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됐다.
법 개정의 골자는 정신질환자의 정신병원 입원을 어렵게 하는 것이었다. 정신병원에 억울하게 수용된 사람들이 많다는 추측성 이유에서였다. 입원에 환자 동의를 받게 하거나, 동의 없이 입원할 경우 그에 동의하는 의료진의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의 대책을 세웠다.
당시 전국의 정신과 의료진들이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퇴원하는 환자들을 담당해야 할 사회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무작정 방치될 것을 우려했다. 방치된 환자들이 증상 악화, 재발로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지거나 이들이 결국 교도소로 가게 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법은 의료진 의견을 이익 집단의 논리로 치부하고 그대로 강행됐다.
법 개정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교도소 등의 교정 시설에 입소한 정신질환 수용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2015~2016년까지 1600명대를 유지하던 정신질환자는 2019년 2430명으로 무려 50% 이상 증가했다.
정신질환 수용자의 증가로 인해 교도관과 치료감호소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공주 치료감호소는 11명 의료진이 무려 1021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흥분한 수용자들을 진정시켜야 하는 역할이 교도관의 몫으로까지 넘어가고, 교도관들이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법 개정 당시 정부는 미국 등의 정신의료기관 비자발적 입원율과 입원 기간 등을 비교하면서 우리도 그런 수치를 줄여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970년대 정부가 정신병원에 의료급여 지원을 중단하며 대대적인 탈원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성급한 탈원화 추진으로 인해 노숙자와 교도소 포화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며 ‘횡수용화’라는 말을 낳았다. 횡수용화란 정신질환자들이 병원마다 옮겨다니며 입원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은 정신병원의 탈원화를 진행하기까지 사회적 지지 기반 마련에 30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사회적 인프라는 갖추지 못한 채 단순히 숫자를 목표로 추진한 정책의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정신병원이 열악하다고 환자를 교도소나 길바닥으로 내모는 것이 과연 환자들의 인권을 위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