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약사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약사의 백신 접종 허용 요구는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도전이다. 이들의 주장은 표면적으로 '접근성 향상'과 '국민 편의'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의료의 본질에 대한 몰이 해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 집단의 양심과 국민 건강 수호라는 최우선적 가치에 입각해 약사사회의 무책임한 주장에 대해 명백하고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결론적으로 약사 백신 접종 허용 주장이 법적으로 위헌적이고, 임상적으로는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대한민국 의료의 전문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이므로 공론화할 가치조차 없다.
백신 접종은 대법원 판례가 일관되게 확인해 온 '의료행위'의 범주에 속하며, 현행 의료법 제27조는 이를 명백히 의료인의 고유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약사의 백신 접종은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백신 접종은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같은 예측 불가능하고 치명적인 응급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약학 교육 과정에서 응급의학 훈련을 받지 않았으며, 적절한 응급 장비와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약국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는 곧바로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예고된 참사'이다.
미국 등 해외 사례는 광활한 영토와 의료 공백이라는 특수한 배경에서 비롯된 고육지책이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을 자랑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기존 의료기관 중심의 접종 시스템의 우수성을 입증한 대한민국에 이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볼 수 있다.
과거 대체 조제, 공적 전자처방전, 방문약사제도 등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듯, 약사 회의 의료 영역 침범 시도는 의료 전문가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훼손해왔다. 약사의 백신 접종 허용은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의료 시스템 전체를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리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의료법 제27조와 '의료행위'의 절대적 배타성
약사 백신 접종 허용 주장은 정책적 논의 이전에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실정법 위반 여부부터 엄중히 따져야 할 사안이다. 의협은 이 문제가 타협이나 협상 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의 영역 에 속함을 분명히 한다. 그 핵심에는 의료 시스템의 질서를 규정하는 대원칙인 의료법 제27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 행위의 주체를 국가가 면허를 통해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담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의료행위'의 정의인데, 대법원은 일관되게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 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폭넓게 정의해왔다.
이러한 법리에 비춰볼 때, 백신 접종은 결코 약사법이 규정한 '조제'나 '복약지도'의 범주에 속할 수 없는 명백한 의료행위의 총체다. 백신 접종 과정은 다음과 같은 연속적인 의료적 판단과 행위로 구성된다.
문진(진찰 행위): 접종 전 환자의 기저질환, 알레르기 병력,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해 접종 금기 대상자를 가려내는 과정은 명백한 진찰 행위다. 이는 약학적 지식이 아닌, 인체 생리와 병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학적 판단을 요구한다.
주사(침습적 시술): 주사기를 이용해 인체의 피부를 뚫고 약물을 주입하는 행위는 가장 전형적인 침습적 의료행위다. 이는 해부학적 지식 없이 수행될 경우 신경 및 혈관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상반응 관찰 및 응급처치(치료 행위):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급성 이상반응, 특히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인지하고 에피네프린 투여, 기도 확보 등 즉각적인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것은 고도의 응급의학적 지식과 술기를 요하는 치료 행위다. 이 세 가지 과정 중 어느 하나라도 의료인이 아닌 자가 수행할 경우, 국민 보건위생에 심각 한 위해를 끼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약사회가 주장하는 '편의성'은 이 명백한 법적· 임상적 사실 앞에서 어떠한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이는 마치 운전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무면허 운전을 허용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어불성설이다.
약사법의 한계와 의사업무범위에 대한 도전
약사법은 약사의 임무를 '약사에 관한 일'로 규정하며, 구체적으로는 의약품의 조제, 판매, 복약지도 등으로 명확히 한정하고 있다. 법률 어디에도 약사에게 진단이나 주사와 같은 침습적 행위를 허용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 사회는 끊임없이 의료인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려는 시도를 반복 해왔다.
과거 의대생들이 성명서를 통해 "의약분업 후 약국에서의 공공연한 무면허 의료행위(문진 및 진료)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의협은 '방문약사제도'가 "약사가 임의로 환자의 의약품 투약에 개입하고 의사 본연의 일인 처방에 간섭하는 불법 의료 행위"라며 강력히 비판한 바 있으며, 약사가 자살 고위험군을 상담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비전문가인 약사가 어설프게 상담에 나섰다가 환자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약사회가 자신들의 법적 업무 범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지속적 으로 해왔음을 증명한다. 약사 백신 접종 주장은 이러한 월권의 연장 선상에 있는 가장 위험하고 노골적인 시도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업무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인 면허 제도를 무력화하고 직역 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려는 행위다. 따라서 의협은 국민 건강을 수호하고 의료 시스템의 법적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불법적 시도에 대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단호히 맞설 것이다.
아나필락시스 위험과 약국의 임상적 한계
약사 백신 접종 주장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안전 불감증'에 있다. 약사회는 백신 접종을 단순한 기술적 행위로 폄하 하지만, 모든 의료인은 백신 접종이 언제든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 한 의료행위임을 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라는 '시한폭탄'이 존재한다.
약사회는 해외 사례를 들며 안전성이 입증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바로 우리나라의 임상 데이터가 그 위험성을 명백히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연구센터의 분석 결과, 백신 접종 후 24시간 내 아나필락시스 발생 위험도는 무려 3.15배나 유의미하게 증가 했으며, 실제 발생률은 100만 접종 건당 1.45건 으로 보고됐다. '100만 분의 1.45'라는 숫자는 통계적으로 낮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국민 5000만명이 1년에 한 번씩만 접종 받는다고 가정해도 매년 약 72명의 국민이 아나필락시스라는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이 72명의 생명은 '접근성'이나 '편의성'이라는 미명 하에 포기되어도 좋은 하찮은 가치가 결코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나필락시스의 예측 불가능 성과 급격한 진행 속도다. 증상은 대부분 접종 후 30분 이내에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혈압 저하, 의식 소실 등으로 이어져 수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바로 이 '골든타임' 안에 전문적인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환자는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대한 표준 응급처치 프로토콜은 에피네프린 근육 주사, 산소 공급, 정맥로 확보를 통한 대량 수액 투여, 기도 확보, 그리고 지속적인 활력 징후 모니터링 등 일련의 복합적인 응급의료 행위를 요구한다.
과연 동네 약국이 이러한 응급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돼있는가? 답은 명백히 '아니오'다. 약사는 약물 전문 가일 뿐, 응급의학 전문가는 아니다. 약학대학 교육과정에는 심폐소생술(CPR)이나 아나필락시스 대응과 같은 체계적인 응급의학 훈련이 포함돼 있지 않다.
미국약사회(APhA)의 단기 인증 교육 은 수년간의 의학 교육과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의 전문성을 대체할 수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환자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기도가 막히는 일촉 즉발의 상황에서 단기 교육을 받은 약사가 과연 침착하고 정확하게 정맥로를 확보하고 산소를 공급하며, 에피네프린의 추가 투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건 위험한 착각이다.
대부분의 약국은 판매와 조제를 위한 공간일 뿐,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어떠한 장비 도 갖추고 있지 않다. 산소 공급 장치, 정맥 수액 세트, 기관 삽관 장비, 제세동기는 물론, 환자를 눕힐 침상 조차 없는 곳이 태반이다. 에피네프린 주사제 하나만 비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마치 소화기 하나만 들고 대형 화재를 진압하겠다는 것과 같은 무모한 발상이다.
약국에서 쇼크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하고 구급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환자에게는 영원과도 같다. 뇌에 산소 공급이 단 몇 분만 중단돼도 영구 적인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의료기관은 응급상황 발생 시 자체 응급 팀을 가동해 즉각적인 처치를 시작할 수 있지만, 약국은 외부의 도움만 무력하게 기다려야 하는 고립된 공간일 뿐이다.
의료기관 예방접종을 위한 시설 기준
반면 의료기관에서 예방접종을 안전하게 시행하기 위한 시설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의료기관은 의료법 제36조에 따라 시설 기준 및 규격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의료기관의 종류별로 다르며, 구체적인 기준은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3과 별표 4에 명시돼 있다.
예방접종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진료실과 같은 진료 공간이 필요하다. 관찰실은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예방접종 백신을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는 냉장 시설이 필수적이다. 백신의 종류에 따라 요구되는 보관 온도가 다르므로, 각 백신에 맞는 냉장 시설을 갖춰야 한다.
감염 예방을 위해 철저한 위생 관리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의료진과 환자가 손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손 위생 시설을 갖춰야 한다.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기구 및 장비는 철저히 소독기구로 소독해야 한다. 사용된 주사기 등 의료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추가로 고려할 사항도 많다. 영유아, 청소년, 성인 등 예방접종 대상에 따라 필요한 시설 및 장비가 다를 수 있다. 예방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 응급 처치 장비 및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예방접종 관련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런 기준들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의료기관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약국에서의 백신 접종은 아나필락시스라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국민을 노출시키는 행위다. 이는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보건의료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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