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6년만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 관련 민사소송 1심 첫 선고가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권오석 부장판사)는 10일 메디톡스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대웅·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불법으로 취득, 사용했다고 판단해 400억원의 손해 배상과 완제품 폐기를 명령했다.
앞서 지난 2017년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당했다'며 대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해당 소송을 제기한지 5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메디톡스는 손해배상 청구액을 11억원에서 501억원으로 올렸고, 이후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이날 첫 1심 판결선고가 내려졌다.
재판부 "대웅제약이 영업비밀 침해해 균주 도용하고 제조공정에 부정 사용"
재판부는 "제출된 여러 증거와 포자 감정, 증인 심문 등을 근거로 볼 때 대웅제약 측이 영업비밀을 침해해 균주를 도용하고 제조공정에 부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한다. 또한 해당 균주를 인도하고 기 생산된 독소 제제의 폐기하고, 메디톡스에게 400억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이 판단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위스콘신대학의 연구 지도교수의 허락를 받아 국내로 균주를 들여왔기 때문에 원고가 균주에 대한 소유권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내부문서상의 불일치 부분이 있으나, 여러 증거를 토대로 유추해볼 때 원고 균주와 피고 균주간의 동일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계통분석에 따르면 하이퍼(원고) 균주, 피고 균주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웅이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에 사용해 온 균주는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국내 토양에서 분리·동정했다는 주장은 여러 증거에 비춰볼 때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에 사용한 제조공정은 대웅이 불법 취득한 제조공정에 기초해 개발한 것"이라며 "독자 개발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짧은 개발 기간, 개발 기록 등을 근거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에 조치한 21개월간의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 명령을그대로 국내 소송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법원은 ITC에 제출된 주요 증거와 전문가 증언, 감정 결과 등이 제출된 이후 심도 있는 심리가 장기간 진행해왔다.
재판부는 "영업비밀성이 인정되며, 원고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기간을 단축했다고 본다.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국가 핵심기술 지침 등에 원고의 기술이 포함되는 만큼, '균주 사용 금지와 제조 판매 금지, 완제품 폐기 처분' 등 원고의 주장을 모두 인용하고, 손해배상(501억원)의 일부(400억원) 인용한다"면서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사무소, 연구소, 공장 등에 보관된 완제품을 모두 폐기하고, 원고의 제조 공정 등의 정보를 3개월간 활용해서 안 되며, 나보타 등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제조·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측은 "이번 법원의 판결로 5년 4개월 만에 정당한 권리를 되찾게 됐다.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대한민국에 정의와 공정이 살아있음을 확인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즉각 항소 "형사소송 무혐의 처분과 상반된 무리한 결론"…휴젤 소송에도 영향줄 듯
대웅제약은 이번 판결에 대해 "유전자 분석만으로 유래 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추론에 기반한 판결로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를 보인 점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2월 4일 서울중앙지검이 광범위한 수사 끝에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내린 무혐의 처분과 완전히 상반된 무리한 결론으로, 대웅제약은 즉각 모든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집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것으로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하여 항소심에서 오판을 다시 바로잡고, K-바이오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원고 승소 판결과 함께 메디톡스 측이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란 의지를 내비친 만큼, 추후 국내 보툴리눔 톡신사들을 상대로한 추가 소송전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