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설계자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4일 열린 한국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통찰’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3800여개의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부담률은 2015년 기준 36.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2배(2014년 19.6%)에 달했다. 또한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소득 하위 계층의 의료비 부담이 소득의 일정부분을 넘어선 비율)이 4.5%로 OECD 평균보다 높고, 전체 가구의 2.5%(44만 가구)가 의료비로 인한 상대적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늘려도 비급여가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비급여 풍선효과로 보장률이 정체되고 빈곤층에 대한 급여의 본인부담 상한제(소득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초과되면 이를 면제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라며 “비급여 풍선효과는 급여 확대 효과를 상쇄할 정도로 높은 비급여 진료비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적정 급여수가 책정,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
문재인 케어 시행에 재원조달 방안이 중요하다.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적정수가를 보상해야 하고, 진료비가 저렴해져서 의료이용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5년간 30조 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김윤 교수는 “예산 조달은 최근 10년간 보험료 증가율 3.2%의 15조원과 누적적립금 10조원, 국고보조증액(17% 기준) 5조원 등으로 최소 30조원을 만들 수 있다”라며 “최근 10년간 보험료 수입 자연증가율 6.4%를 반영하면 56조원을 반영할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최대 86조원이 마련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의료비 부담이 많은 비급여 항목을 대다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급여로 전환한다”라며 “보장성 강화로 인한 반사이익을 반영해 실손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인하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비 부담이 줄어 과잉의료 이용이 늘어날 수 있는 우려는 법정 본인부담금에 대한 실손보험 적용 제한 등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어떤 국민이 건강보험 10만원과 민간보험 29만원으로 39만원을 내면서 38만원 급여 혜택을 봤다면, 앞으로는 건강보험 15만원과 민간보험 16만원의 31만원을 내면서 38만원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실손보험 인하와 비급여 감소 체감효과를 보여주면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설득하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케어는 의료정상화를 위해 급여수가를 인상한다. 비급여 진료비는 관행수가에서 원가기준 수가로 매긴다”라며 “비급여 진료를 평균 이하로 하면서 평균 이하의 가격을 받았던 병원은 이득이며, 비급여 진료를 평균 이상으로 하면서 평균 이상의 가격을 매겼던 병원은 손해인 셈”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의사와 병원의 비급여 수입감소로 인한 적정수가를 마련하고, 기준비급여(횟수와 적응증으로 급여 제한을 받던 비급여) 해소를 위해 심사체계를 개편한다“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본인부담금과 의료빈곤층 감소로 인한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수도권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고 일차의료를 강화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계의 주장대로 비급여가 가져온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그동안 비급여 진료가 많았다고 기술이 발전한다면 비급여 진료가 가장 발전한 우리나라의 기술도 발전한 나라여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신의료기술 도입에 있어서도 굳이 로봇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로봇수술을 받고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로봇수술 의사보다 관련 의사를 더 많이 배출하는 문제가 있다. 많은 환자들이 일정기간 로봇수술의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통한 의료기관 간 기능분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우려가 생긴다. 이에 따라 선별적으로 수가를 올려서 의료전달체계의 기능을 하도록 유도하고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을 목표로 삼았다.
김 교수는 “일차, 이차, 삼차의료기관 등의 의료전달체계 유형 간의 칸막이가 없어서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브랜드파워가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다”라며 “또 일차의료기관에서 이차로 환자가 가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일차와 이차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와 과잉진료로 메워진 부분이 있다. 삼차의료기관은 경증 환자의 공급 과잉이 있다”라며 “의료전달체계와 의료기관 유형간의 기능분화가 발생하지 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에서 논의를 해왔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간 합의가 마련되지 않아 권고안이 깨진데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에서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의 비중은 늘어났다”라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병상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의료기관 조열로는 병원의 병상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선택진료비가 남아있던 것이 없어지면서 대형병원 환자가 5~10%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전달체계 개편 없이는 보장성 강화와 수가 인상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했다. 이어 “일차의료기관은 만성질환 관리와 전문 외래 진료로, 이차는 전문병원과 급성기 병원 등으로 분화해야 한다”라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개편의 필요성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전달체계를 무너트리는 역할을 한다”라며 “상급종병은 환자가 많고 소위 잘 나가는 병원이 아니라, 중증환자에 집중하는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가치 판단을 통해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관 유형에 따라 수가를 차등해서 기능분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수술료와 처치료, 입원료, 진찰료 등 인력 중심으로 의료기관 기능에 맞게 수가 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를 통해 필수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보장할 수 있는 센터는 인건비를 지원해서 공급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적정한 기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과병원은 일정 수준 이상만 넘으면 전문병원으로 육성하고 수가 신설과 가산을 통해 질 향상을 해야 한다. 아급성병원과 요양병원도 기능을 더 분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적정 진료 인센티브를 포함한 가치(Value) 기반의 의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평의학은 없애는 대신 기관별 경향 심사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체계인 ‘심평의학’을 없애는 대신 의학적 심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비급여가 사라지면 심평원의 심사 삭감에 의해 치료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심평의학이라는 말이 존재하고 삭감이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의사가 비급여 진료를 계속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비급여 풍선효과가 개선되지 않는다”라며 “문재인 케어는 심사체계가 바뀌어야 가능하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미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평가지표에 심사 실적과 관련한 지표를 삭제했다”라며 “제한적 급여기준을 임상진료지침으로 대체하고 심평원의 유연한 심사가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심사와 관련한 투명한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 심사 기준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심사 과정에서 의료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비급여의 급여화를 전환하는 방법에서 건별검사에서 기관별 경향 심사로 바뀌는 것이 핵심이다. 또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심사 기준과 경향심사 지표를 개발한다.
김 교수는 “심평원의 직접 심사가 아니라 대상기관을 선별하고 동료평가위원회(의사)들의 단계적 피드백을 통한 동료평가와 사전 승인으로 이뤄진다”라며 “자원관리와 적정진료가 이뤄지는지 여부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선 지표를 만들어서 모니터링을 하고 일정수준을 넘으면 의학적 근거와 과거 수치에 대한 피드백을 한다. 동료심사를 통해 적정 진료를 하도록 권고한다”라며 “올해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거쳐 2019년 적정진료와 중재, 자원관리 등을 거쳐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기관별 경향 심사가 자리잡으면 평균보다 낮은 진료량을 수렴하는 경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교수는 “효율적인 기관에 효율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라며 “공급자와 보험자 간 진료비 절감 이익을 공유하거나 의료질평가지원금 등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필수의료 강화, 지역거점병원에 인건비 지원
문재인 케어 시행을 통한 적정수가 방안을 연동하면서 중증외상센터,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보건의료에 포함했다. 과거의 공공의료보건 계획은 시장실패로 인한 취약분야였다면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을 보다 확장한 것이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 분야를 중증의료와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의료, 지역사회 관리에서의 커뮤니티 케어, 감염과 환자 안전 등을 포함한다”라며 “그동안 의료서비스의 공급은 건강보험 수가에 의존해 이뤄졌지만, 한편으로는 공급 과잉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불균등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수요와 공급 비율을 보면 서울의 인구 1000명당 신생아중환자실(NICU) 병상수는 7.1인데 경북, 전남 등은 0.7에 그친다. 일률적으로 수가를 올리는 방안이 필수의료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이면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공급과잉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공급과잉으로 인력 부족과 공급 유인 수요가 생겼고, 의료진의 과중한 진료 부담으로 이어졌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500병상 규모의 병원이 없는 곳과 사망률이 25% 이상 높은 진료권 13개를 비교하면 거의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급성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중재술(PCI)을 할 수 있는 병원의 절반 이하만 24시간 운영을 한다. 이렇게 되면 환자가 병원에 들렀다가 큰 병원에 가는 확률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종합병원급 약200~300개를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하고 응급 및 외상, 심뇌혈관센터, 소아응급센터, 정신응급센터, 1등급 중환자실 등의 인건비 일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 수준으로 인력과 시설 기준의 상향 조정을 해야 한다”라며 “응급의료기금 등을 재원으로 의료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병상수 제한을 막기 위해 병상총량제를 도입하고 중소병원 출구 전략을 마련해 급성기 병원은 아급성기나 요양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인력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계획과 정책을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 전담 전문의의 수요와 연계한 수가 신설과 의사 인력 증원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의사인력 수급분석 기반으로 각 시군구 의사회에 개원 승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라며 “수련체제는 인턴제를 폐지하고 간호대도 근무환경 개선과 연계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2025년에서 2030년까지 노인 인구 증가가 매우 커지는 시기이며 현재의 의료체계로는 노인인구의 증가를 대처하기 어렵다”라며 “미국의 의료기관간 포괄적 서비스이자 질과 효율성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책임의료조직(ACO), 일차의료중심의 책임의료조직 메디칼 홈, 장기요양책임의료 시범사업, 집단개원 시범사업 등을 다양하게 운영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