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비만치료 자가주사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유통 구조가 의약분업 원칙과 달리 의료기관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며, 자가주사제 원외처방 의무 공문 발송 이후에도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나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이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는 2024년 10월 출시부터 2026년 7월까지 약국 외 요양기관에 62%(192만373개)가 유통된 반면, 약국에는 38%(117만9849개)가 공급됐다. 마운자로는 2025년 8월 출시부터 2026년 7월까지 의료기관 등에 56%(1005만5693개), 약국에 44%(795만1428개)가 공급됐다.
의료기관 내 공급량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의원급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위고비 의료기관 공급량 중 의원급 비중은 88.2%, 마운자로는 92.4%였다. 상급종합병원 비중은 위고비 2.0%, 마운자로 0.5%에 그쳤다.
의원급 의료기관 내 유통량도 상위 소수 기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위고비는 공급받은 의원 1만6047곳 중 상위 10곳이 전체 유통량의 10.2%를 차지했다. 마운자로는 1만4525곳 중 상위 10곳에 14.5%가 공급됐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의원급 공급량 상위 10곳에 모두 포함된 의원은 6곳이었다. 이 6곳에는 시판 이후 107만637개가 공급됐으며, 이는 두 약물 의원급 전체 공급량(1098만7939개)의 9.7%에 해당한다. 수도권 A의원은 두 약물 합산 공급량 1위를 기록했다.
A의원은 마운자로 21만9944개, 위고비 2만3124개를 공급받아 총 24만3068개를 수령했다. A의원의 마운자로 공급량은 상급종합병원 20곳과 종합병원 154곳 공급량 합계(20만8016개)보다 많았다. 이는 의원급 의료기관 1곳 당 평균 공급량의 약 344배에 달한다.
비만치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진료과목을 가진 의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소아청소년과만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수도권 E의원은 위고비 공급 5위, 마운자로 공급 4위를 기록했다. 성형외과와 피부과만 신고한 의원 2곳도 각각 상위 10곳에 포함됐다. 폐업한 의원도 확인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5년 9월 지방자치단체 및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유관 단체에 약사법 제23조제1항에 따른 자가주사제 원외처방 의무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자가주사제의 원내 조제·판매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는 "해당 공문 발송 이후 실태조사 및 점검을 실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남인순 의원은 “의료기관 공급량 62%는 의약분업 대상 품목이 맞는지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숫자”라며 “위법한 원내 조제·판매는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의약분업 원칙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 안전을 위해 실태조사를 하고 무분별한 원내처방을 막을 실질적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