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사직 전공의들 강희경 교수 발언에 '분통'…"대화 거부했던 게 누군가"

    서울대 사직 전공의 "의협 회장 선거운동 한다며 전공의와 만남도 당일 취소"…박단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어"

    기사입력시간 2025-03-17 23:05
    최종업데이트 2025-03-18 09:27

    서울의대 강희경 교수(좌), 하은진 교수(우), 오주환 교수, 한세원 교수 등이 17일 발표한 입장문과 관련해 전공의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강희경 교수 등 일부 서울의대 교수들이 전공의∙의대생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낸 가운데 전공의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강희경 교수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 "정작 전공의∙의대생들과 대화를 하려 하지 않은 건 강 교수"라는 내용의 반박 댓글을 달았다.
     
    A씨는 “교수님은 서울의대 비대위원장 시절 환자단체, 소비자연합과는 수도 없이 전화하고 만나고 커피 마시고, 식사도 하시면서 그 흔한 전공의, 학생들은 만나서 밥사준 적 없이 훈계만 했다”고 했다.
     
    이어 “오프라인 모임에서 얼굴 한 번 뵙기도 힘든 교수님들이 텔레그램 방에서 우리를 훈계하다가 우리와 대화를 거부한 게 누구인지 기억나시나. 7월경 ‘말을 안 듣는다’며 더 이상 전공의에게 희망을 가지지 않겠다고 전체방에다가 전공의들 알아서 하라며 글 쓰고 나간 게 누구인지 기억나시나”라고 했다.
     
    A씨는 “우리가 진짜 잘못했나. 의료패키지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설명하겠단 것을 ‘너희들이 잘 몰라서 그래. 의사는 그러면 안 된다’로 막아 놓았던 것도 기억하시나”라며 “우리는 대화를 하고팠는데, 너희는 뭘 모른다며 말이 안 통한다며 대화를 거부한 게 교수님, 정부 아니었나”라고 했다.
     
    이어 “말씀하셨던 대중을 위한 설득을 위해 인터뷰를 그렇게 열심히 해도, 교수님의 이런 글 하나로 우리는 기사 삭제, 인터뷰 권을 잃게 되는 것 아시나”라며 “의협 회장 선거에 나가신다면서 그 대화는 점점 더 막장을 치달아서, 결국 우리와 중요한 미팅 잡아놨던 날 선거운동을 하신다고 당일 취소하셨던 것 기억나시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연합, 환자단체와 통화하고 말하는 것만큼의 절반만이라도 전공의, 학생에게 관심을 가지셨다면 이런 글 쓰실 일이 없으실 것 같아 정말 매우 안타깝고 슬프다”고 했다.

    尹대통령에 면죄부 주고, 의사 악마화에 동참한 것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 B씨도 강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고 의사 악마화에 힘을 보탰다”고 지적했다.

    B씨는 “당장 오늘 군입대까지 하면서 자신의 직업적 소명이 어디로 흘러갈지도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정책 정상화 하나를 위해 인생을 걸고 있는 제자들에게 할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커뮤니티상에 과격한 언어가 전공의들 대다수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하필 함께 하던 의국원들의 훈련소 입대날이라 다들 괜찮다고 웃어주지만 보내는 속마음은 너무나 심란하고 애써 괜찮으려고 다잡는 중인데, 이렇게까지 시의적절하지 못하게 나서주시다니 내가 알던 스승님들이 맞나 정말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강희경 교수님이 의도한 바와 정반대로 윤석열 정부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의사에게는 세대 갈등을 유도하고, 언론에게는 의사 악마화에 불쏘시개로 소모되는 역할로 끝났다”며 “강희경 교수님은 흡족하신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입장문을 발표한 서울의대 교수 4인을 향해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박단 "전공의 교육 등한시, 당당히 얘기하니 당혹스러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한 4명의 서울의대 교수들을 향해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 등은 입장문에서 “응급실에서 응급 처치, 정맥 주사 잡기 등의 술기를 응급구조사,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라고 했는데, 박 위원장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박 위원장은 “간호사와 응급구조사에게 배우지 않았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책과 영상을 보며 혼자 공부했고, 동료 전공의에게 물어가며 눈치껏 익혔다”며 “기도삽관, 중심 정맥관 삽관 등의 응급 처치, 절개와 배농, 동맥혈 채혈, 골수 천자, 복수 천자 등의 술기는 응급구조사와 간호사가 하던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리고 그걸 가르쳐야 할 주체는 당신들이다. 교육을 얼마나 등한시했던 건지, 교수의 역할을 알고 있는 건지, 교수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반성 없이 당당하게 얘기하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교수들은 교수의 역할은 첫 번째는 교육, 두 번째는 연구, 마지막이 진료라고 한다”며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봉직의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 교육자로서 본분을 다하지 않은 교수 네 분의 자백이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져야만 위선을 실토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전공의 교육 실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교수 평가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강 교수 등이 “주당 140~150시간씩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금의 한국 의료 수준을 만든 기반이 됐다”고 한 부분도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졌으니 국가의 성장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모든 근로자들이 주당 80시간, 140시간 일하게 하자고 주장할 용의가 있나. 과로사로 사람이 죽어나가도, 임산부가 과로로 아이를 유산해도, 국민 건강을 위해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 할 건가”라고 했다.
     
    이어 “대학병원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과 그에 따른 책임이 위계적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라며 “병원장은 교수에게, 교수는 전공의에게 노동을 전가하고 있다. 전공의가 없는 지금 교수는 이제 간호사에게 의사의 책무를 떠넘기고 있다. 교수의 편의만을 위해 환자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수는 이를 바로 잡기는커녕 전공의 부재를 핑계로 신규 간호사를 착취하고 있다. 환자를 볼모로 착취를 정당화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