피력했던 모든 조항들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기에 실제로 시행에 들어갈 경우 현장의 혼란과 피해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기에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푸념을 합니다. 실제로 많은 현장 전문의들이 응급실을 떠났지만 아직도 정부는 무엇이 문제인지 언급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법률이 개정된지 2년이 지나도록 대체 과밀화 해결과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 봐야 할 시점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지침이 발표되기 전 분명히 현장의 전문의들과 상의되지 않은 무리한 지침이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하고자 보도자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이번 지침이 "119나 정부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환자, 외상환자, 정신과환자를 포함하여 중증응급환자의 모든 책임을 응급실로 돌리는 것일 뿐"이라며 "응급의료에 관한법률 시행규칙 개정이 지연되면서 표준지침이라는 또다른 족쇄를 통해 현장의 전문의들을 윽박지르고 필수의료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어 "정말로 이대로 시행하면 '응급실 뺑뺑이'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는가? 최종치료의 확충을 위해 과밀화를 먼저 해결하자는 제안에 지금껏 어떤 대책을 내놨는가?"라고 물으며 "지금 응급실이 수용곤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하며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 강제로 환자를 수용하라는 것은 무너져가는 응급의료를 더욱 망가뜨리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의사회는 "응급의학 전문의는 응급환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응급환자의 수용과 전원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판단할 문제이지 법적인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러한 무책임한 지침안이 철회되고 진정으로 응급환자를 위한 장기계획이 수립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응급환자 수용을 고지해 강제할 것이 아니라 상급병원의 과밀화를 해결하고 최종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최종치료가 불가능함에도 환자를 이송하겠다면 응급처치 이후 최종치료 병원으로 이송하는 구급상황관리센터와 119가 책임을 져야 하며, 응급환자의 강제 배정 시 담당의료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전면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할 일들은 하지 않고 오히려 강력한 지침과 처벌로 현장의료진을 쥐어짜서 응급의료의 위기를 임시로 모면하겠다는 안이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 왜 수많은 응급의료인들이 응급실 현장에서 이탈하는지, 왜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지 진심으로 헤아려 보기를 바란다"며 "향후 합리적인 법률개정과 입법에 유관기관들과 힘을 합쳐 총력을 다해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