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최근 불거진 S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이 갈수록 심화되자,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요에 의한 장기자랑 등 병원 내 잘못된 관습문화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S병원은 최근 진행한 재단 내 병원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옷차림과 함께 장기자랑을 강요해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해당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S병원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 상황.
다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장기자랑을 했던 S병원 간호사들은 자발적 참여가 아닌 병원 측의 강요로 인해 실시했으며, 근무 외 시간에 연습하는 것은 물론 섹시한 표정을 지으라는 등의 요구로 인해 모욕감까지 느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병원 내 고질적인 관습이 비단 S병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병원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으며, 간호사뿐 아니라 수련을 받는 전공의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이다.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 A씨는 "병원 내 이러한 문화는 전공의에게도 해당 된다. 송년회뿐 아니라 입·퇴국 시 전공과마다 전공의 1~2년차에게 장기자랑을 시키는 수련병원이 아직도 많다"라면서 "바쁜 일정에 자발적으로 하는 전공의가 누가 있겠느냐,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자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키니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S병원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라고 본다. 여러 병원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 수련병원에서는 OR(수술)파티라고 해서 마취과와 수술하는 과 전부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전공의들에게 장기자랑을 시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A씨는 장기자랑 때문에 학원에서 단기간 춤을 배운 전공의들도 있었다고 덧붙이며, 잘못된 관습은 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장기자랑 대상자는 신입 전공의나 간호사다. 부서장 등 윗선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면서 "윗선에서는 부서 간 경쟁심에 후배 의사와 간호사에게 이를 더욱 강요하게 되고, 또한 교수나 병원 경영진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후배들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요구하는 컨텐츠도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사실상 장기자랑 등 이러한 문화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병원 내에서도 원하지 않는데 굳이 왜 강요하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많은 병원이 폐지하고 있다"면서 "자발적으로 원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렇게 강요에 의해 실시하는 것은 없어져야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의료계 관계자 C씨도 "이번 사건은 직업윤리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자발적이냐, 강요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데, 우월한 위치에서 이와 같이 강요했다면 윤리적으로 매우 그릇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사건을 간호사 인권침해 문제라고 강조하며, 13일 성명서를 배포해 정부가 해당 의료기관을 철저히 진상조사하고 엄중히 처벌해 재발방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협회는 "지난 10월 대표자회의에서 '간호사인권센터'를 마련키로 했다"면서 "근로현장에서 벌어지는 간호사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고, 건강한 근무환경 속에서 간호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협회는 간호사인권센터를 마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MOU를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와는 3가지 사업을 함께 진행할 예정으로, 먼저 간호사 인권 실태와 관련한 조사 및 연구와 함께 실제 민원을 받으면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해결하는 것과 토론회 등을 개최해 간호사 인권 문제를 국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한병원협회에 회원사 대상 재발방지 안내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으며, 병원협회는 해당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은 따로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