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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비와 진료비의 불편한 진실

    현 수가 구조에서 환자안전 논할 수 없다

    [칼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기사입력시간 2017-08-03 05:50
    최종업데이트 2017-08-03 16:45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버스운송업과 의료업을 제외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심의과정에서 의료업은 도입이 유보되었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발생한 봉평터널 전세버스 추돌사고(’16.7, 사망 4명)와 시외버스 추돌사고(’17.5, 사망 4명)에 이어 최근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추돌사고(’17.7, 사망 2명) 등이 모두 과다한 연속근무로 인한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임이 밝혀지면서 법안 발의의 계기가 되었고 추돌방지장치 부착 등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법안 등이 원활히 시행되기 위한 재원 충당을 위해서는 버스비를 인상하든, 국가 지원을 늘리든 국민 부담이 늘어나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와 관련 버스업계는 현재 기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선을 유지하려다 보니 초과 근무를 할 수 밖에 없기에 이를 시행하려면 인원 충원을 위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업종도 그동안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의 업무과다로 인한 환자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던 바 이번에 근로기준법 특례업종 축소 시 함께 법안 개정이 시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계 역시 의료업의 근로기준법 특례업종 제외 법안이 추가인력 채용을 위한 수가인상이나 유예기간 설정 등의 대책 없이 통과되면 병원업무가 마비될 것이고 가뜩이나 어려운 의료현실에서 병원 파산 등 염려가 크다며 우려했고, 실제 환노위 논의과정에서도 이러한 현실적 문제로 인해 향후 공론화 등의 과정을 거쳐 추후 도입하기로 했다 한다.
     
    언뜻 보면 버스운송업과 의료업은 그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생산재화의 비(非)경쟁성과 비배제성을 이유로 사유재보다 공공재로 치부되어 자유민주주의 경제체제하의 시장경쟁 원칙이 제한받고 가격책정이 통제받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버스업자와 의료업자들은 당국과 버스비나 진료비를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협상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국가예산이나 건강보험 재정총량에 끼워 맞추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구조적으로 버스요금이나 진료비에는 운행이나 진료안전을 담보하는 인건비와 재료비가 충분히 포함될 수 없으며 그 단적인 예가 건강보험이 운영하는 일산병원 자료를 기초로 한 외부 기관의 연구결과 의료기관 추정원가보전율이 70% 정도이며 이는 버스업계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경제 하에서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스템이 아닌 당국의 통제 하에서 최소한의 생존만을 위한 비용을 보상받는 현 버스운송업 운영체제나 의료제도 하에서는 사고예방을 위한 충분한 투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안전을 포함한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려면 우선 공공재 운영에 대한 국가지원을 늘리고 운임과 진료수가를 적정수준으로 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는 이를 방기했고 업계는 생존을 위해 기사당 운행량 늘리기와 의사당 진료량 늘리기를 할 수 밖에 없고 원가를 맞추려 재생타이어버스가 도로를 폭주하고 극히 일부의 경우지만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간염 발생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원인으로 버스기사와 의료인의 과로에 의한 교통참사와 의료사고 발생 위험은 높아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격결정권을 가진 당국의 직무유기로 인한 피해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에 대해 누구도 알리려 하지 않고 실제 잘 알지 못한다.

    당국은 공공재서비스가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적절한 가격을 정하고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 할 수 있도록 재정부담 분을 적시에 적당히 지원하여야 한다.

    그러나 공공사업 및 건강보험에 대한 당국의 지원의무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제 값을 쳐주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말만 협상이지 실제는 일방적 통보에 지나지 않는 버스요금이나 의료수가 결정구조를 이대로 두고서는 승객이나 환자안전을 논할 수 없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는 운전자와 의료인 등 근로자들이 더 이상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 특성상 필요를 빌미로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지금과 같은 버스요금 및 진료비 결정구조 하에서는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사고위험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과거 대형사고가 일어날 때 마다 조금 이슈화 되었다가 곹 잠잠해 지길 반복하였지만 그때 잠시 뿐이고 개선된 것이 없다.

    앞으로 또 다른 참사를 막으려면 경보장치를 달아 근무자가 졸음에서 깨어나게 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충분히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근본적으로 졸음이 올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가는 재정지원 등 책무를 다하고 국민들에게 추가부담이 필요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