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신약 개발과 시장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제약회사들은 연구개발(R&D)부터 생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개념의 AI인 생성형 AI를 신약 개발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생성형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AI 시스템이다. 생성형 AI 분야의 대표 주자인 챗GPT(ChatGPT) 개발사 오픈AI(OpenAI)는 여러 제약 기업과 협업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와도 손을 잡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근 사례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며,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아봤다.
릴리, 오픈AI와의 협업으로 항생제 내성 치료 신약 개발
릴리는 약물 내성 병원균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균제를 개발하기 위해 오픈AI와 협력한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항생제 내성(AMR)은 전 세계 보건 환경에서 가장 큰 공중 보건 위협 중 하나로 꼽힌다. 릴리는 2030년까지 새로운 항생제 2~4개를 개발하기 위해 2020년 1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릴리 디오고 라우(Diogo Rau) 수석 부사장 겸 최고정보·디지털책임자는 "이번 협업은 항균제 내성 위협에 맞서 싸우는 데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다 줄 것이다"면서 "생성형 AI는 약물 내성 병원균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항균제 발견과 맞춤형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고 말했다.
오픈AI 브래드 라이트캡(Brad Lightcap) 최고운영책임자는 "릴리와 협력해 미생물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찾게 돼 기쁘다"면서 "첨단 AI는 제약 분야에서 혁신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잠재력이 있다. 우리는 업계 리더들과 협력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노피, AI 기반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 포메이션·오픈AI와 협력
오픈AI는 4월과 5월에도 각각 모더나(Moderna), 사노피(Sanofi)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사노피는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위해 AI 신약 개발사인 포메이션 바이오(Formation Bio), 오픈AI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제약업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협업으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조정된 모델을 결합해 신약 개발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사노피는 폴 허드슨(Paul Hudson) CEO는 "이번 협력은 실질적으로 AI를 기반으로 하는 제약회사가 되기 위한 여정에서 중요한 다음 단계다"면서 "업계 최초의 차세대 AI 모델 맞춤화는 제약업계외 혁신적인 치료제를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를 위해 신약 개발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포메이션 벤자민 리우 공동 창업자 겸 CEO는 "사노피, 오픈AI, 포메이션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을 재창조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면서 "우리 업계에 맞게 설계된 맞춤형 AI 에이전트와 모델을 만들고 구현함으로써 사노피, 포메이션과 같은 기업은 전례없는 생산성으로 확장하고 환자에게 신약을 제공하는 속도를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 챗GPT 엔터프라이즈 전 직원에 배포…임상·법무·마케팅 등 다방면에 활용
모더나는 2023년 초 오픈AI의 API를 기반으로 내부적으로 구축된 mChat이라는 자체 챗GPT를 도입하며 협업을 시작했고 내부 채택률 80% 이상을 기록했다. 이번에 파트너십을 확대하면서 향상된 기능을 갖춘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모더나에 따르면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하고 몇 달 만에 회사 전체에 750개 이상의 GPT를 배포해 자동화 및 생산성 향성에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Dose ID GPT는 챗GPT 엔터프라이즈의 데이터 분석 기능을 사용해 임상 연구팀이 선택한 최적의 백신 용량을 추가로 평가한다. 표준 용량 선택 기준과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근거를 제공하고 출처를 참고하며 주요 결과를 보여주는 차트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후기 임상시험에서 추가 개발에 앞서 안전성을 우선시하고 백신 용량 프로파일을 최적화하면서 사람이 주도하고 AI 입력으로 보강된 세부 검토를 수행할 수 있다.
컨택트 컴패니언 GPT(Contract Companion GPT)를 사용하면 모든 부서에서 명확하고 읽기 쉬운 계약서 요약본을 얻을 수 있고, 폴리시 봇 GPT(Policy Bot GPT)을 통해 문서 검색 없이 내부 정책에 대해 빠르게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분기별 실적 발표를 위한 슬라이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GPT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생명공학 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변환하는 데 도움 되는 GPT도 있다.
모더나 측은 "GPT는 이제 법률, 연구, 제조, 상업 등 모더나의 비즈니스 기능 전반에 도입됐으며, 개인화된 지원을 통해 직원들의 역할을 강화하는 조력자로서 모더나의 직원 곁에서 함께 일하도록 특별히 제작됐다"면서 "이러한 툴이 확장된 역할을 함으로써 회사는 mRNA 의약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임팩트를 제공한다는 사명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