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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를 가해자로 보는 불편한 시각

    신해철법 시행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사입력시간 2016-05-24 05:47
    최종업데이트 2016-05-26 05:23

    최근 국회 앞에서 신해철법안 입법을 요구한 환자들


    19일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법(신해철법)이 의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법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증장애 등이 발생한 경우 환자 측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조정신청을 하면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제도다.
     
    현 의료분쟁 조정제도는 신청인(환자)의 조정 신청에 대해 피신청인(의료기관)이 동의해야 개시된다.
     
    조정과 소송의 차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양측이 '동의'하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부는 의료사고 내지 의료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조정부는 감정서를 기초로 조정 결정을 내린다.
     
    물론 양측 모두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고, 민사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문을 연 이후 2015년까지 조정개시율이 40% 대에 그치자 분쟁조정을 활성화하고, 중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명분으로 의료기관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조정절차를 자동 개시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분쟁조정 자동개시 제도는 장점도 있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큰 돈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민사소송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가리고, 의료과실로 판정되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조정개시율이 크게 높아져 의료분쟁조정원도 보다 안정될 것이다.

    반면 일상적으로 중증질환자나 응급환자, 고난이도수술 등을 해야 하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잦은 의료분쟁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브로커가 개입해 의료분쟁을 조장한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소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자동개시(강제개시라고도 한다)는 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거나 '중증 장애'가 발생했다고 하는 잘못된 전제와 의료에 대한 불신을 깔고 있다.
     
    대형 의료사고를 내놓고 조정에 응하지 않는 건 부도덕하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광고



    잘못된 전제와 의료인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부작용도 클 것 같다.   
     
    의사들은 의료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는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 등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강아지 수술비보다 못한 의료수가를 받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가해자로 의심 받으면서 '그 어려운걸 자꾸 해내는' 의사가 몇이나 될까?
     
    안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성형외과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다.
     
    여기에다 의료분쟁을 피하기 위해 대형병원으로 전원 시키면 환자들은 더 오래 대기하고, 더 많은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더 큰 불편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의료는 '침습적'이고' '불가피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으며, 의사는 신이 아니다. 

    의료분쟁과 의료사고 역시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소송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증장애가 발생했다고 해서 마치 의사에게 과실이 있는 것처럼 강제로 조정에 임하게 하면 소수는 이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의료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의사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해 가면 결국 환자들만 더 불편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