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가 주제발표자 1명과 4~5명의 패널이 참여하는 형식의 소규모 포럼을 열 때, 패널들에게 강의료 지급이 가능할까?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률전문가의 답변이다.
김앤장 조하윤 변호사(사진)는 22일 한국제약협회의 '제약산업 윤리경영 워크숍(화성시 푸르미르호텔)'에서 제약사가 의사 등에게 지급하는 강연·자문료의 문제유형과 주의사항을 소개했다.
강연·자문료는 지난해 감사원이 이를 리베이트로 지목한 후, 복지부와 제약업계 등이 강연·자문료를 포함한 공정경쟁규약 개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제약업계 공정경쟁규약에는 강연·자문료 지급 기준이 없다. 제약협회가 만든 표준내규에만 제시돼 있을 뿐이다.
조하윤 변호사는 현재의 공정경쟁규약을 토대로 다양한 문제유형을 제시했다.
먼저 한 번의 강연행사에 다수 강연자나 자문자가 참석해 강연·자문료 지급이 모두에게 이뤄지는 경우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밝혔다.
준용할 만한 조항으로는 제약협회 표준내규 제21조 제2항을 들었다.
해당 조항에는 강연료는 보건의료전문가 1인당 40분 이상 60분 이하의 강연, 1건당 최대 50만원, 1일 최대 100만원, 월간 최대 200만원 및 연간 최대 300만원의 범위 안에서 지급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자문료는 1회 50만원 및 연간 300만원 지급이 가능하다.
또 준용할만한 규정인 의료기기산업협회 공정규약 세부운영기준 9조를 보면 강연은 10인 이상의 청중이 참석해야 열 수 있다.
조 변호사는 "10명의 의사가 모여 한 사람이 주제발표를 하고 패널이 코멘트하는 방식의 좌담회에서 각 패널이 40분 이상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모든 요건을 갖춘다면 적법 판정을 받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조심해야 하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럼 이 패널들에게 강연료를 지급하는 건 가능할까?
조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게 맞다. 패널은 수강하는 분"이라며 "또 패널에게는 숙박비, 교통비, 식사료 등 경제적 이익이 전혀 제공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강연료를 지급하려면 상식상 통하는, 누가봐도 과하지 않는 선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의사가 다국적 회사의 본사나 해외 관계사 행사에서 강연할 때 적용해야할 규약은?
만일 A사의 싱가포르 지점에서 한국 의사를 초청해 강연하고자 한다. 초청받은 다른 나라 연자들이 시간당 100만원을 받기로 했다면, 한국도 100만원으로 책정해도 될까?
조 변호사는 "본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공정경쟁규약의 간접제공 규정(제5조 3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에는 간접제공 규정이 있지만 약사법은 규제가 없어, 두 법이 상이하다"면서 "복지부의 입장도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각 연자가 속한 나라의 컴플라이언스 코드를 준수하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한국 연자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강연료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동영상 또는 매체를 통한 강의의 적법성 판단 기준은?
조 변호사는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돈을 지급했다는 것만으로 리베이트라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 "(법원은) 그런 돈을 지급하게 된 전후 경위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의 판례로 본 법원의 판단기준은 ▲계약이행을 위해 참여할 의사 등의 선정기준 ▲계약대금이나 강의료 등의 산정 방식 및 대금 지급방식 ▲대금과 이행한 계약 내지 강의 등 내용과 강의료 등 사이의 상당성 ▲결과물의 질과 이에 대한 사후관리 등이다.
그는 "이 또한 상식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동영상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면 누가 믿겠는가. 강연자문료는 간접 사실, 정황과 연결돼 판단을 받는다"고 말했다.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자문료를 지급하는 경우?
이 경우 자문단은 멤버 선정의 목적, 공정성, 반복성이 문제될 소지가 높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조 변호사는 "일반적인 자문형태와는 다른 시각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서 "일회성이면 멤버 선정도 그 시의에 맞는 계기가 있겠지만, 정기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자문단은 목적과 기준에 대한 의혹을 받을 수 있다. 준법적인 스크리닝을 더 많이 하는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부의 입장은 아직 표명되지 않았지만, 공정위 조사에서 자문위원회 형태의 지원이 문제된 적 있다. 내부 규정으로 반복선정을 식별하고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을 진행하기로 한 의사로부터 강의자료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받은 경우?
지급되는 대가에 상응한 용역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자료에 남는다면 당연히 위법성 판단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국공립병원 교수 강연료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을 따라야 하나?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되거나 그 지위 등으로 인해 요청받은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 또는 그 밖의 회의 등에서 한 강의·강연·기고 등의 대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내의 사례금 수수를 허용한다.
조 변호사는 "국공립대학병원 교수는 공직자라 김영란법이 우선된다"면서 "김영란법 시행령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지만 김영란법 상 강연료 상한은 공정경쟁규약 기준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특정 의사에게 과다한 강연자문 요청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면서 "특히 강연·자문료 관련 근거 자료를 남겨야 하지만, 자료가 조사기관의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자 및 좌장 선정 이유로 'KOL(주요 의사)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표현을 쓴다던가, '유대강화', '처방약속', '매출확대' 등의 표현을 써선 안된다고 주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