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간호사 연평균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량, 열악한 근무환경, 업무 부적응 문제 등으로 인해 OECD 국가 중 면허 간호사 대비 임상 간호사의 비율은 50.9%로 최하위권(OECD 평균 68.2%)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숙련된 간호사를 확보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고 적정 간호사를 배치해 환자에게 안전한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간호협회가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간하는 ‘건강보험통계’와 병원간호사회의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를 자체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말 현재 전체 간호사 면허자(48만1443명, 2021년과 2022년은 사망자를 포함한 추정치)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간호사는 50.9%(24만5021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OECD 국가 중 면허 간호사 대비 임상 간호사의 평균 비율인 68.2%와 비교하면 최하위권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간호사 면허자는 2019년 2만356명, 2020년 2만1357명, 2021년 2만1741명, 2020년 2만3362명으로 매년 평균 5.1% 증가해 OECD 국가 평균인 1.2%보다 4.25배 높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량과 열악한 근무환경, 신규간호사의 병원 업무 부적응 등으로 인해 전체 간호사 면허자 중 임상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비중은 2018년 49.5%, 2019년 51.9%, 2020년 51.7%, 2021년 52.5%, 2022년 3월말 현재 50.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 수도 2019년 1만9979명, 2020년 1만169명, 2021년 1만4845명, 2022년 3월말 현재 4714명 늘어나 4만9707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국시에 합격자한 간호사 신규 면허자 수는 모두 10만7227명이었다. 올해 신규 면허자(2만3362명)로만 보면 2만 명 가까이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인해 최근 병원을 떠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간호사 사직율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8년 13.9%였던 간호사 사직률은 2020년에는 14.5%로 0.6%포인트나 높아졌다. 간호사들의 사직이유를 보면 타병원이나 타직종으로의 전환이 28.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 부적응 17.1%, 질병 및 신체적 이유 10.6%,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6.3%, 교대근무 및 야간근무 5.1%, 과다한 업무량 3.9%, 급여 불만족 1.3% 순이었다.
특히 신규간호사의 경우 업무 부적응 등으로 인해 2018년 42.7%였던 1년 이내 사직률이 2019년 45.5%, 2020년에는 47.7%로 매년 급상승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016년 신규간호사 1년 이내 사직률은 33.9%였다. 불과 5년 사이 13.8%나 높아졌다.
이처럼 간호인력 문제가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는 것을 두고 간호계는 현행 의료법이 의료시설이나 의사 관련 조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간호법을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간호인력 문제가 불거진 지는 벌써 수십 년이 흘렀다”면서 “하지만 간호인력을 늘리고 처우를 개선해 간호사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제 내용은 거의 없이 간호대학 신증설을 통해 땜질식 대책만을 세우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기는 보다는 오히려 악화만 됐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우리나라 간호사의 노동강도는 외국과 비교하면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에 달해 살인적인 노동강도”라면서 “의료기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 등에서의 보건의료와 간호 돌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고, 우수한 간호인력의 양성과 적정배치, 그리고 장기근속을 통해 숙련된 간호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처우개선을 제도화할 수 있는 간호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