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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경우 '자유 제한' 가능하다"며 각종 명령 남발한 정부…"헌법적·행정적 결함"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전공의 직업 수행의 자유 제한…"공산주의 독재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

    기사입력시간 2024-07-05 08:42
    최종업데이트 2024-07-05 08:42

    4일 열린 의료정책연구원 '현 의료사태에서 정치와 법률의 문제' 의료정책포럼.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현 정부가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개별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게 내린 각종 명령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물론 정부의 주장대로 필요한 경우 최소한도 내에서 자유를 제한할 수 있지만 정부의 명령들은 꼭 필요한 경우도 아니고 최소한도도 아니며, 다른 대안에 대한 검토 없는 일방적 명령이라는 점에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의료정책연구원이 창립 22주년을 맞아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현 의료사태에서 정치와 법률의 문제'를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전공의 직업 수행 자유 제한한 정부…평등권·행복 추구권 침해, 절차적 정당성도 부족

    이날 대한의사협회 허지현 법제이사(법률사무소 해소 변호사)는 정부가 전공의에 대해 발령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의 헌법적·행정적 문제를 살폈다.

    허 법제이사는 "법 제15조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직업 선택의 자유에는 직업 수행의 자유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전공의들이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휴직이나 사직 등 업무를 거부할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정부는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전공의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했다. 물론 정부가 개인의 헌법적 권리를 제한할 수는 있다. 다만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한 경우에 한정돼야 하며, 제한의 정도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등 공공복리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 부분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의료업도 무제한 자유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허 법제이사는 정부의 각종 명령들이 직업의 자유를 거의 절대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먼저 평등권의 문제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사직서를 내거나 다른 직업으로 전직 할 자유가 보장되는데 전공의만 휴직을 하거나 사직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등권이 침해되는 문제다. 실제로 현재 인턴들은 레지던트에 합격했음에도 2월 29일부로 인턴을 종료하고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명백한 의사 표시를 했음에도 강제로 레지던트 절차에 전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허 법제이사는 "수행하던 업무를 중단하는 것을 막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것 마저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어떤 직업을 가진 누구와 비교해도 과도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는 또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는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의료계의 주장대로 현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의료 위기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면 현 정부의 의료 정책은 헌법 제36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전공의에 대한 각종 명령은 전공의들의 헌법상 기본권 등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여부에서도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법제이사는 "정부는 여태껏 필수의료 정책피키지와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때 의료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 사전에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거나 협의와 조정의 과정을 가진 적이 없다. 그렇기에 전공의의 사직은 정부 정책이 내용상으로 부당하고 절차적으로도 일방 강행됐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판단할 때는 최소 침해 원칙을 준수했는 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명령 외에 대안이 있었는 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부 의사협회 해산 시도 "시대 거스르는 정부 행태…공상주의, 군부 독재 정권 특징"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인제의대 노혜린 교수는 "정부가 의료뿐 아니라 의사 양성 제도까지 통제하려고 시도하고 나아가서는 의사협회를 해산하려는 시도는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가 시도했던 일이다"라며 "이는 완전히 시대를 거스른 행태이며,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할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관련 문헌을 살펴보니 우리나라처럼 의정 갈등으로 파업이 일어나고 문제가 발생했던 나라들의 특징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정권이거나 권위주의, 전체주의 정권 혹은 군부 독재 정권의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그 정부 대부분이 영국식 NHS를 추종하거나 아예 의료를 민영화하려고 시도하는 경향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합리한 의료제도로 개혁하려고 하거나 비형평적인 의사인력 정책을 내세우는 경우도 최근들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라며 "전문의까지 딴 의사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학을 갓 졸업하고 공무원이 된 사람보다 못한 근무 조건을 내세우는 의사인력 정책을 쓰는데, 멕시코, 소련, 나치 독일, 프랑스 혁명기와 쿠바 혁명기 등에서 이런 상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