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의대신설을 둘러싼 오래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역에 의대 하나 만드는 것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많은 정치인들(심지어 수도권포함)과 대학 이해당사자들이 사활을 걸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히 살펴보자. 총인구 수 5130만명,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인구의 20% 가량인 초고령사회 진입, 하락 추세인 합계출산율 0.7은 세계 최저로 압도적 1위, 2025년도 신생아 출생 26만9000만명으로 감소 중이다. 좁은 국토면적(약 10만 km²)에 KTX, SRT, 촘촘한 고속도로 등 세계 1등 교통망을 갖춘 1일 생활권에 의료 접근성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런 대한민국에 이미 의대 40개, 한의대 11개, 합 모두 51개나 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도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이다. (일본은 인구 약 1억2000만명에 의대 82개, 미국은 인구 약 3억4000만명에 의대 153개)
그런데 최근 뉴스위크지 발표에 따르면 세계 100대 우수병원 랭킹에 국내 병원이 7개 (50위 이내에 무려 네개 병원이 포함됨)나 포진한 반면, 세계 의대 랭킹 100위권에는 단 두곳만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임상위주 대학병원들이 세계최고 수준의 높은 위상을 갖춘 반면 의대 교육의 질이나 기초연구의 경쟁력은 병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객관적으로 반영된 수치이다.
병원과 의대의 질적 괴리가 이와 같은데 지역주민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기위해 국립, 공공, 지역 의대를 더 만들겠다는 것은 이미 낙후된 지역 의료서비스를 오히려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동시에 ‘기존의 지역의대 죽이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지역 주민이 알아야 한다.
현실이 이런데 의대 신설은 매번 지역 선거 1호 단골 공약으로 보수, 진보를 망라한 모든 정치권에서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무의미한 소모전일 뿐 아니라 지역 간 갈등만 부추기고 주민을 희망고문하는 악행이다.
이제라도 더 이상의 의대신설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 대신 어려움을 겪고있는 지역의대와 지역의료기관에 실질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선거공약으로 내는 후보를 선택하는 지혜를 이제는 유권자들이 스스로 갖춰야한다. 유권자들이 깨어나서 이성이 마비된 정치인들을 표로 심판하는 것만이 진정한 지역주민을 위하는 길이다.
지역에 의대하나 만들면 주민들이 갑자기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것처럼 떠벌리는 정치인들의 감언이설, 그리고 (시민없는) ‘시민단체’들의 막무가내식 거짓 구호(자신들이야 말로 국민 편이라는)에 계속 휘둘리는 한 이런 우민정책은 지속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의대교육, 의료의 질은 계속 추락할 것이다.
나 자신 이와 같은 주장을 지난 20여년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왔으나 상황이 좋아지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악화일로이다.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경쟁하듯이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를 만들려고 주민들을 부추기며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는 의대신설에 대학의 명운을 걸고있는 대학 책임자들도 한 몫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는 제발 의대신설 관련 소모전을 단호히 끝낼 결심을 정치 최고지도자가 내려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첨부한 사진은 본인이 2018년 19대 국회에서 서남의대 사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을 때 그 지역 주민 단체가 서남의대 폐교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내걸었던 현수막이다. 지역주민의 의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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