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재고약을 둘러싼 의사협회와 약사회의 공방이 흥미롭다.
선제공격을 날린 건 약사회다.
지난 10일 열렸던 수가협상을 위한 공급자단체 상견례, 약사회 조찬휘 회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조 회장은 "의사들의 잦은 처방약 변경으로 약국의 불용재고약 손실이 연간 56억에 이른다"고 추무진 의사협회 회장을 자극했다.
약사회 회장이 '약물 변경의 의학적 이유'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면, 이 발언은 '의학 외적인 이유'에 대한 간접 비판이다.
결국, 의사들이 리베이트 받아 약물을 변경하면서 약사들이 수십억의 피해를 봤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추무진 의사협회 회장은 피식 웃으며, 즉각적인 반응을 피했다.
추 회장은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약사회가 의사들의 잦은 처방 변경으로 불용재고약이 생기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추무진 회장은 불용재고약의 원인을 나열하면서 "약국에서 가격을 낮추려고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도 불용재고약이 증가하는 원인"이라고 밝히고, "판매업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재고에 관한 경제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받아쳤다.
또 수가협상 자리에서 다른 공급자단체를 매도해 우위를 차지하려고 하는 건 책임 있는 전문가단체의 자세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당일 별다른 반박 없이 잠잠하던 약사회는 다음날 재반박했다.
약사회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불용재고 문제를 약사와 제약사에게 떠넘기는 의협의 무책임한 발언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라며 비판을 시작했다.
협회 측은 "잦은 처방 변경으로 불용 재고의약품의 결정적인 배경을 제공하는 측에서, '다양한 원인'을 구실로 삼는 것은 공감하기 힘들다"며, "의약분업 이후 의사의 빈번한 처방약 변경으로 매년 약국가는 연간 약 60여억 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관련 사례를 수집해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협회의 다음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실 약국에서 불용재고의 손실을 모두 떠안는 경우는 절대 없다"라며, "약국은 도매상에게 재고를 떠넘기고, 제약사가 이 재고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아, 결국 도매상이 피해를 떠안는 구조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