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인 코로나'다. 우리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의 중심에 있다. 스페인 독감 때 연구를 보면 1차 유행 때 사망률이 5%였다가 2차 유행 때 60%였다. 가을철 코로나 2차 유행을 대비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6일 '감염병 시대의 뉴노멀:포스트 코로나,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주제로 열린 '대한병원협회 2020 KHC 코로나19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코로나19의 2차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무증상 환자가 최대 80%에 이르고 인구 대비 집단면역이 형성된 비율은 낮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 개발에 18개월 이상 소요되며 효과나 지속성에 대한 확신은 아직 가질 수 없다. 바이러스 변이까지 나타날 수 있어 격리와 차단 조치 등이 계속해서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세계 코로나19 확진환자는 187개국에서 340만여명, 사망자는 24만여명이다.
대부분 경증이지만 고령, 기저질환자에게는 치명적...무증상 감염 최대 80%
지난 4개월간 발견된 코로나19의 특징은 젊은 층에서 증상이 비교적 가볍지만 60대 이상 기저질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두 얼굴의 바이러스다.
김 교수는 "2015년 메르스때 온 국민과 정부가 방역의 초기 실패를 딛고 2개월만에 해결했던 경험으로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감시와 검역, 격리치료와 접촉자 관리, 휴업·휴교·집회 금지 등 사회적 격리, 조기진단과 약물치료 등의 대처가 중요하다”라며 “입국제한 금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정부가 4월 1일부터 인천공항의 입국 강화 조치를 시행하면서 환자가 줄었다. 그만큼 입국제한이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됐던 것은 대구·경북 지역 환자 급증으로 기존 의료시스템의 수용능력을 넘어서는데 있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의료진이 감염되고 기존의 만성질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꺼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환자 발생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전략이 매우 중요하고 병원과 의료진의 사전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웠다.
김 교수는 “가을철 2차 유행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한도치보다 낮은 환자수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아직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가 아니라 인 코로나(in corona)다. 우리는 아직 코로나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해 아직도 불확실성이 많다. 다만 전파력을 보면 R0(환자 1명당 전파 가능한 수치)는 2.5~3.5명이다. 무증상 시기인 증상 전 1~3일 전에 전염력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라며 “스텔스 바이러스라고 일컬을 만큼 코로나19는 교활하고 은밀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강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등도와 중증 이상의 환자는 20%이내고 대부분 경증이다. 다만 무증상 환자가 5~80%까지도 보고 있다”라며 “평균 치명률은 3~5%지만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서는 치명률이 매우 높다. 소아, 젊은층은 경증 감염이 많다”라고 밝혔다.
실제 코로나19 감염자수는 확진환자보다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체 감염 중 무증상 감염 비율, 재양성자 원인 분석, 집단 면역 형성 분석 등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다가오는 가을철 계절의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면 감염됐던 사람이 다시 감염될 수 있고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효과가 떨어진다”라며 “백신 개발도 연내에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백신 면역의 지속,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항체검사 시행해 무증상 감염자 가려내고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해야
김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대비해야 하며, 가을철 다가올 수 있는 2차 유행에 앞서 혈청조사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가려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중국 우한의 항체 양성률은 10% 이내였고 미국 뉴욕시 21.2%, 네덜란드 혈액은행 3% 등이었다.
김 교수는 “PCR을 통한 확진검사는 전체 환자 중 일부 외에는 모른다”라며 “전체 인구집단 중에서 표본집단을 선택해 혈청조사를 진행하고, 유증상 외에 무증상 감염자까지 파악해야 한다. 전체 감염 발생 규모를 알아야 다음 계절 유행이나 팬데믹을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체 항체 양성률 조사에서 집단 면역을 보유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가 나오려면 60~71%이어야 한다. 인구집단 중에서 이 정도 수치의 항체양성률이 나와야 면역이 있다고 보고 유행이 종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구를 예를 들면 대구시민은 243명이고 확진환자는 6846명인데, 이는 전체 인구의 0.28%에 불과하다”라며 “집단 면역이 생성되려면 대구 인구 146만~173만명이 항체검사에서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가 계절적 유행 바이러스가 되면 2~3년에 걸쳐 3번 정도에 올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 독감의 지역별 사망률 연구를 보면, 1차 유행에서 5%, 2차 유행에서 60%, 3차 유행에서 35% 등에 이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시나리오 3가지가 가능하다. 시나리오 1은 1,2년간 소규모 유행이 반복되고 방역 완화조치의 영향을 받는다. 시나리오 2는 봄철 첫 유행 이후 가을 또는 겨울에 대규모 유행이 가능하다. 시나리오 3은 큰 유행 없이 통제가 가능한 수준으로 소규모로 발생한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가장 두려워하는게 시나리오2로 가을의 팬데믹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정부와 지자체, 의료계 등이 대응 역량을 갖추고 의료종사자들의 보호에도 나서야 한다”라며 “정부의 위험소통 메시지는 팬데믹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다음 2년간의 재유행에 대비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신종감염병 대비·대응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의료계는 감염예방·관리를 경영에 최우선순위로 두고 환자안전과 감염병 예방 관리 개념을 가지고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