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종합학술대회 개최기간인 지난 2일 오후 대회장에서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해 현재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고 4일 밝혔다.
개정안은 보험회사에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을 요구하고 의료기관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요청할 때 진료비 증명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서류를 보낼 때 심사평가원 또는 전문중계기관을 경유하도록 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는 그동안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혀왔다. 의료계는 보험업계가 실손보험으로 인한 심각한 적자를 호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청구 간소화를 숙원사업으로 추진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쉽게 획득하기 위해서라는 것.
결국 이렇게 얻어진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거나, 보험 가입이나 연장 거부의 근거를 쌓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예상이다.
한편 의료기관들이 실손보험 가입관계에 있어 전혀 당사자가 아닌데도 어떠한 대가 없이 청구업무를 강제로 대행하게 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또한 의료계는 환자 정보를 중계하게 되는 심사평가원이나 전문중계기관을 통해 개인정보가 누출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특히 정부기관인 심사평가원이 사기업인 보험업계를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점의 부적절함을 꼬집고 있다.
지난 2일 긴급 상임이사회에서는 이러한 중대한 문제가 있는 법안에 대해 최근 정부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입장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며 의협이 중심이 되어 전 의료계가 함께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결사 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이미 휴대폰 앱으로 서류를 찍어 보내는 것만으로도 가능한데 집요하게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보내도록 요구하는 이유는 결국 보험사가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서 액수가 큰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라며 "청구 간소화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오직 보험업계뿐이며 국민과 의료기관은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박 대변인은 "회원과 산하단체에도 이러한 문제를 집중 홍보해 의료계 내부적인 단결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문제점을 알림과 동시에 법안을 발의한 두 의원에 대해서도 강력 규탄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