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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응급실 사망환자 1.5%→2.0%…생명의 골든타임 지키려면

    강병원 의원∙대한응급의학회 주최 국회 토론회 열려...감염병 대응∙지역완결형 응급의료체계 강조

    기사입력시간 2021-12-17 07:22
    최종업데이트 2021-12-17 08:42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회의실에서 미래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응급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다. 환자 수용이 가능한 응급실을 찾아 구급차가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는 기사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그간 큰 문제 없이 굴러가는 듯 했던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과 대한응급의학회 공동주최로 '미래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감염병과 지역격차 등 응급의료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영향 응급환자 생존고리 타격...환자∙구급대∙병원 차원 지연 요인 줄여야
     
    발제자로 나선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류현욱 교수(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는 “응급의료체계 운영을 위협하는 감염병 유행은 이제 상수가 됐다”며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감염병에 그 때 그 때 대응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대폭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응급환자의 초과사망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류 교수의 분석이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응급실 내원환자 593만명 중 전체 사망환자 수는 9만명으로 사망률이 1.5%였는데, 지난해에는 응급실 내원환자 수가 464만명으로 줄었음에도 사망자수는 9만2000명으로 되레 늘며 사망률도 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은 그 외에 응급환자 관련 지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전까지 점진적으로 개선돼오던 심정지환자의 생존율과 뇌신경 회복율 모두 2019년 8.7%, 5.4%에서 2020년 7.5%, 4.8%로 떨어졌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시기마다 병원 전단계 응급환자의 자발순환 회복 비율도 감소했다.

    류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이 응급실 폐쇄와 같은 직접적 요인은 물론이고,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응급의료체계의 전체적인 고리가 타격을 받은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환자 목격자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코로나19 유행 시기 줄어들었고, 구급대 반응시간∙구급대 신고부터 병원도착까지 시간 등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지연됐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선 이 같은 지연 요인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환자들의 경우 최근 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급실 이용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로 ‘코로나19 감염 등의 가능성 때문에 응급실이 위험할 것 같아서’, ‘응급실 이용시 코로나19 검사 등 이용절차가 복잡할 것 같아서’ 등을 꼽았다.

    이에 류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기간에도 필요시 주저없이 응급실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안내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급대 측면에서는 음압구급차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현재 소방청에서 보유중인 구급차 약 1700대 중 음압구급차 비율은 2~3% 정도인 반면 최근 3년간 전체 이송환자 중 발열환자 비율은 6~7%에 달한다.

    전문적으로 고감염 위험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감염전담 구급대’의 운영 필요성도 언급됐다. 류 교수는 “감염전담 구급대를 통해 확진자나 의심환자 이송을 위한 전문성 확보가 가능하고 방호복 착탈∙관련 장비 탑재 등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차원에서는 응급환자 수용역량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유행시에는 응급실의 기존 진료구역 외에도 격리 등을 위해 추가 공간이 필요한데 현재는 대부분 컨테이너, 천막 등 임시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류 교수는 “병원 의료진 대상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대응에서 어려웠던 점으로 발열∙호흡기 증상 환자 수용공간 부족을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며 “공간 부족으로 구급차 하차 시간이 지연되고, 이는 다시 구급대 부족, 치료 제공 질 제한, 의료진 업무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대응을 위해 응급실을 리모델링이 필요하며,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환자 폭증시를 대비한 시설 마련 지원, 응급실 의료진 충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병원 류현욱 교수, 서울대병원 신상도 교수.

    '지역 격차∙응급실 과밀화' 문제 지역분권으로 해결해야...응급의료기금 일몰 조항 폐지 필요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는 미래 응급의료 혁신을 위한 정책 과제로 ‘지역완결형 응급의료체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신 교수는 지난 1994년 응급의료법이 제정된 이후 적시에 법령 개정이 이뤄져오며 그간 응급의료 분야의 큰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2014년 KDI에서는 2010년대부터 우리나라 응급의료가 선진제도 운영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이 시급한 부분 중 하나가 지역간 격차라는 게 신 교수의 지적이다.

    지난 수년간의 시도별 뇌기능 회복율을 살펴보면 수도권 및 광역시 대비 지방은 낮은 수치를 기록해왔다. 2016년에는 서울시가 6%, 울산이 6.1%였던 반면에 전남(1.9%), 강원(2.5%)은 채 3%도 되지 않았다. 같은 해 도시와 농촌간 생존율 역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군 단위 생존율(3.9%)은 구(9.7%), 시(6.1%)에 크게 못 미쳤다.

    응급실 ‘과밀화’ 역시 심각한 문제다. 코로나19 이후엔 상황이 더욱 악화되며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중 사망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신 교수는 “이 같은 문제는 지방분권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시간과 공간의 골든타임을 지켜야 하는 지역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주 정부나 카운티 수준에서 응급의료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본도 지방자율법을 통해 현(Prefecture) 정부에 응급의료기관 지정권한을 주고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신 교수는 “대부분의 여타 선진국들은 지방자치 관련 역사와 경험이 풍부하고 역량도 충분해 지방분권형 응급의료가 잘 만들어져 있다”며 “우리도 응급의료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선 현행 중앙집중형 응급의료를 지방자치형 응급의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기금 관련한 응급의료법상 일몰 조항의 폐지도 주문했다. 현제 응급의료기금은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수입의 일부를 사용토록하고 있는데 유효기간은 2022년 12월말까지로 정하고 있다.

    신 교수는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선 기금이 안정적∙지속적이어야 한다”며 “오히려 과태료에서 응급의료기금으로 가는 비율을 지금보다 10%가량 늘리고 이를 지방 정부에 우선 배정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정성훈 과장은 지역완결형 응급의료체계 구축과 응급의료기금 일몰 조항 삭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지역단위 응급의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조사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응급의료역량 지수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응급의료법상 마련돼 있는 시도응급의료위원회도 실제론 잘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 위원회의 역할 등을 명시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구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기금 일몰 관련 부칙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태”라며 “지역완결형 응급의료체계, 감염병 대응을 위한 미래의료체계를 잘 준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