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시대의원총회가 비상대책위원회 부결로 마무리되면서 김택우 회장이 큰 고비를 넘겼다.
이날 임총 정족수 미달로 개최 자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임총이 무사히 열렸을 뿐 아니라 비대위 설치도 '압도적 표차'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비대위 반대표는 97표로, 찬성 24표에 비해 4배 가량 많았다.
향후 회장 탄핵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경기도 최상림 대의원이 김택우 회장과 박명하 상근부회장에 대한 불신임(탄핵)안 동의서를 받고 있지만 한 차례 불신임안이 반려돼 동력이 끊긴 데다, 의결에 대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탄핵은 어렵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 차례 위기가 지나고 의협이 임총 이후 정부와 의정협의체와 의학교육협의체 구성 등을 공약한 만큼 향후 의협 회무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김택우 회장이 기사회생했다. 집행부가 걱정이 많았는데 한시름 놨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양분된 의료계 민심 어떻게 합치나
비대위 부결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의협 집행부에 대한 위험 요소는 남아 있다는 평가가 많다. 비대위라는 눈 앞의 위기는 벗어나게 됐지만 이번 총회를 계기로 또 다른 해결과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임총 전후로 의료계는 정확히 양분됐다. 임총 이전부터 탄핵이 아닌 비대위 구성만을 위한 총회는 의미가 없다며 '임총 무용론'이 대두됐고 보이콧 움직임까지 현실화됐다.
이 때문에 재적대의원 249명 중 122명이 빠지고 127명만 참석했다. 결과적으로 임총은 아슬아슬하게 성원이 되긴 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대의원들은 불참으로 의사표시를 대신했다.
이날 불참한 한 대의원은 "절반이 빠지고 정족수 2~3명 차이로 겨우 성원이 된 임총에서 압도적 차이로 비대위가 부결됐다는 점을 들어 '회원들이 집행부를 신임한다'는 평가는 과대해석"이라며 "이날 참석하지 않은 대부분의 대의원은 김택우 회장 비판 여론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양분된 의료계 민심을 적절히 하나로 뭉치는 것이 향후 김택우 회장과 김교웅 의장의 숙제가 됐다"고 전했다.
김교웅 의장은 이날 임총에서 개회사에서 "집행부는 변화해야 한다. 죽도록 열심히 일했는데 알아주지 못한다고 섭섭해 하지 말고 회원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며 "회원을 리드하려 하지 말고 소통하라. 의료계 리더, 특히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협-전공의들 갈등 양상 뚜렷…김택우 회장 장기 리스크되나
떠나버린 전공의 민심을 되찾는 것도 김택우 회장의 어려운 과제로 남았다. 이날 임총에선 의협과 전공의들의 시각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의협 김성근 이사가 '의협이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한 전공의 대의원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X소리를 하나. 그만하라. 어디서 그런 거짓말을 하느냐"고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전공의 대의원은 "(집행부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집행부는) 지난 총회와 입장이 똑같은 것 같다. 힘이 없다고 얘기를 자꾸 하는데 그것이 대부분의 의사 회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집행부가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힘이 없으면 왜 힘이 없는지에 대해 문제를 분석하고 어떻게 힘 있는 협회를 만들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집행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전협 한성존 회장은 "집행부는 대의원 서신에서 '이미 입대한 전공의들의 수련 연속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협은 지난해 8월부터 지속적으로 수련협의체에서 해당 사항을 논의했고 지난 28일 수평위에서 2028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전공의들에 대해 사후 정원을 인정하기로 의결했다. 수련 연속성은 대전협이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협과 대전협의 갈등 양상은 김택우 회장의 장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의협은 의대증원 후속 대처를 위한 대정부 논의에 있어 당사자인 전공의와의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비대위를 막는 성과는 냈지만 전공의들과의 불협화음은 김택우 회장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