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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뇨기과, 백약이 무효다

    수가 불이익, 술기 활용 못하는 현실 일조

    기사입력시간 2016-03-07 06:57
    최종업데이트 2016-03-07 09:13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어떤 진료과가 비뇨기과와 같은 처지가 될지 알 수 없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주명수(울산의대) 회장은 최근 발간된 대한의학회 E-NEWSLETTER에 비뇨기과 전공의 수급 불균형의 문제점을 조명했다.
     
    비뇨기과 전공의는 2010년 80% 충원율을 보이면서 감소하기 시작해 2014년에는 24명, 2015년 34명이 지원했고, 2016년에는 82명 정원에 21명이 지원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전공의를 충원하는데 어려움이 없던 대형병원들마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고, 지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전공의들이 비뇨기과를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주 회장은 "의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편한 과, 수입이 좋은 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여기에 부모의 입김도 적지 않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전원 체제에서 여학생 수가 많은 것도 남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비뇨기과의 특성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건강보험수가를 비롯한 많은 문제점들이 기름을 부었고, 과거 비뇨기과가 잘 나갈 때 비뇨기과학회 자체의 수급을 조절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면이 있다"면서 "비뇨기과 전공의 시절 어렵게 배운 지식과 기술을 수련 후 발휘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도 일조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비뇨기과 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회 모습.


    주명수 회장은 전공의들이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좋은 수련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감시 지원하며, 복강경, 내시경, 로봇 등의 수술 트레이닝 센터를 활성화하고, 능력 있고 저명한 비뇨기과 교수나 전문의를 각 병원에 파견해 강의도 하고 수술도 하는 ‘visiting scholar system’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비뇨기과학회의 모든 자구 노력은 백약이 무효였다"고 토로했다.
     
    주 회장은 "건강보험 수가가 가장 중요하고, 수련 후 보수가 많고, 좋은 자리가 많은 과가 인기 과"라면서 "왜 비뇨기과는 그렇게 되지 못할까"라고 되물었다.
     
    주 회장은 "건강보험수가 상대가치 작업에서도 힘없는 비뇨기과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외과나 흉부외과 같이 복부 수술을 하고 있음에도 유독 비뇨기과만 전문의 가산 30% 혹은 100% 수가 가산을 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뇨기과 위기 극복이 학회 차원의 대책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게 주명수 회장의 설명이다.
     
    주명수 회장은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비뇨기과 환자의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인 환자임에도 노령인구에 대한 질환을 치료할 비뇨기과 전문의가 부족하다면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이나 동남아로 전립선암, 방광암, 신장암 수술을 받으러 가야 할 형편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 외국에서는 비뇨기과가 상위 인기과로 분류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최악의 비인기과로 전락한 데에는 정부의 편파적인 보건의료정책이 크게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러 차례 보건정책당국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전이 없다"면서 "앞으로 5년, 10년 후 어떤 과가 비뇨기과와 같은 처지가 될지 알 수 없고, 이런 악순환은 미리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