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사건 재판이 '학술좌담회 등의 행위 주체가 노바티스인가, 아니면 언론매체인가'의 새로운 쟁점으로 전환되고 있다.
공소사실 자체에 대한 검찰과 피고 측의 팽팽한 이견은 12일 공판준비기일에도 좁혀지지 않아 재판부는 본안 사건에서 판단키로 하고, 증거조사를 비롯한 본격적인 공판에 착수키로 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5 재판부는 12일 "이 사건의 핵심은 노바티스 임직원이 쌍벌제 시행 후 의사에 대한 직접적 이익 제공이 어려워지자 '우회적인 방법'을 모색했냐는 것이고, 다음 기일(3월 21일)에는 이 '다른 방법'의 행위 주체가 노바티스인지 증거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작년 8월 "한국노바티스가 언론매체의 학술좌담회 등을 통해 의사 15명에게 25억 9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이 회사 전·현직 임원 6명, 매체 대표와 의사 등 총 34명을 불구속기소 한 사안이다.
이날도 노바티스의 판촉 활동이 리베이트인가에 대한 검찰과 피고 측의 이견은 한 시간이 넘도록 평행선을 달렸다.
피고 변호인은 "동아제약 리베이트의 판례를 보면, 대행사가 동영상 강의에 응한 의사에게 강의료를 지급하는 게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면서 "다만, 외관상 적법한 행위를 빙자한 경제적 이익 제공을 위반으로 본 것인데 이 사건에서 검찰은 좌담회 형식과 내용을 문제 삼은 건지, 아니면 적법한 행위를 빙자한 리베이트라고 본 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노바티스와 임직원들이 우회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것"이라며 "해당 판례는 의료인 입장이 아닌 제약사 입장에서 판촉 목적이 있으면 리베이트라고 보고 있다. 즉 이 사건의 쟁점은 전문매체를 통한 노바티스의 활동에 판촉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노바티스가 다른 제약사와 달리 8년간 전문매체에 수 십억원의 광고비를 지급하면서 학술좌담회를 연 것은 쌍벌제 이후 회사의 직접적인 지급 방식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그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적발 사건에 연루된 의사와 이번 사건의 의사가 대부분 일치 ▲노바티스는 의사를 처방량과 영향력으로 구분해 등급별 관리 ▲전문매체가 전국에 산재한 의사를 한 자리에 불러 행사 여는 것은 어려움 ▲노바티스가 의사의 학술좌담회 발표 자료를 제공 ▲'agency fee' 항목을 별도로 만들어 해당 매체 광고비 정산 등을 꼽았다.
그러나 변호인은 "제약사는 판촉목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이를 리베이트로 보려면 학술좌담회나 출판물을 발간할 때 의료인이 받은 참가비가 노바티스 제품 채택에 대한 대가성이냐, 그리고 이를 언론매체와 모의했냐를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판사는 "그런 의미에서 좌담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본인이 받는 돈이 노바티스에서 나온 거라고 인식했는지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의사들이 노바티스의 돈이라고 인지했고 좌담회의 실질적 주체는 노바티스이며, 노바티스와 매체가 공모한 정황에 대한 모든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혀, 다음 공판에서는 증거 입증과 증인 심문(노바티스 임원 김모씨)에 집중될 예정이다.
다만, 공모 여부를 둘러싼 노바티스와 언론매체의 사실관계 다툼이 있고, 피고 임원들은 이런 행위가 일어난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어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다음 공판기일은 3월 2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