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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학교'된 의과대학…국제보건 인적 자원은 씨 말라"

    김웅한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 "ODA 규모 6조원 넘겼지만 관련 일할 전문가 없어…의대교육 개편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5-01-21 07:33
    최종업데이트 2025-01-21 07:33

    김웅한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20일 국제보건 분야를 담당할 국내 인력 자원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제보건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의대교육 과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팬데믹, 기후 변화 등 복합 위기 시대를 맞아 국제보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같은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김웅한 센터장(서울의대 흉부외과 교수)은 20일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 개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ODA(공적개발원조) 규모가 6조원을 넘었다”며 “ODA에서 보건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큰데 정작 국제 보건 관련 일을 할 인적 자원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 학교도 국제 보건 관련 분야는 미달이라 지원만 하면 합격”이라며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제대로 국제 보건 분야 일을 할 전문가를 어떻게 키울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의대교육 과정의 개편을 제안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예과 1, 2학년 학생들이 국제 보건에 관심을 가지다가도 시간이 갈수록 흥미를 잃는데 이를 교육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현재 의대는 사실상 ‘기술학교’가 돼 버렸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관련 주제로 국내 40개 의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회에서 발표해 최우수상을 받았었다”며 “놀라운 건 우리 발표를 들은 외국 교수들도 와서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대교육이 뭐가 문제인지 나부터 반성을 많이 했다”며 “의대가 그냥 기술학교가 돼 버렸다. 의사윤리를 강의하는 인문학적 요소도 없고, 국제보건을 세부적으로 가르치는 수업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싸워서 예과, 본과 수업에 국제 보건 수업을 넣었다. 학생들이 직접 아시아, 아프리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질적 연구를 해 논문을 쓰는 수업”이라며 “의대 교육에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관심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수년 후 국제보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는 점도 언급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의대생들은 국제 보건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방학 기간에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130명이 넘는다”며 “10년 이상 그 학생들을 추적 관찰했더니 놀랍게도 그 학생들은 어떻게든 국제 보건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제보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역할 강화를 위해 국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왔다.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이훈상 전략기획이사는 한국의 글로벌 보건 기여와 관련해 정부 부처 간의 협력을 위해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 KOFIH(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보건복지부, 외교부 등이 다양한 형태로 국제보건에 기여하고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조율,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특히 “한국 바이오의료분야 산업 역량을 기반으로 개도국 지역에 필요한 백신, 진단기기, 치료제 등 혁신기술 제품의 연구개발이 지속 이뤄지도록 하고, 이런 제품들의 글로벌 공공조달 경로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노력도 조율돼 추진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WHO(국제보건기구) 과학부 표준국장을 지낸 김록호 박사는 “보건분야 AI(인공지능) 관련 국제기구를 한국에 유치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우리가 먼저 관여해 기술 개발과 활용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면 해당 분야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의료 AI 분야에서 선제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