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12유도 심전도(12-lead ECG)는 심혈관 질환 선별과 평가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사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돼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고 환자 예후를 예측하는 등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심전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응급 상황 발생을 의료진에게 알리거나, 다양한 심혈관 질환의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 돕는 모델 등이 개발되고 있다.
SmartECG-AF, 정상 리듬 상태에서 얻은 심전도 데이터로 심방세동 환자 식별
미국 메이요클리닉의대(Mayo Clinic College of Medicine) 연구팀이 2019년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정상 리듬 상태에서 얻은 AI 기반 심전도를 통해 진료 현장에서 심방세동(AF)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잘 이뤄지지 않지만 뇌졸중과 심부전, 사망과 연관돼 있어 빠르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선별 검사법은 장기간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검출률이 낮아 한계가 있다. 그러나 AI를 활용해 심방세동 환자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식별할 수 있다면 환자 진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의료 AI 기업인 딥카디오(DeepCardio)는 단 10초의 심전도 데이터만으로 심방세동의 조기 진단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SmartECG-AF는 발작 중이 아닌 정상 10초의 심전도에서 ECG에 미세하게 내재돼 있는 신호를 기반으로 발작성 심방세동의 잠재 확률을 제시해주는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다. 국내에서 최초로 임상시험에 성공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으며, 혁신의료 기술로 지정됐다.
2024년 11월 국제학술지 IEEE Access에 게재된 논문에서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백용수 교수팀은 여러 기관에서 수집한 발작성 심방세동(PAF) 환자와 건강한 개인의 ECG 데이터로 모델의 성능을 검증했다. 성능은 정밀도(Precision), 재현율(Recall), F1 점수, 수신자 조작 특성 곡선 아래 면적(AUROC) 점수 등 네 가지 지표로 평가했다.
먼저 인하대병원에서 수집한 데이터셋에 대한 분석 결과 AUROC 0.940, 정밀도 0.874, 재현율 0.879, F1 점수 0.876을 달성했다. 이어 다른 대학병원에서 추가로 수집한 데이터셋을 이용한 외부 검증에서는 인하대병원 데이터셋 대비 유사하거나 우수한 분류 성능을 보였다.
백 교수팀은 "12유도 ECG를 이용한 발작성 심방세동의 임상적 진단 수율이 낮아 임상의들이 불필요한 홀터 또는 웨어러블 기기 검사를 빈번하게 수행하게 된다"면서 "제안된 모델은 심전도 데이터만으로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를 정확하게 분류함으로써 환자 관리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발작성 심방세동 확률 점수가 낮은 환자에 대한 위험 계층화 및 기타 접근법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홀터 또는 웨어러블 기기 검사가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보장함으로써 상당한 사회경제적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SmartECG-CV risk, 국내 최초 심전도 AI 통한 심장 나이 연구로 심혈관 위험도 예측
또한 딥카디오는 대규모 심전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층신경망(DNN)을 개발, 국내 최초로 심전도 AI를 통한 심장 나이 연구를 진행했다.
2019년 미국 메이요클리닉의대 연구팀이 Circulation: Arrhythmia and Electrophys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AI를 심전도에 적용함으로써 환자 성별을 예측하고 연령을 추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망률과 관련된 여러 임상적 요인들이 예측 연령과 실제 연령 간의 차이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딥카디오는 연구를 통해 AI 심전도 심장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6세 이상 높으면 사망률과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2.2~3.9배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검증했다.
백 교수팀은 2023년 Frontiers in Cardiovascular Medicine에 '12유도 심전도 기반 AI가 추정한 생물학적 심장 나이를 활용한 사망률 및 심혈관 질환 예측' 논문을 발표했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심전도 분석 기술 'SmartECG-CV risk'로 심방세동과 심부전, 심근경색 등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한 연구 논문이다.
연구 결과 AI 심전도 심장 연령이 실제 연령보다 6세 높은 환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위험비(HR) 1.60)과 주요 심혈관 사건(MACE) 발생률(HR 1.91)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연령 차이가 6년 미만인 환자에서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HR 0.82)과 MACE 발생률(HR 0.78)이 낮았다. 또한 AI 심전도 심장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PR 간격과 QRS 지속 시간, QT 간격, 교정 QT 간격(QTc)에서 유의한 변화가 관찰됐다.
백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연령, 성별, 당뇨병, 고혈압, 심부전, 뇌졸중, 심근경색, 만성 신장질환과 같은 전통적 위험 인자뿐 아니라 AI-ECG 심장 나이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혈관 관련 결과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면서 "AI-ECG 심장 연령은 기존 위험 인자 단독을 넘어 심혈관 이상 사건에 대해 추가적이고 가치 있는 예측 지표로 활용될 잠재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심전도 심장 연령을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도입하면 위험 평가를 개선하고 환자에게 더 효과적인 예방적 개입을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후 연구팀은 15만 명 규모의 국내 국가 건강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정확도와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고,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5만 명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해 다인종 적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 결과는 2025 유럽심장부정맥학회(EHRA)에서 발표됐으며, 백 교수는 학회에서 '디지털 심장 분야 연구상(E-Cardiology Award)'을 수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1월 30일 딥카디오의 AI 기반 디지털 의료기기 'SmartECG-EF'의 제조를 허가했다. SmartECG-EF는 12유도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 심부전 위험도를 점수와 등급 형태로 제시하는 소프트웨어형 의료기기다. 특히 좌심실 수축 기능 저하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