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기관의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AI가 환자와 의료진, 병원 운영에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병원이 도입한 AI 솔루션의 수는 제시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했는지는 일관된 기준으로 입증하기 어렵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는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HIMSS APAC 기간 중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 3개국, 6개 병원간 프리 세레머니(pre-ceremony) 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데이터 수집과 프레임워크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공식 참여하기로 하고 MOU에 사인했다.
2027년 공식 출범…아시아 데이터로 글로벌 기준 만든다
HIMSS는 그동안 전자의무기록 도입 수준을 평가하는 EMRAM(Electronic Medical Record Adoption Model), 디지털 인프라 성숙도를 측정하는 INFRAM(Infrastructure Adoption Model), 의료영상 활용 수준을 평가하는 DIAM(Digital Imaging Adoption Model) 등을 통해 전 세계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DX) 성숙도를 단계별로 평가·인증해왔다.
이번 3개국, 6개 병원 간 MOU는 HIMSS가 축적해온 디지털 성숙도 측정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AI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통용될 기준으로 정립하기 위한 첫 단계다. 이는 단일 기술이나 단일 기관이 아니라, 각 기관의 임상 현장과 데이터, 그리고 이를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내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결합이라고 HIMSS측은 밝혔다.
이들 병원은 각자의 AI 인벤토리와 배치 데이터, 임상 경험을 제공하며, 2027년 4월 미국에서 열리는 HIMSS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공표한다. 2028년 초 학술지 출판과 함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프레임워크를 함께 만든 공동 개발기관(co-developer)으로서의 자격을 공식적으로 부여받는다.
한국에서는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참여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병원(National University Hospital, NUH)과 싱가포르 보건서비스(SingHealth)가, 대만에서는 국립대만대학병원(National Taiwan University Hospital, NTUH)과 타이중 베테랑스종합병원(Taichung Veterans General Hospital)이 참여한다.
HIMSS 김지혜 한국지사장은 "참여하는 병원들은 이미 완성된 프레임워크로 자기 병원의 성과를 평가받는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 프레임워크를 처음부터 함께 만드는 공동 개발기관(co-developer)이다"라며 "각 병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AI를 정리하는 인벤토리 작업, 즉 어떤 솔루션을 어떤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쓰는지 선정·구조화하는 과정을 수행하고 거기서 도출된 실제 데이터를 제공한다. 프레임워크는 바로 이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근거로 개발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숙도 인증 넘어 의료 AI의 실제 성과 측정
HIMSS는 미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국제기구로서 70여 개국에 이르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해왔다. 특히 HIMSS는 이번 프레임워크의 근거가 미국이나 유럽 같은 기존의 디지털 헬스 선도 지역이 아니라, 아시아 3국의 대표 의료기관 데이터라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지혜 지사장은 "특정 국가의 기준을 그대로 확산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하나의 체계에 치우친 위계를 낳는다. 반면 한국·싱가포르·대만이라는 서로 다른 의료 체계의 대표 기관 데이터가 함께 쌓이면, 어느 한 국가에 종속되지 않은 균형 잡힌 근거가 만들어진다"라고 했다.
이어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 그리고 그 위에서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의료 AI 가이드라인을 세우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이라고 덧붙였했다.
이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김지혜 한국지사장은 9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메디게이트뉴스 주최로 열리는 '제3회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세션 2 '병원의 AX, 현장이 답하다'에서 '도입을 넘어 성과로…데이터 기반 의료 AI 성과측정의 글로벌 흐름'을 주제로 발표한다.
김 지사장은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의료가 해외에서 만든 기준을 도입·검증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표준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자리에 선다"라며 "데이터에 기반한 AI 성과측정이 왜 개별 병원의 자체 평가를 넘어 다국가 공동연구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근거를 함께 쌓아가는 이 여정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기준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를 강연에서도 밝힐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