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사직 상황을 계기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전달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기능을 강화하고 종합병원은 중등증의 환자 진료 기능을 강화하며, 동네 병·의원의 경증환자에 대한 예방·건강관리 등 각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각 급 의료기관이 중등증에 맞는 환자를 진료할 때 기관과 환자 모두 가장 이익이 커지도록 인센티브 구조도 개편한다. 현재 4단계 기관 가산수가제도도 필수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기준과 체계를 전면 개편하도록 검토한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13일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지역 내 의료기관 간 환자 의뢰·회송 기능을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에는 종이 의뢰서 대신에 시스템에 의한 의뢰를 활성화하는 등 환자의뢰제도 전반을 개편한다"라며 "현장 상황을 보면서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에는 2차 병원의 의뢰서를 갖추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우선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진료, 연구, 교육 기능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국립대병원 등 거점병원이 권역 필수의료 중추기관이 되도록 육성한다.
박 차관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진료역량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지역으로 회송하는 동시에 회송된 환자가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 울산대병원, 인하대병원, 3개 의료기관이 해당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협력진료 이용, 중증진료 강화, 환자의 건강 결과, 이용 경험 등 성과 보상을 적용해 의료행위량보다는 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2차 병원급의 기능과 역량을 대폭 높이고 이를 위한 보상 지원도 강화한다. 전문병원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역량 있는 전문병원은 보상을 강화한다.
박 차관은 “선도 모델로 각 지역의 의료 수요를 감안해 중진료권별 3개 내지 4개의 의료기관을 필수의료 특화 2차 병원으로 육성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현행의 전문병원 제도는 심장, 뇌, 수지접합 등 19개 질환 유형별로 운영하고 있다. 3월 현재 총 109개 전문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라며 “지금은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더라도 평균 3억원 수준의 의료질평가지원금과 평균 4000만원 수준의 전문병원관리료 외에 별다른 지원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한 역량을 갖춘 전문병원 사례를 감안해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를 전원해서 진료할 수 있는 특수·고난이도 전문병원을 특화하겠다.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예방과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박 차관은 “환자의 초기 증상을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다학제 1차 의료협력을 강화하고, 의원의 본래 기능에 부합하도록 병상과 장비 기준 등 제도를 합리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지역 내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지금의 상호 경쟁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의료기관 간 연계·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중증·응급 심뇌혈관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지난 2월 26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전국에 총 65개 기관과 1317명의 전문의가 골든타임을 요하는 뇌졸중 등 질환에 대해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상반기 내 시작할 계획이며,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진료에 대한 보상과 추가적인 수가 신설 등 인센티브를 마련한다.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박 차관은 “권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내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진료협력 계획을 평가해 시범사업 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시범사업에 선정되는 경우에는 권역별로 3년간 최대 500억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20여개에 이르는 의료기관평가 개편도 언급하며 "의료전달체계 개편방향에 부합하도록 병원 대상평가와 규제를 혁신하겠다"라며 "혁신의 기본방향은 각 의료기관에서 필수의료 기능에 맞는 진료를 할 때 높은 평가를 받도록 해 필수의료 역할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분화된 투입지표 중심의 현 평가기준에서 성과와 질 중심의 평가로 개편하면서 필수의료 기능을 잘하는 의료기관이 확실하게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과 각종 평가기준에 응급, 외상, 심뇌혈관 등 필수의료 기능 여부를 신설하거나 비중을 높여 가겠다”라며 “응급의료센터, 외상센터, 심뇌혈관센터 등으로 지정되거나 그 역량을 갖춰 권역 내에서 필수의료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현재의 의대 정원으로는 모든 의대생이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해도 10년 간 약 3만명을 배출하는데, 2035년 70세 이상 의사 수는 3만 2000명"이라며 "KDI,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연구는 2035년에는 현재보다 의사가 1만명이 부족하다고 추계했고 부족분은 2050년까지 계속 늘어난다"고 거듭 2000명 증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같은 15일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가 시작된 2월 23일부터 2월 29일까지 일주일 동안의 의료기관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 비대면 진료는 3만 569건이 청구됐으며 전주 대비 1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병원급은 76건을 비대면을 청구했고,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자가 주된 이용자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