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는 한방첩약의 요양급여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안전성·유효성·경제성 등을 먼저 검토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20일 밝혔다. 의원협회는 동의보감 등에 실린다고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과 더불어 경제성 평가, 처방 및 조제의 표준화, 약재에 대해서도 표준화 등이 선행되지 않는 한 급여화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건강보험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첩약 급여화는 되어서도 안되고 될 리도 없는 일이었다. 굳이 의료 전문가가 아닌 상식에 의해 판단하더라도 그렇다. 그런 이유로 의료계는 그 동안 첩약 급여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아니 낼 필요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그런데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의 취지를 망각한 채 첩약 급여화를 시도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정치적 수사를 위한 포퓰리즘이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오는 12월 첩약, 한약제제 등 한의약 보장성 강화를 위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송 회장은 "첩약이 아닌 어떠한 약제라도 요양급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 1조의2에 따라 당연한 조건이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공적 재산이 소모되는 만큼 급여절차와 관련한 투명성 확보 또한 반드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에 대해 "첩약을 포함한 한약은 과거 한약서에 기재된 처방이면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따로 받지 않는다"며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 및 신고에 관한 규정' 제 24조에서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 수 백 년 전의 동의보감에 실린 처방이면 안전하고 유효하다고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황당한 규정이다. 이를 근거로 건강보험 재정을 소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과 첩약 급여화를 위해서 위 규정은 개정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송회장은 첩약의 경제성 평가에 대해 "같은 질환이나 증상에 대해 급여등재 의약품보다 경제성이 같거나 높은지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며 "급여등재의약품 수천원 내지 수만원 처방이면 호전될 수 있는 증상이나 질환에 첩약 처방은 수십만원이 들어간다.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기존 급여등재 재료로 치료할 수 없는 것이라면 고가의 재료라도 급여등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다른 급여등재의약품으로 충분히 치료가능한 증상이나 질환에 굳이 고가의 첩약을 급여등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정부는 표심만을 고려해 엉뚱한 곳에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려고 한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건보 재정 낭비로 인한 결과를 국민들이 인식하는 순간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송 회장은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도 첩약 급여화에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방 및 조제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첩약 처방전 및 조제내역서를 반드시 발행해야 한다. 의약분업과 마찬가지로 '첩약의약분업'이 필요하다. 한의사가 첩약처방전을 발행하고 그 첩약처방전에 따라 한약사나 한약조제가능한 약사가 첩약을 조제하는 것이다"며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요양급여와 관련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아울러 자신에 대한 첩약 처방에 대한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약재에 대해서도 표준화가 필요하다. 원재료에 대한 원산지 표시부터 모든 유통 과정에 있어서의 RF 모니터링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투명성 확보와 동시에 최소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해야 한다. 더불어 안전성과 유효성과 관련하여 약재에 대한 주기적인 검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회장은 "전 국민의 6% 이하만이 한방을 이용한다는 통계를 볼 때, 첩약에 대해 요양급여를 적용할 경우 나머지 94%의 국민들은 역차별을 받는 셈이다"며 "현대의학과 한방에 대해 각각 건강보험을 분리해야만 이러한 역차별이 방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